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과학 - 위대한 석학 16인이 말하는 뇌, 기억, 성격, 그리고 행복의 비밀 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 1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존 브록만 엮음, 이한음 옮김 / 와이즈베리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지식의 최전선에 닿는 방법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세련되고 정교한 지식을 가진 사람들을 한 방에 몰아놓은 다음, 스스로에게 묻곤 했던 질문들을 서로 주고 받게 하는 것이다. 그 방법이 바로 엣지다.” 

최근에 엣지가 유행인 듯 하다. 유행도 엣지t스타일을 만들어내더니 이제는 세계의 문화와 역사를 엣지로 다시 쓰고 있는 듯 하다. 사람,대화,모임이 있는 곳을 엣지라 한다면 최근에 읽은 <16인의 반란자들>이나<지식의 탄생>도 포함시킬 수 있지 않을까. <16인의 반란자>들은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의 대화를 통해 그들의 삶과 문학사를 탐구하는 책이었고 <지식의 탄생>은 노벨경제학 수상자들의 경제에 관한 엣지탐구이다. 다른 책들과 차별되는 점은 이들에게는 지적 활동의 중심지가 있다는 것인데  온라인 살롱 엣지(edge.org)에서 시작되어  과학평론가이자 편집자인 존 브록만이 꾸려가고 있는 세계석학들의 모임이 이  엣지재단의 탄생 배경이다. 이들은 모두  온라인 엣지에서 다양한 주제로 모임을 가지며 다가오는 미래를 무엇보다도 생물학의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공식 선언된 자리였다.”는데 의견일치를 보였다고 한다.

 

이들은 비범한 일을 하려면 비범한 사람들을 찾아야 한다.”며 엣지모임의 일원들을 이런 비범함이 넘치는 사람들로 채웠는데 대부분이 세계적인 석학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이들이다. 하버드 심리학자 스키븐 핑커,진화이론가 프랭크 설로웨이, 스탠포드대학의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 생물학자 로버트 새폴스키, 뉴멕시코대학 심리학자 제프리 밀러, 영국 신경생물학자 스티븐 로즈, 펠실베니아대학교 심리학자 마틴 샐리그먼등,이외 여러 석학들이 마음에 관한 엣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책 마음은 엣지의 첫 성과물이며 이후 문화,생명,우주,생각 등 다섯 분야로 엣지를 선보일 예정이다.

 

 

스티븐 핑커는 컴퓨터가 마음이 작동하는 원리들을 제공해주고 있으며 이런 마음의 작동 원리를 외면하는 한 컴퓨터 기술에는 한계가 있음을 밝힌다. 핑커는 사람의 마음이 대단히 복잡한 정보처리 장치와 같은 메커니즘으로 작동되며 이 극도로 완벽하고 복잡한 기관으로서의 마음에 대한 탐구가 필요한 때라고 한다.

 

