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2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E L 제임스 지음, 박은서 옮김 / 시공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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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부부동반 모임이 있었다. 첫 만나는 부부들도 있어 서먹한 분위기를 좀 바꿔볼까 싶어 부부의 첫만남에 대하여 대화를 이끌어갔다. 학생들이 선생님의 첫사랑을 궁금해하는 것처럼 부부들의 첫만남은 첫사랑과 같은 기대심리를 갖게 한다. 그래서인지 어색했던 분위기가 점차 화기애애해졌다. 서로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는 둥, 솔직히 살아보니 별로라는 둥 하는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고 어떤 이는 자기는 손도 한번 잡아보지 못한 채 결혼한 것이 억울하다고 하니 다른 친구가 이그 병신, 난 뽀뽀는 하고 결혼했다.” 하는 것이다. 아마 이런 이야기들이 우리보다 한 세대 어린 친구들은 결혼 전 손도 안잡아보고 결혼하는 사람은 아마 듣보잡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런 시대의 사람이다. 이 책  그레이를 읽으면서 내가 구닥다리 사고를 가지고 있던지 아니면 세상이 온통 젠더화 되고 있다는 것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격세지감을 느낀다.

 

내가 어렸을 때 최고의 섹슈얼리티이자 핫이슈의 영화는 나인하프워크였다. 이 영화가 보고 싶어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을 정도였으니까, 왠지 그 영화를 보면 사랑의 느낌을 알 것만 같은 순진한 호기심이었던 것 같다. 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었을 때 가장 먼저 한 일이 비디오가게에 가서 나인하프워크를 보는 것이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장면은 다른 것은 다 기억이 안나고 먹는 것으로 장난치는 장면..이 기억난다. 무척 달콤하게 느껴졌지만,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 그리고 같은 해에 원초적 본능최고의 섹슈얼리티영화의 자리를 탈환할 때는 보무도 당당하게 성인으로서 영화관람을 하였다. 그것도 멋모르고 남자친구랑.. (물론 지금의 남편).. 눈을 반짝반짝 빛내고 들어갔다가 남자랑 이 영화를 보러 온 것이 미친짓이었다는 것을 깨닫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던 것 같다. 민망과 화끈, 그리고 충격적인 베.....

 

그리고... ..

로맨스소설을 좋아하지만, 그동안 내가 읽은 19금 로맨스소설을 통틀어 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 그레이다

 

먼저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성문화에 대해서 몇가지 이야기 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내  친구들 중에는 벌써 사춘기 자녀를 둔 학부모가 있다. 친구들이 성교육에 대한 사고는 우리 자랄 때와 비슷하다. 우리가 자랄 때 아무도 피임과 피임주기에 대해서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이런 개념은 지금의 부모들도 마찬가지다. 내 친구들도 사춘기의 아이들에게 이런 피임에 대한 교육을 전혀 하지 않는다. 이들은 마치 성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무슨 금기사항을 말하듯이 한다. 솔직히 나는 왜 성에 대해서 그런 사고를 가지고 있어야하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사회면에 늘 대문짝만하게 나는 성 폭행사건이나 성 스캔들은 남의 나라이야기가 아니다. 김두식의 욕망해도 괜찮아에서 말하였듯 여배우의 포르노 사건이 터지면 언론에서 앞다투어 비난의 화살을 꽂지만통계적으로 밝혀지는 진실은 대부분의 성인남녀가 그 여배우의  포르노를  보았다는 사실이다.  우리에게 성이란 드러낼 수 없는 억압된 성이다. 그리고 이 억압된 성은 결국에는 성폭행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는다. 외국문화에서 성이란 밥 세끼 먹는 것처럼 지극히 자연스러운 욕구의 하나로 인지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성은 욕구되어서는 안되는 금기사항이다.

 

 

 

 

<그레이>의 남녀주인공들의 사랑은 다소 엽기적이고 변태적인 느낌이 들지만, 이런 엽기와 변태 사이에 그나마 여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희석되어 아름다운 로맨스를 만들어 내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추었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은 쏙 뺀 갑부 그레이와 가난하지만, 밝고 명랑한 서민층의 로맨스는 그동안에도 흔히 볼 수 있는 로맨스 소설의 구성이다. 그러나, 그레이가 대단한 화제가 되는 것은 아마도 포르노를 방불케하는 성적인 묘사가 아닐까 한다. 읽으면서도 나는 작가가 대체 어떻게 이런 것들을 상상이 가능할 정도로 세세하게 글을 썼을까하는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실제 경험이 아닐까하는 의심까지도^^;;) 

 

다른 사람의 숨겨진 야심을 잘 찾아내는 사람은 대개 그 자신이 동일한 야심을 지닌 경우가 많다는 유난히 남의 욕망이 눈에 잘 들어올 때는 먼저 자기 내면을 조용히 돌아볼 필요가 있지요. -욕망해도 괜찮아 中에서-

 

 

 나는 비난보다는 성에 대한 욕구를 억누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조금은 드러내놓고 보여주는 성 문화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50가지 빛깔의 그레이 같은 음울함이 아닌, 50가지빛깔의 밝고 건전한 성문화가 현사회에 더 필요한 듯하다. 그런 면에서 그레이는 드러내놓고 읽을 수 있는 대중소설이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그레이 또한 많은 사람들이 혹평을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이적인 기록들을 갱신하고 있는 것들도 그런 50가지 빛깔의 어두운 그림자이다. 찬사보다는 비난이 많지만, 잘 팔리는 소설.  둘의 사랑은 지나치게 엽기를 동반하고 있지만, 오히려 다른 면에서는 지극히 아름다운 커플이라는 것도 한 몫하는 것 같다. 주인공 아나스타샤는 가난하지만,  자신의 인생에 책임을 지려하는 독립적인 모습이고, 그레이가 지나치게 변태적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아나스타샤가 사랑이란 감정을 가르쳐주기 위해 진실된 모습을 보이고, 진정한 사랑을 위해 아파하는 부분도 그렇고, 가족과 반목하는 모습이 아니라 화목하고 절제된 가정의 모습을 보이는 부분도 아주 정상범주로서  둘의 사랑을 아름답게 희석시켜 주는 것 같다.  그런 둘의 사랑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음편 <심연>에 기대를  ^^ 1권까지는 거의 황당함에 읽었는데 2권이 끝나니 서운함이 ㅋㅋ 여튼 그레이는 그런 소설이다. 당혹과 에로를 넘나드는 환상적인 에로틱시즘. 최고의 섹슈얼리티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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