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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들 - 500년 미술사와 미술 시장의 은밀한 뒷이야기
피에르 코르네트 드 생 시르 외 지음, 김주경 옮김 / 시공아트 / 2012년 10월
평점 :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들》을 읽다가 그림값에 억 ~! 소리가 절로 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말과 기수> 같은 그림들은 솔직히 누군가의 낙서 같았고 라파엘로의 <뮤즈의 두상> 은 색다를 바 없는 종이위에 그린 흔한 목탄화 같았다. 너무 평범해 보이는 그림들이 수십억은 호가하는 예술품이라는 데 호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예술품은 괴테의 말처럼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았는가. 일단은 그런 호기를 접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저자들은 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들을 모아놓은 가상의 미술관이라는 타이틀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들을 이 책안에 담아 놓았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의 기준점은 최고가의 작품 순차순은 아니다. 진짜 최고가의 작품에는 피카소의 작품만 무려 17점이 되기에 한 예술가의 한 작품을 뽑아 시대순으로 미술사의 흐름을 개괄 정리하여 각 시대에 유행하는 풍토와 화풍을 알 수 있도록 하는 배려가 돋보이는 미술책이다. 그런 시대 개괄적인 배치는 그림이 가진 가치와 미래를 반추하고 있어 책에 실린 고가의 그림값이 수치로 따질 수 있는 것이 아닌 시대의 유물인 동시에 유장한 역사의 증언자로서의 값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책이다.
근세미술(16세기)
근세미술은 매우 절제되어 있는 느낌이 드는 미술품들이 많다 그러다가 후반부에 갈수록 색은 점점 원색적으로 변화되고 생동감 넘치며 구도에서도 변화가 보여진다. 자연을 그대로 옮기던 작품들이 르네상스시대로 접어들면서 원근법의 사용이 많아지고 있다. 르네상스의 대표 화가하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라파엘로를 꼽을 수 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말과 기수> 는 <동방박사들의 경배>를 그리기 전의 습작이다. 얼핏보면 미완성의 그림으로 보이지만 이 그림으로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예술과 과학을 접목시켜 그린 밑그림의 과정과 의도를 추측할 수 있다는 데에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습작은 레오나르도의 데생중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다. 경매가는 12억. 처음에 이 그림이 지나치게 평범해 보인 이유도 그림을 완성하기 전의 습작이었기 때문인데 이 책의 가치는 완성과 미완성의 기준이 아니었다.
<복음서 저자 성 요한>에서 도메니키노는 새로운 감수성에 대한 관심과 취향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우선 대각선 구도는 역동적이고 운동감이 있으며 불균형적이다. 기존의 미술작품에서는 볼 수 없는 구도이다. 이 작품은 즐거움을 추구하는 18세기 미술과 반종교개혁을 동시에 예고하는 작품이다. 경매 최고가는 17억정도 ^^
인상주의 미술 (19세기)
인상파의 대표 화가로는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 에두아르 마네, 카미유 피사로, 르누아르,드가, 사전트, 모네, 로댕, 세잔, 고흐, 고갱 등을 지칭한다. 인상주의의 아버지 마네의 그림부터 시작하여 고갱의 그림까지 근세미술과는 또 다른 느낌을 받게 되는데 19세기의 그림들은 매우 원색적이다. 자연을 그대로 옮긴 근세미술과는 달리 생동감과 순간의 영원성과 같은 찰나의 표정들이 그림속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 책에는 강렬한 색과 붓끝으로 살려내는 사물의 내적 생명을 표출한 고흐의 <의사 가셰의 초상> 과 현재라는 순간의 독특함을 표현하는 데에 탁월하였던 사전트의 그림<시에스타>,세잔의 <커튼 , 물병, 그릇>등의 그림들이 근세 미술과는 더욱 다채롭고 원색적인 색채감을 느낄 수 있다. 이들은 기존 미술이 추구하던 것들을 서서히 깨면서 서양 미술사에 대변혁을 가져 올 것을 예견하는 그림들이라는 것에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바로 그러한 점이 인상주의 미술에서 기록적인 경매기록을 남기는데 한 몫을 하였다.
근대 미술(20세기)
근대미술의 가장 대표적인 화가는 뭉크, 칸딘스키,클림트, 말레비치, 실레, 피카소 등이 있는데 이들이 보여주는 것은 인상주의와는 달리 내적인 풍경이자 영혼에 관한 것들이다. 이것은 시대적으로 전쟁을 겪고 난 후의 충돌의 세계의 표현과 실패와 죽음의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세계, 곧 무의식의 세계의 발견을 의미한다. 피카소의 <파이프를 든 소년>, <피에트의 결혼>, 에른스트 루트비히 키르히너의 <베를린의 거리 풍경>이나 피카소의 <고양이와 함께 있는 도라 마르의 초상>, 르네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 등에서 이런 세상의 대혼란이 인간 삶의 고독과 부서진 운명이나 무너진 삶의 표현들을 극적인 대조법으로 잘 표현하였다.
현대미술(20세기 후반)
인간의 삶의 본질(내적인 삶)에 다가가려 하였던 20세기의 노력은 20세기에 새로운 운동으로 나타난다. 초현실주의, 추상표현주의등을 앞세워 현대인의 막막한 공허감이나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는 노력은 새롭게 대두되는 운동과 함께 시작되었는데 이것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우주를 이해하기 위한 예술가들의 몸짓으로 설명되지 않을까한다. 현대 미술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모든 경계선을 허무는 것에 있다는 것이 내가 본 현대 미술의 특성이다. 현대미술중에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데미언 허스트의 <황금송아지>인데 피카소의 경매가를 누르고 당당히 215억원에 낙찰이 되었을 때 세계를 놀라게 하였던 작품이다. 최근 데미안 허스트는 동물학대라는 비난도 받고 있지만 현대를 표현함에 있어 허스트만큼 현대라는 본질을 꿰뚫고 있는 예술가는 드문 듯하다.
이렇게 시대순으로 작품들을 묶어 시대의 특징과 화풍을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 놓은 것이 이 책의 가장 좋은 점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들은 시대를 읽는데 가장 큰 유물이다. 그림을 통해 화가는 세상을 이해하려 하고 세상과 소통하며 세상을 이루는 모든 것들을 꿰뚫어보는 시선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들은 이런 세계를 꿰뚫어보는 시선에 탁월함이 보인다.
점점 허물어가는 육신, 한정된 시간 동안만 움직이게 되어 있는 썩은 고깃덩어리인 우리 육체의 동물적인 실체를 보게 하는 것이다. 포름알데히드 용액을 가득 채운 거대한 수조 안에 잘린 채로 들어가 있는 동물들은 인생의 허무함을 보여주고 , 그 허무함이 우리를 당황하게 한다. p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