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 2024 노벨경제학상 수상작가
대런 애쓰모글루 외 지음, 최완규 옮김, 장경덕 감수 / 시공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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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배가 고파 빵을 사러 갔는데 그곳에서 한 여자가 내 눈길을 끌었다. 보기에도 너무 마른 여자는 옷이 더러웠고 언뜻 보기에도 가난해보였다. 여자는 빵가격을 보고 자신의 손에 든 동전을 헤아려보길 여러번 하더니 손에 든 돈과 가격이 같은 빵 한 봉지를 들고 계산대로 가서 계산을 한 뒤, 바로 의자에 앉아서 허겁지겁 빵을 먹었다. 나는 그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젊은 여자로 보였는데 그처럼 가난한 모습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가난과 빈곤의 실체를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불평등의 쉬운 예로 북한 주민들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는 뉴스보도가 나온 다음날, 북한의 지도자들은 180억을 들여 불꽃놀이를 하였다. 지구촌 어딘가에는 밥한끼 못먹어 굶어죽지만, 누군가는 음식이 남아돌아 썩어버리기도 한다. 이런 세계적 불평등은 어느 시대에도 존재했던, 지금도 존재하는 문제이다.  정치권력은 소수의 손에 편중되어 부를 축적한다. 지독히도 가난한 빈곤국가 이집트는 국민들은 가난하다 할지라도 이집트 대통령은 개인 재산이 무려 700억 달러에 달한다. 북한의 김정은도 아마 그렇지 않을까 싶다. 북한과 이집트, 아프리카, 그외 무수한 빈곤국가들이 번영을 누리지 못하는 이유를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저자들은  재능과 포부, 독창성, 미미한 수준이나마 그간 받은 교육을 한껏 발휘할 수 없는 사회 여건과, 비효육적이고 부패한 정부를 들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영국과 미국이 부유해진 것은 시민이 권력을 쥔 엘리트층을 무너뜨려 정치권력을 고르게 분배했고, 시민에 대한 정부의 책임과 의무가 강조되며 일반 대중이 경제적 기회를 균등하게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든 덕분이라고 한다. 이처럼 가난한 사회가 부유해지려면 근본적인 정치적 환골탈태가 필요하다. 성공적으로 정치변혁을 이루어낸 나라는 광범위한 사회운동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한 나라의 빈부를 결정하는데 경제제도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그 나라가 어떤 경제제도를 갖게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정치와 정치제도다. 정치 및 경제 제도의 상호작용이 한 나라의 빈부를 결정한다. 이것이 저자들이 제시하는 세계불평등 이론의 골자다.

 

이처럼 세계는 불평등하다. 아니 우리가 사는 세상자체가 불평등하다. 이런 불평등을 우리 나라와 북한과의 경제차이에서도 극명하게 알 수 있지만, 우리 나라처럼 담장 하나로 부와 가난의 엄청난 괴리감을 가지고 있는 나라가 있다. 바로  애리조나 주 노갈레스와 소노라 주 노갈레스이다. 애리조나 주 노갈레스가 소노라 주 노갈레스보다 부유한 이유는 국경을 두고 전혀 다른 제도가 시행되기 때문인데 저자들은 그 이유를 기업가, 개인, 정치인 모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치 ·경제제도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모든 사회는 국가와 시민이 함께 만들고 집행하는 정치 ·경제적 규육에 따라 제 기능을 수행한다. 경제제도는 교육을 받고 , 저축과 투자를 하며, 혁신을 하고 신기술을 체택하는 등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국민이 어떤 경제제도하에서 살게 될지는 정치 과정을 통해 결정되며, 이 과정의 기제를 결정하는 것이 바로 정치제도다. 이 책은 한나라의 빈부를 결정하는 데 경제제도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그 나라가 어떤 경제제도를 갖게 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정치와 정치제도이다. 따라서 , 저자들은 오늘날 제도가 서로 다른 패턴을 보이는 이유를  과거 역사에서 뿌리를 찾는다. 일단 사회가 특정한 방식로 조직된 이후에는 그런 경향이 지속되는 관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 또한 정치,경제의 상호작용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가난한 나라를 부유하게 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도 그런 관성과 그 관성을 유발하는 힘 때문이다.

