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 클래식 - 물리학의 원전을 순례하다
이종필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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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책의 제목을 보고는 물리학과 클래식이라는 장르의 융합정도로 상상을 했었더랬다. (이런 무식 ㅠ.ㅠ) 제목이 물리학 클래식인 이유를 저자에게 들을 수 있었는데 클래식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지구가 멸망하게 되어 우주선으로  탈출하게 된다면 바흐의 <평균율 피아노>만 챙기면 클래식 음악을 모두 복구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바흐의 음악처럼 지구가 멸망하여도 이 논문 10편만 있으면 기존의 물리학을 모두 복원할 수 있는 독보적인 논문만을 선정하여 이 책 <물리학 클래식>에 실었다고 한다. 저자는 논문 10편을 선정하는 기준을 세가지로 정하였는데 바로 획기적인 발견과 인식의 혁명,이론의 완성이다.

 

1, 획기적인 발견

 

기존의 패러다임을 깨는 획기적인 발견으로서는 아이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빼놓을 수 없다. 천동설로부터 우주론의 역사는 시작되었지만, 뉴턴의 중력이론에 의해 마침내 근대과학의 영역으로 편입되었다.이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뉴턴의 역학을 무너뜨렸지만, 이론의 결과는 같았지만,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뿐만이 아니라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정적인 우주에서의 시공간에 대한 인식과 시공간의 기하학적 특성을 밝혀 현대 우주론으로 향하는 문을 활짝 열었다. 한동안 절대지식으로 받아들여졌던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이후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의 팽창하는 우주이론에 의해 우주는 정적이지 않고 팽창함을 받아들이며, 비로소 빅뱅이론이 탄생되는 배경이다.  

<해당논문>

1장 뉴턴 역학이 무너지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움직이는 물체의 전기 동역학에 관하여」(1905년)

5장 팽창하는 우주,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발견: 에드윈 허블, 「외계 은하 성운들의 선속도와 거리 사이의 관계」(1929년)


 

2,인식의 혁명

 

획기적인 발견으로 새로운 과학 혁명을 이끌었으며 이것은 결국 인간 인식의 새로운 지평을 놀라우리만큼 넓혀 놓았는데 이 의식의 혁명에 해당하는 이론은 양자역학이다. 양장역학에 대해서는 그동안 다른 책에서도 잘 이해가 안 갔던 부분인데 저자의 아주 쉬운 예를 통해 양자역학이 이제야 이해가 가는 기분이다.

 

아주 멀리서 백사장을 바라보면 눈으로 개개의 알갱이를 볼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모래알들이 연속적으로 모여서 미끈한 백사장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백사장에 가까지 다가가 모래알에 돋보기를 들이대면 멀리서는 볼 수 없었던 울퉁불퉁한 입자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것을 보고 나면 백사장을 미끈하다거나, 연속적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백사장은 모래알의 모임일 뿐이다.-145p

 

멀리서 백사장의 모래를 보는 것을 거시 세계의 뉴턴의 고전 역학이라 할 수 있으며 가까이에서 모래 알갱이의 미세하지만 불연속적으로 양자화된 양들이 모인 것이 양자역학이다. 이런 미시 세계의 연구로 인해 20세기 이전까지 지배했던  뉴턴 역학의 자리를 20세기에는 양자역학에 자리를 내주었다.

<해당논문>

4장 이상한 양자 나라의 하이젠베르크: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운동학적 역학적 관계들에 대한 양자 이론적 재해석」(1925년)

10장 양자 중력의 새로운 돌파구: 후안 말다세나, 「큰 N 극한에서의 초등각장론과 초중력」(1998년)

 

3,이론의 완성

 

새로운 이론이 탄생할 때마다 기존의 이론은 폐기처분 되는 줄 알고 있었으나, 과학이론은 그렇지 않다는 것 또한 이 책을 통해 처음 배웠다.. 과학 기술의 발전에 따라 과거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영역이 생겨나면 새로운 이론이 등장해 그 영역을 메우게 된다. 많은 경우 새로운 이론은 기존의 이론을 자신의 특수한 경우로서 포함하게 된다. 낡은 이론 속에서 새로운 이론이 싹트고 새로운 이론이 낡은 이론을 포함하게 되는 이러한 과학사적 전개 과정은 물리학 뿐만 아니라 ,과학의 발전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과학 이론의 역사는 폐기와 대체의 역사라기보다는 확장의 역사에 가깝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해당논문>

2장 핵의 시대를 열다: 어니스트 러더퍼드, 「물질에 의한 알파 및 베타 입자의 산란과 원자의 구조」(1911년)
3장 우주의 구조를 꿰뚫어 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중력의 장 방정식」(1915년)
6장 트랜지스터, 전자 혁명의 방아쇠를 당기다: 존 바딘, 월터 브래튼, 「트랜지스터, 3극 반도체」(1948년)
7장 고체 물리학의 새 장을 연 초전도 이론: 존 바딘, 리언 쿠퍼, 존 슈리퍼, 「초전도성 이론」(1957년)
8장 대폭발의 화석을 줍다: 아노 펜지어스, 로버트 윌슨, 「4,030Mc/s에서 초과 안테나 온도의 측정」(1965년)
9장 대통합을 향한 첫걸음: 스티븐 와인버그, 「경입자 모형」(1967년)

고에너지 물리학자로 기본 입자의 세계를 탐구해 온 이종필 박사는 이렇게 세가지 기준으로 논문을 선정하였는데 20세기의 한 획을 그었던 10가지의 원전을 실으며 일반인들에게 기초과학을 전수하기 위해 친절한 설명을 아끼지 않는다. 책이 어렵다면 서문과 저자의 마치는 글만 읽어도 책의 핵심주제를 이해할 수 있으며, 약 백년 사이에 자연과학의 역사적 흐름의 틀을 잡아주고 있어 기존의 자연과학에 대해 흥미가 있거나 조금 이해하기 쉬운 자연과학책을 접하고 싶었다면 무척 많은 도움을 줄 책이다.  저자는 이 논문들이 지난 20세기, 물리학의  성공과 영광의 세기를 가져다주었지만,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은 자연과학부분의 미래역사를 새롭게 쓰는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을 자신의 20년간의 물리학 연구로 확언하고 있다.  21세기에는 우주 공간을 뒤덮고 있는 정체불명의 암흑물질과 암흑 에너지의 규명이 필요하며 , 은하와 별의 기원이나 우주 자체의 기원등 알아야 할 부분이 우리가 이제까지 알고 있는 부분보다 더 많이 남아있다.  아주 작은 부분에서의 관심이 이 지구의 엄청난 발견을 가져오기도 하였듯이, 전문가나 일반인에게 자연과학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좋은 책이다.  물론 자연과학 분야는 사실 일반인들에게는 낯설고 어려운 학문이다. 내가 최근에 읽어본 자연과학 분야의 책들은 주로 외국 석학들의 논문을 번역한 것들이었는데 대부분이 어려운 용어남발과  번역의 오류로 두서없는 단어들이 나열되어 있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한국인으로서의 자연과학의 긍지를 심어주고도 남을 책이다. 저자의 상세한 설명은 또한 일반인들과 전문분야의 간극을 좁혀주는 가교역할을 톡톡히 해 줄 것으로 보여진다. 무엇보다 저자의 노고가 느껴지는 책이었다.  


오타 56p빨리지는→빨라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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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1 14: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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