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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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의 향수를 느끼게 해주었던 영화 <건축학개론>에서는 주인공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편을 펼쳐 보이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90년대라는 뜻이다. 세월이 흘러 2012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7편이 나왔다. 그 오랜 세월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굳게 자리 잡고 있으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인문서 최초 밀리언셀러라는 기록을 남기고 있다.

 

7권을 읽으면서 그동안의 1권부터 6권까지 책들을 다시 펼쳐보았는데 역시나 그때의 감동 그대로 살아난다. 1권에서 저자는 우리나라의 문화를 문화 그 자체로 보지 않고 주입된 지식으로서만 문화를 바라보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말했었다. 우리나라의 전국토가 박물관이라는 명언을 남기며 우리의 문화유산의 소중한 가치를 깨닫게 해주며 생생한 충격을 남겨주었다. 2권에서는 문화재를 하나의 미술품으로 바라보볼 수 있도록 저자는 미술품이 시각적인 상을 언어로 표현하고 그 이미지가 선명하게 부각되며 침묵의 물체를 생동하는 영상으로 다가오는 시각으로 문화재를 볼 수 있도록 안내해주며 대표적인 미술품으로 석불사를 보게 한다. 석불사에 담긴 세계적인 문화예술로서의 가치에 대하여 알리고자 하는 애정이 듬뿍 느껴지는 2권이다. 6권은 3권의 후반부와  연결하여 '건축'에 대한 설명이다. 답사란 결국 건축을 보면서 한 시대를 읽어내는 일이기에 답사의 몸통으로서의 건축의 미를 알려주고 있다. 자연과 인공의 조화로움의 방점을 찍는 경북궁부터 역사의 산증인인 광화문까지 들여다보며 우리나라의 문화유산들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상징이지만, 동시에 아직도 멍들어 있는 문화유산의 상처 또한 깊음을 느끼게 해주었던 장이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전 권을 통해 흐르는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저자의 노력은 7권에서도 더 빛이 난다.

 

 

신혼여행을 피치 못할 사정으로 제주도로 갔지만, 가고 나서 반해 버린 곳이 제주도였다. 이후 콘도회원권을 구매해 해마다 놀러가는 곳도 제주도이다. 가끔은 배를 타고 가기도 하고, 어쩔 땐 비행기를 타기도 하고,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렌터카를 빌리기도 한다. 렌터카를 빌리면 자동차 앞 번호표가 ‘허’로 시작하는데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7편의 소제목은 ‘제주 허씨’를 위한 ’제주학‘ 안내서’이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을 때마다 언제나 감탄을 하는 것이지만 기존의 문화유산답사기처럼 내가 알고 있던 제주가 제주가 아니었다는 것. 모르고 볼 때는 내 인생과 별 인연 없는 남의 땅이지만 알고 보면 우리의 땅으로 가슴깊이 다가온다는 것이다.

 

 

동창 중 하나가 제주출신이 있었다.  친구는 유독 제주도 남자를 무척이나 싫어했는데 제주도여자들은 대부분이 제주도남자를 싫어한다고 한다. 아무래도 생활력의 차이인 듯 보였는데 주변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다보니 남자가 할 일보다는 여자가 할 일이 많아 여자중심의 사회가 되다보니 상대적으로 남자가 무능력해 보이기 때문인 듯 하다.

 

 

제주도는 바람,돌,여자가 많아 삼다도라 하고 도둑,거지,대문이 없다고 해서 삼무(三無)를 말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제주에는 삼보(三寶)가 따로 있다. 그것은 자연,민속,언어이다.이 세가지를 모르면 제주도를 안다고 할 수 없고,이 세가지를 쓰지 않으면 그것은 제주도 답사기일 수 없다.-p7

 

 

 

과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으면서도 문화유산에 대한 무지함이 그렇게 나를 부끄럽게 하더니 이번에는 그 부끄러움이 더하다. 그렇게 제주도에 자주 갔어도 이국적인 느낌의 야자수나무가 즐비한 거리만 기억나지 제주도의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은 전혀 없었던 것 같다. 차창으로 보여지는 풍경에 관심만 보이면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제주도의 ‘오름’조차 잘 모르고 있었다. 제주섬 어디를 가나 오름이 없는 곳이 없는데 한 섬이 갖는 기생화산의 수로는 세계에서 으뜸이라고 한다. 오름은 자생식물의 보고며 , 지하수 형성지대다(p.82) 책에선 칼라판으로 다랑쉬오름과 용눈이오름, 오름의 물결과 같은 아름다운 제주의 오름의 풍광이 한 눈에 들어오도록 하였는데 이런 오름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잘 몰랐던 제주도의 속살들이 책안에 모두 들어가 있다.

 

 

 

탐라국에서 제주도가 되기까지의 역사를 되집어보며 들려주는 구수한 입담은 마치 할배(?)에게 옜날이야기를 듣는 기분이 든다. 이 책으로 하멜표류기가 사실 보상금을 타기위한 보고서였다는 것도 처음 안 사실이었는데 나는 하멜을 떠올리면 언제나  하멜이 표류했을 때 하멜을 죄인취급하지 않았더라면 근대라는 동아시아역사가 바뀌었을 지도 모를 일이라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이어 진시황에게 불로초약을 구해온다고 해놓고선 동남동녀와 수많은 금은보화를 가지고 사라진 서불을 제주도에서 만나볼 수 있는데 서불이 제주도나 일본으로 갔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었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서불의 흔적을 제주도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서귀포시가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려고 1999년부터 2007년까지 서복공원, 중국식 정원 등을 조성한 것(서복전시관)이다.  게다가 김만덕기념사업회를 만들어 표준영정까지 제작하며 세간을 이목을 끌기 여념이 없더니 정작 김만덕 할머니의 묘소는 방치되어 있으며 그 옆으로는  엄청난 규모의 기념탑이 세워진 것을 보고 저자는 이런 것들이 바로 우리나라 문화유산의 현주소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짚어주고 있었다.  저자의 말마따나 우리 고유의 문화가 얼마든지 많음에도 역사적 사실로 증명되지 않은 것을 돈벌이로 전락시켜 문화를 형성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유산을 해치고 문화적 정체성을 혼란하게 하는 것이다. 제주는 세계7대 자연경관에 속하는 우리나라의 보물이다. 이런 제주도의 아름다움은 국제적으로나 객관적으로 인정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항상 진정한 가치로서의 제주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저자의 제주학은 제주라는 땅과  그 땅의 역사와 삶을 보여주며 그동안 감추어왔던 제주의 속살을 보여주고 있기에 다음에는 관광지로서의 제주도가 아닌 문화유산으로서의 세계적인 가치를 지닌 천혜의 문화 답사지로서 방문을 해보고 싶다. 언제나 그렇듯 , 모르고 보는 것과 배우고 나서 보는 것은 천지차이 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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