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후회되는 한 가지 - 우리 시대 명사 50인이 지난날에 보내는 솔직한 연서
김정운.엄홍길.안성기.박경철.공병호.조영남.김창완.정민.승효상.김형경.이지성.김홍신.조수미 / 위즈덤경향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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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 인생 또한 후회투성이이다. 그중에 가장 후회하는 한가지 일이 있는데 사랑하는 친구를 미워한 일이었다. 유난히 내성적인 성격에 (아줌마가 된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학창시절 내내 친구라고는 딱 세 명 있었다. 학년마다 반이 달라져도 우리는 늘 붙어 다녔는데 그 중에 정말 사랑한 한 친구가 있었다. 대학교도 같이 갔다. 우리는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밤낮으로 고단한 날들을 보냈지만, 그래도 친구가 있어 행복한 나날들이었다. 그러다가 자취를 하게 되었는데 같이 살다보니 아주 사소한 부분으로 싸우게 되었다. 마치 신혼부부가 치약 짜는 하찮은 일로 싸우는 것처럼 우리는 매일 싸우기 시작하였다. 한번 틀어지기 시작한 관계는 걷잡을 수 없는 미움이 되어 서로를 헐뜯는 지경까지 가게 되었다. 물론 서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차원이었지만, 둘 사이의 어긋남은 영원할 것 같았던 우리 사총사의 사년간의 우정 또한 박살을 내었다. 그리고 그 일은 두고두고 가슴에 후회로 남아있다. 친구를 이해하지 못한 것. 나는 그때 왜 친구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였는지, 왜 우리는 서로에게 터놓고 말을 하지 않고 친구들에게 험담을 하고 다녔을까하는, 후회를 아직까지 하고 있다.

 

사실 서울에서 바쁘게 살 때는 후회라는 감정을 잘 모르고 살았다.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고 살았기에 세월이 지남에 따라 나이를 먹는 자명한 이치도 깨달을 여과가 없이 지냈던 나날이었다. 시골이 좋은 점은 시간을 셀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 시골에 낙향하였을 때, 매일 밤마다 나를 괴롭히던 상념의 대부분이 후회였다. 시골에 와서 보니 서울에서 일상에 바빠 잊고 지나쳤던 지난 날들이 하나 둘씩 떠오르게 되면서  내가 잘못한 일이 잘한 일보다 더 많은 것을 깨달았다. 그때의 심정은 눈앞의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듯이 눈앞에 보이는 것만 볼 줄 알았던 우매함이 가슴을 내리치는 것이었다. 데리고 있던 직원들한테 좀 더 잘해줄 것을, 회사를 좀 더 즐거운 마음으로 다녔을 것을, 좀 더 야무지게 살았을 것을 하며 근 일 년을 후회로 보냈었다.

 

하나의 행복의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

그러나 가끔 우리는 그 닫힌 문만 너무 오래 보기 때문에

 우리를 위해 열려 있는 다른 문을 보지 못한다.

-헬렌 켈러-

 

그러나, 그런 시간들이 흐르고 나니, 지금은 후회라는 것이 우리의 인생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것 또한 깨닫게 되었다. 우리 인생에 완벽한 인생이란 존재하지 않듯이 후회를 통해 지난 시절들을 돌아보고 다시 삶을 살아내는 것이 우리의 인생사가 아닌가. 이렇게 자신을 다시 되돌아보게 하는 행위자체가 바로 후회인지도 모르겠다. 내 인생에 후회되는 일은 이토록 수도 없이 많으나, 이런 후회로 나는 삶을 배웠다.

 

 

이 책은 이런 후회에 대한 50인의 이야기다. 우리 시대에 멘토이자 명사들은 인생에 후회 한 번 하지 않을 것 같은데도 이들에게도 저마다 후회하는 일 한가지가 있다. 시골의사로 잘 알려져 있는 박경철 의사를 필두로 전 한국은행 총재 박승, 가수 조영남, 산악인 엄흥길, 바이올리니스트로 세계적인 명성의 정경화, 역사학자로 가장 존경하는 분 이이화 선생님, 배우 안성기, 성악가 조수미까지 자신들의 일생에 후회되는 한가지 일들을 진솔하게 들려주고 있다. 나는 이들의 솔직한 모습을 통해 후회란 우리의 인생에서 삶을 되돌아보게 해 주는 동시에 더 나은 삶으로서의 길을 열어주고 있는 소중한 과정임을 알게 되었다. 각계각층의 명사들의 다채로운 삶의 무늬를 띠고 있는 후회의 이야기들은 결국은 자신을 돌아보게 함으로 우리 인생에 지난 날 잊고 있었던 것은 무엇인지를 떠올려주게 하여 더 나은 삶으로 인도해주는 멘토와 힐링으로 가슴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주고 있다.

 

 

 

 

  비관주의자들은 별의 비밀을 발견해낸 적도 없고,

지도에 없는 땅을 향해 항해한 적도 없으며,

영혼을 위한 새로운 천국을 열어준 적도 없다.

-헬렌 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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