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브
알렉스 모렐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가족들이 즐겨 보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이라는 프로그램인데 맨몸으로 정글에서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는 장면들을 볼 때마다 감탄을 하며 보게 됩니다. 메인인 김병만을 제외하면 고생하나 모르고 살았을 법한 아이돌이 자연에 귀화되는 모습을 보이며 삶의 의미를 체득해가는 과정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지금은 제법 집도 잘 짓고 야생에 익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처음 프로를 시작했을 당시 출연진들이 배고파 우는 모습이나, 아이돌 중에는 넘쳐나는 시간 속에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하자 시간이 주는 공허함을 달래지 못해 괴로워 눈물을 흘리곤 하였였죠.  하루종일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해 점점 말라가고 몰골이 처참해져 가는 그들이 한 말이 있어요. 자신들의 삶 가운데 이렇게 생에 간절함과 감사함이 드는 적은 처음이라고요. 궁핍과 문명의 결핍이  그들에게 준 것은 생존의 진정한 의미이자 삶의 본질이였을 것입니다. 살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그들은 뱀도 잡아먹고 굼벵이로 배를 채우며 먹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것을 보며 극한의 상황에서 깨우친 삶의 소중함을 간접적으로 전달하기에는 충분한 몸짓이 아닐까 합니다. 이렇듯 생의 의미는 부족할 때, 무언가가 결핍되었을 때, 간절해지는 것이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서바이브>이 책은 방황하는 청소년들에 무척이나 큰  위로가 되어주는 책이라 여겨집니다. 지금의 청소년들은 이런 부족함과 결핍이 주는 생의 의미를 대부분이 잘 모르고 있으니까요. 오히려 풍요에 익숙하기 때문에 조금만 어려움이 닥쳐도 헤쳐나가거나 이겨내려하지 않고 포기부터 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누구에게나 살아가면서 한번쯤 큰 고난과 어려움이 찾아옵니다. 그 시기는 사람마다 달라서 빠르게 오기도 하고 느리게 오기도 하죠.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 제인은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자 자살을 하려고 마음먹습니다. 제인에게는 죽음이 평안이고 위로이죠. 아버지가 자살해서 죽은 이후로 계속된 우울증세와 자살시도로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어떤 것으로도 소녀의 마음을 바꾸어놓지 못합니다. 그냥 죽고 나면 지금의 괴로움과 죄책감이 모두 사라질 거라는 믿음때문이죠.  아버지가 자살한 후 아버지의 죽음과 달리 딸로서 살아있다는 것이 제인에게는 죄책감이 되어 괴로움을 남기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책임을 묻지 않았지만, 엄마가 아빠의 빈자리를 그리워하면 할 수록 자신이 살아있음으로 인해 엄마에게 괴로움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제인의 죽음을 정당화시키지요.

 

일년 만에 집에 돌아가는 제인은 아무에게도 눈치채지 않게 비행기안에서 자살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어요. 죽으면 모든 괴로움이 끝이 난다는 즐거움에 오히려 마음은 홀가분하죠. 그러나, 비행기 화장실에서 약을 입에 털어넣는 순간 이상한 기운이 감지되면서 비행기가 추락합니다. 시간이 흐른 뒤 눈덮인 설원에서 홀로 깨어난 제인은 자신이 죽으려고 화장실에 갔기 때문에 살아남게 되었음을 깨닫고는 망연자실합니다. 그런 제인을 깨운 것은 살아남은 또 한명의 생존자 폴의 목소리였구요. 제인과 폴은 극심한 추위와 고립무원의 세상속에서 생존의 사투를 겪게 됩니다. 갈증과 배고픔,눈보라를 헤치며  밤이 되면 저체온증과 추위를 견뎌야 했습니다. 이런 극한 상황속에서 제인과 폴은 서로에게 자신들이 살아온 생을 고백하게 되며 그동안 자신들이 미처 깨우치지 못하였던 삶의 의미를 깨달아갑니다. 결핍이 이들에게 그동안 보지 못했던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하는 거죠. 폴은 형 윌이 죽은 뒤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린 채 반항으로 자신을 표현해왔지만, 누구보다 아버지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고 제인은 아버지의 죽음이후로 살아있다는 죄책감이 사라지면서 오히려 아버지를 위해서 살아야한다는 생의 애착을 느끼게 되요. 그런 사이 둘의 가슴에는 사랑이라는 온기가 가득 차 오릅니다. 이런 사랑의 온기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생을 포기하지 않도록 이끌어주는 힘을 주지만, 로키 산맥은 이들에게 쉽게 길을 열어주지 않습니다.

 

극한 상황속에서 제인과 폴이 벌이는 생존기는 매순간의 간절함과 삶의 소중함을 느끼기에 충분한 소설입니다.

 

살아있음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알기에 난 미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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