프랑스 와인 여행자
조정용 지음 / 바롬웍스(=WINE BOOKS)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여행책을 볼 때마다 세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절감하곤 한다. 몇 년 전만해도 여행책은 그저 여행지의 소개와 여행의 팁 같은 상식을 알려주고 있었는데 이제는 여행 책만으로도 충분히 그 도시의 문화와 역사를 간접경험 할 수 있는 문화길라잡이 역할을 톡톡히 하는 느낌이다. 《프랑스 와인 여행자》이 책도 여행에 대한 소개 뿐만 아니라 유명하지 않더라도 지역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문화를 매우 잘 설명해주고 있다. 한마디로 프랑스의 매력이 넘치는 책이다. 아마도 프랑스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환상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 않을까한다. 그런 프랑스의 환상은 책을 읽는 동안 환상이 아닌 동경과 열정으로 변하여 읽는 내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책에 나오는 사진이 너무 이쁘고^^마치 동화에 나오는 마을 같다.) 

 

내게 프랑스에 대한 동경은 사춘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창시절 늘 가던 만화가게 구석을 차지하여 읽었던  <베르사유의 장미>는 프랑스를 처음 알게 해주었던 만화였다. 마리 앙뜨와네뜨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궁중암투와 남장여자인 오스칼의 이루지 못한 사랑이 중심에는 파란의 역사, 프랑스 혁명이 있었다. 자유를 향한 민중들의 함성으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비운의 주인공들이 픽션이 아니었다는 것만으로도 프랑스에 한 번 쯤은 가보고 싶다는 막연한 동경을 해왔다. 프랑스의 환상을 심어준 두번째는 아마도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 어렸을 때 이 영화의 배경인 세느 강이 유유히 지나는 퐁네프 다리의 야경을 보고 한 눈에 반해 버렸다. 이후 프랑스는 자유와 환상의 도시이자, 사랑의 도시로 연상되곤 한다. 그러나, 어떤 수식어보다 더 어울리는 프랑스의 최고 수식어는 와인이다.   

 

 가끔씩 잠이 오지 않으면 와인에 치즈 한장을 먹곤 하지만, 와인의 맛을 알고 마시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잠들고 남편이 없는 식탁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는 모습보다 와인 마시는 모습이 차라리 낫기 때문이다. 맛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와인은 편의점에서 사는데 동네 할인마트에서 사는 와인은 좀 단맛이 많고 편의점에서 사는 와인이 조금 쌉싸름하다. 이 기준이 전문가들에게는  와인의 원산지와 품종을 따지는 기준과는 비교도 안되지만, 나는 이 기준이 나름 심각하다.  이 책은 프랑스를 좋아하거나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최상의 여행책이다.  더군다나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 좋은 책이다.  비록 베르사유의 궁전이나 생제르맹 거리는 나오지 않지만, 와인의 원산지에서  천천히 음미할 수 있는 소박하고도 여유가 넘치는 느림의 철학을 맛보게 해주는 슬로우 여행책이기 때문이다.

 

와인과 관련하여 와인 잔과 와인 병 크기, 와인 음용 온도, 와인 등급 등의 상식을 시작으로 하여 가장 맛있는 도시 론 발레, 고향 같은 와인의 맛이 있는 부르고뉴, 나폴레옹이 워털루 전쟁에서 샹베르탱 와인을 마실 없기 때문에 패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애음하였던  샹베르탱 와인의 맛은 한 번 쯤은 맛보고 싶은 맛이다.

 

 

"제가 이 세상을 하직하여 하느님 앞에 서서 재판을 받게 될 때, 저는 저와 사랑을 나눈 여자들 이름은 기억 못하지만 와인이라면 평생 잊지 못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샹베르탱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이 나오는 곳 , '로마네 콩티'라는 포도밭과

이 와인을 모르신다면 더 이상 최고라는 말은 말아주세요" 도멘 르루아 와인.

사람을 닮은 코드 드 본.

 낯설지만, 강렬한 와인 . 이방인의 주인공과 같은 이름의 뫼르소 와인.

가장 많은 와인이 생산되는 보르도 와인.

와인의 다양한 품종과 와인이 만들어지는 과정, 와인의 역사 등 와인에 대해 잘 모르고 있던 이야기들을  맛깔스럽게 들려주고 있는데다가 와인 원산지의 여행가이드로서 지도, 레스토랑, 민박, 호텔, 꼭 맛보아야 할 음식등 여행에 꼭 필요한 의식주의 모든 정보들이 알차게 담겨있다.

 

 

 

첫 아이를 낳았을 때 가장 먼저 한 일은 포도주를 담그는 일이었다. 포도가 많이 나는 계절이기도 하였지만, 포도주를 담그면서 훗날 , 아이가 결혼할 때 마주 앉아서 와인을 마시고 싶다는 소망에서였다. 와인은

오랜 시간 숙성시켜야만  최상의 맛을 낼 수 있기도 하지만 아이의 태어남과 어른이 되어 떠나는 순간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포도주가 그만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세계 최고의 와인들을 생산하는 프랑스인들의  느림의 철학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와인이듯이 오랜 인고의 시간들만이 와인의 깊고 깊은 맛을 만들어낸다.  내 찬장안의 포도주가 익어가는 소리를 들으며 아이들과 나의 시간들도 숙성되어 간다.  삶의 깊은 소망과 기도를 담아 숙성되는 와인 안에는 우리 삶의 깊은 느림의 철학이 있다.  와인을 향한  프랑스 사람들의 열정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어 좋았고 이 책으로 프랑스를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다.  아이가 자라 내 곁을 떠나가는 날, 와인 잔에 담긴  깊고도 깊은 인생의 맛을 맛 볼 즈음에는 나도 와인의 맛을 알게 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품게 되었다. 느리고도 천천히 이루어지는 '시간'이 만들어주는 깊고도 깊은 맛. 그것이 바로 프랑스 와인의 맛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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