결국 번영을 일부 기본적인 정치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기존의 이론들이 세계 불평등 원인에 대해 설득력 있게 설명하지 못했던 이유는 세계불평등을 설명하려면 서로 다른 정책과 사회적 환경이 경제적 인센티브와 행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해해야 하므로 경제학에 대한 이해와 그에 부수적인 설명으로 정치적 설명도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경제성장에는 포용적 시장의 잠재력을 활용하고, 기술혁신을 장려하며, 인재 육성에  투자하고, 개인이 재능과 능력을 동원할 수 있는 경제제도가 필요하다. 막스 베버는 사회에서  "합법적 폭력 사용을 독점하는 것이  곧 정부"라고 규정한바 있다. 중앙집권화되고 다원적인 정치제도를 포용적 정치제도라고 부르며 위에 말한 두가지 조건중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한다면 착취적 정치제도라고 부른다.

 

산업혁명이 유독 잉글랜드에서 싹이 터 가장 크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포용적인 경제제도 덕분이었으며 이런 경제제도는 명예혁명이 가져다준 포용적 정치제도의 기반 위에 마련된 것이다. 명예혁명은 경제적 필요성과 사회의 열망에 한층 더 민감한 개방적인 정치체제를 만들어주었으며, 산업혁명은 거의 모든 나라에 영향을 끼친 결정적 분기점을 만들어주었다. 프랑스는 17989년 프랑스혁명으로 절대왕정이 무너지자 포용적 제도를 향한 새로운 길이 열렸고, 궁극적으로 산업화에 착수해 고속 경제성장을 누릴 수 있었다. 혁명은 벨기에, 네덜란드, 스위스,독일과 이탈리아 일부 지역에서도 산업화에 불을 지폈다. 19세기 이후 전개된 주요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느냐는 궁극적으로 앞서 설명한 제도적 환경에 갈리게 되었으며,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는 세계불평등의 뿌리는 바로 이런 제도적 확산에서 비롯된다.

 

오늘날 국가가 실패하는 원인은 착취적 경제제도가 국민에게 인센티브를 마련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착취적 정치제도는 착취적 경제제도를 뒷받침해준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착취적 정치,경제 제도는 국가가 실패하는 근본 원인일 수 밖에 없다.  

 

세계적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어찌되었던 간에 현재의 경제위기를 타계할 방법을 세계적으로 모색해야 할 때이다. 기존의 낡은 패러다임으로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없을 듯 하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저자들은 나라의 성패를 가르는 제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안하고 있다. 저자들은 빈곤국가들의 빈곤에서 벗어나는 이유를 살펴봄에 있어 역사속에서 정치와 경제제도의 상호작용을 살펴보는 다차원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굉장히 방대한 분량임에도 책이 주는 가치가 엄청난 이유는 가난이라는 것이 이제 빈곤국가만의 위기가 아닌 전세계에 당면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너도나도 신자유주의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지만, 정부(국가)의 실패는 외면하고 있다. 기존에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여 구조적인 실패자체를 외면하던 시각에서 벗어나 정치의 실패는 곧 경제의 실패임을 이 책으로 확인하게 되었다. 국가가 잘 사는 방법은 저자들이 말하는 포용적 정치제도의 기반위에 포용적 경제제도의 도입이다. 더 쉽게 풀어 설명하자면, 기존에 정부의 실패의 요인은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여 경제를 모르는 정치인들이 정책을 만들었기에 국가(정치)의 실패를 가져온 것이며 글로벌 경제위기를 초래하게 되었다. 기존에 우리는 정치와 경제를 분리시켜 시장의 실패만을 이야기해왔지만 , 결론적으로는 정치의 실패라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들은 정치와 경제가 상호작용을 하며 정치권에서부터 구조적인 변혁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책의 골자이다. 현재 전 세계에 닥친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탈출시켜줄 빈곤과 번영의 정치학이자 경제학으로서 이 책은 심오한 가치를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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