거울 뉴런의 발견으로 신경과학계의 마르코폴로라고 불리우는 라마찬드란은 거울뉴런이 뇌진화와 연관이 있으며 기존의 생물학에서 하였던 일을 이제는 심리학이 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거울뉴런의 발견은 이제까지 실험도 할 수 없었던 마음의 수많은 능력들을 설명하는데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인간의 습성을 동양에서는 성선설성악설로 설명되곤 하는데 스탠포드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는 아주 흥미로운 실험을 통하여 인간의 습성을 설명하고 있다. 그것은 성선설과 성악설과 같은 맥락이라기 보다 인간이 사회적 존재로서의 불가피한 습성의 변화 같은 것인데 평화주의자이자 인권활동가이며 반전 운동가인 정상적인 사고의 소유자와 건강한 학생들을 교도관 역할을 시키면서 바뀌어지는 변화를 보게 된다. 교도관이 된지 며칠 지나지 않아 이들은 모두 욕을 입에 달고 사는 성질 더러운 교도관으로 변신하였다. 여러 가지 실험들을 통해 루시퍼는 선한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며 악한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른다는 뿌리깊은 인식을 뽑아내라고 조언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익명성이 보장되며 공격이 허용된 상황에서 대다수가 야수성을 드러내고 있음을 기존의 문학이라든지 영화에서 가설로 다루고 있지만, 이런 것들이  현실세계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의 야수성'은 절대 가설이 아님을 증명해주고 있다.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자들의 도시>에서도 이런 익명성의 보장과 극한 상황에서 인간의 야수성이 그대로 표출되는 것을 보고 인간 본성에 대한 의문을 품었는데 인간의 기본적인 습성을 이해한다면 안전불감증에 사로잡혀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줄 듯 한 실험이었다. 루시퍼의 실험들은  나와는 상관없을 것 같은 폭력성이라든지, 남보다 우월하다고 믿고 있는 대부분의 선하고 평범하고 정상적인 사람들이 더욱 쉽게 유혹당하거나 결코 하지 않을 행동을 저지르기도 한다는 것을 역설하며 정신의학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다음으로 인상적인 석학은 스탠포드대학교 신경생물학자 로버트 새폴스키이다. 최근에 <연가시>라는 영화를 보며 연가시라는 기생생물이 인간의 뇌를 조종하여 죽음에 이르게한다는 한국형 재난블록버스터 영화였는데 연가시와 비슷한 기생생물에 관한 이야기이다. 기생생물은 포유동물 세계에 살면서 포유동물의 행동을 바꾸는 기이한 특징을 보이는데 로버트는 기생생물 톡소플라즈마라는 원생생물에 관한 실험을 통해 이 기생생물이 정신의학과의 연관관계를 밝힌다. 고양이의 창자에서만 유성생식을 하는 톡소는 고양이의 배설물을 통해 배출되는데 쥐같은 설치류가 배설물을 먹게 되면서  톡소에 지배를 당하게 된다.(이것은 상상만해도 간담이 서늘해지는 공포를 가져다준다.) 톡소에 감염된 쥐는 무의식적으로 고양이의 오줌냄새에 끌리게 되며 다시 고양이의 위장으로 돌아가는 것이 톡소의 삶이라는 것이다. 이런 톡소에 대한 연구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톡소에 감염된 사람은 임신한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재앙을, 일반사람에게는 뇌에 낭종이 생기게 되며 성격이 충동적으로 변하게 된다고 한다. 일례로 과속으로 자동차 사고로 사망할 확률이 많으며 오토바이로 사망한 사람에게는 많은 톡소가 발견되기도 한다고 한다. 톡소의 감염과 정신분열증 사이에 통계적 연관성이 있다는 문헌 또한 있다고 하니, 아마 정신분열 증상이 보이면 톡소에 감염된 것은 아닌지 의심해보아야 할 듯하다.

 

이렇게 마음에 관한 여러 가지 접근, 기억이라든지, 성격형성이라든지, 행복, 환경요인에 의한 생물학 분야의 접근과 인간의 본성을 살펴보는 다양한 실험, 경험과학의 연구 방법으로 인간의 자아에 접근하며 정신의학과 심리학을 넘나드는 세계적인 지성인들의 마음의 이론은 다채로우면서도 흥미진진하여 무엇보다 지루하지 않다. 그동안 모르고 있던 마음에 관한  지적 호기심을 무한 충족시켜주고 있어 흡족함이 든다.  EBS에서 하는 <자본주의란 무엇인가>다큐 시리즈 역시 세계 석학들이 자본주의에 관한 토론을 한다. 이런 다큐는 이야기가 지루할 틈이 없이 한가지 주제에 대해서 다양한 정의와 관점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었는데 한편으로는 '엣지다큐'라고 명명하여도 될 것 같다.  물론 엣지재단에서 엣지의 정의를 규정한 것이겠지만, 아마도 엣지란 한 가지 공통된 주제를 여러 사람에게 묻고 다양한 답을 통해 진리에 도달하는 방법을 추구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대답, 엣지재단이 말하는 마음은 무척 여러 각도의 접근이라 즐겁고 많은 것을 배우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엣지의 다음편도 기대를...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