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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 - 난세 리더십의 보고 한비자
신동준 지음 / 인간사랑 / 201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서양에 군주론이 있다면 동양에는 한비자가 있다. <사기>를 읽다보면, 동서고금을 통틀어 최고의 난세로 춘추전국시대를 꼽는 이유를 잘 알수 있다. 그러나, 난세가 사전적 의미로 전쟁이나 무질서한 정치 따위로 어지러워 살기 힘든 세상을 말하지만, <한비자>의 저자 신동준은 체제가 변하는 시대로 표현한다. 춘추전국시대가 신분세습의 봉건체제에서 능력위주의 중앙집권적 관료체제로 이행하는 과정으로서 겪는 난세였다면, 지금은 미국이 오랜 세월 G1으로서 세계적인 헤게모니를 이행해왔지만, 새롭게 떠오르는 G2 중국으로 인해 이제는 '팍스 아메리카나'가 아닌 '팍스 시니카'의 도래와 신자유주의의 한계를 진단하며 새로운 체제로서의 이행과정인 현재를 난세로 보고 있다. 이런 난세에 《한비자》에 더욱 주목하는 이유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과 마찬가지로 공과 사의 영역을 엄격히 나누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다시 말해 혼란스러운 세상을 통일할 수 있는 방법은 강력한 군주의 중앙집권화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신新국부론이라 할 수 있는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저자들은 세계의 불평등과 경제불황의 원인으로 정치와 경제제도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이런 제도의 문제는 바로 정부(국가)의 실패로 보았는데 이러한 지적은 바로 한비자의 법치사상과 맞닿아있다. 막스 베버가 "합법적 폭력 사용을 독점하는 것이 곧 정부"라고 규정한 후로 이후 정부의 정의로 합법적 폭력기관으로 대변하게 되었는데 시장의 잠재력을 활용하고, 기술혁신을 장려하며, 인재 육성에 투자하고, 개인이 재능과 능력을 동원할 수 있는 경제제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중앙집권화와 다원적인 정치제도가 필요함이 저자들의 주장이었다. 이것은 한비가 난세에는 군권이 신권보다 막강한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군주가 아무리 현명할지라도 나랏일을 혼자 이끌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신하들이 군주를 위해 감히 충성을 다하려 들지 않으면 그 나라는 이내 패망하고 만다. 이를 일러 '나라에 신하가 없다'고 하는 것이다."
한비는 군주에게 사직을 지키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를 행하라고 충고하는데 하나는 나라를 부강하게 유지하는 부국강병이고 하나는 군권의 신권에 대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제신술이다. 중요한 것은 이 두가지가 군주 개인의 도덕적인 덕목과는 하등 상관이 없으며 이 부분은 유가의 제왕지술과 다른 차이점이다. 역대 왕조의 명군(위무제 조조와 당태종, 청대의 강희제 등)이 겉으로는 유가사상을 내세우면서 속으로 법가사상을 가미한 이유를 외유내법의 통치라고 저자는 말한다.
진시황은 한비의 법치술을 그대로 받아들여 공과 사를 엄격히 분리하여 난세인 춘추전국시대를 통일하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비 사후 2천여 년만에 한비의 통치술이 도치와 술치,세치등 4가시 통치술로 구성돼어 있다는 사실을 1940년대 사천대 교수로 있던 이종오가 최초로 발견하여 이후 노자의 도치, 한비의 '법치'가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있다는 '후흑구국'을 제창하며 서구 열강의 침탈로부터 중국을 보호하는 사상으로서 한비의 법치사상은 난세에 새롭게 떠오르는 리더십으로 주목받게 되었다.
"무릇 치국평천하의 길은 반드시 우선 백성을 잘살게 하는 데서 시작한다.백성들이 부유하면 다스리는 것이 쉽고, 백성들이 가난하면 다스리는 것이 어렵다."
글로벌한 경제위기는 바로 민생의 위기로부터 나온다. 민생의 실패는 곧 시장의 실패를 의미하며, 이것은 정치의 실패를 의미한다. 결국 이러한 실패들은 리더십의 부재로 연결되어진다. 리더십의 새로운 창조의 보고로 <장자>를 읽으면서 기존의 장자를 문예와 철학의 보고가 아닌 창조적 상상력을 제공하여 주는 리더십의 보고로서의 장자는 색다른 고전의 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 책은 리더십의 보고 두번째의 책으로 창조적 경영의 리더십에 초점을 맞추어 난세에 한비자를 읽어야하는 이유를 살펴보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를 되새겨보게 한다.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최근들어 주목받는 신국부론이라 칭하는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와 이어 <한비자>를 읽으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대의 요구'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유기체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만큼 <한비자>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저자들의 주장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져 있었다. 이천년이 흐른 뒤에 현 자본주의 국가의 한계점에서 한비의 법치사상이 새로운 패러다임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져 있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한편으로는 세계적인 석학들이 동양고전에 주목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