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다 - 채소, 인류 최대의 스캔들
리베카 룹 지음, 박유진 옮김 / 시그마북스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채식주의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최근 들어 육식의 폐해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는 책들을 많이 보게 된다. 채식보다는 육식을 좋아하는 편인데 요즘들어 채식으로 바꾸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최근에 영화  <인류멸망보고서>에서 주인공 류승범이 오염된 쇠고기를 먹고 이상한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모습을 보면서 한동안 고기는 쳐다보지 않았던 것 같다.(근데 어느 순간 다시 먹게 된다)  어느 철학자가 말하길, 우리는 매일 누군가의 죽음으로 생명을 연장하고 있다고 하였듯이, 결국 육식이란 죽음과 생명을 바꾸는 일인지도........최근 유명 연예인들이 돌연 채식주의를 선언하는 이유가 궁금하기도 하였는데 이 책을 보면서  채소가 몸에 좋은 이유뿐만 아니라, 채소가 인류문화사에 어떤 작용을 해왔으며, 우리가 늘상 보아오는 채소에 숨겨진 비밀등 이제껏 어떤 책에서도 다루지 않은 채소문화사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과일과 채소는 우리에게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의 90%,비타민 A의 50%, 비타민B6의 35%,마그네슘의 25%, 니코틴산(B3),티아민(B1),철분의20%를 공급한다. 채소를 많이 먹으면,암과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확률이 줄어들고 기대 수명이 늘어나며 몸이 날씬해진다.

저자는 채소가 무엇보다 어떤 첨가물투성이의 제조, 가공식품들과 달이 '진짜 음식'임에도 인류 역사에서 오랫동안 업신여김을 당해왔다며, 채소에 대한 편견과 오해, 그리고 역사속에서 어떤 변천사를 겪어왔는지를 설명함과 동시에 채소의 영양성분까지 있어 영양학부분만이 아닌 실용적인 부분까지 설명해주고 있어 이 책은 '채소에 대한 보고'와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채소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다.

 

퐁파두르 부인이 샐러리의 소문난 최음 효과를 염두에 두고 루이 15세에게 셀러리 수프를 먹여 오랫동안 총애를 받게 되었다는 사실과  전설적인 18세기 엽색가 자코모 카사노바는 정력을 키우기 위해 셀러리를 즐겨 먹었다고 한다. 고대부터 아스파라거스는  최음제로 명성을 떨치기 시작하였으며, 아스파라거스의 새순이 외설스러운 이유로 여학교에 금지당한 사연이 공개되며 아스파라거스는 비아그라의 기능뿐만 아니라 울혈성 심부전에서 신장 결석에 이르기까지 온갖 질병의 특효약으로도 권장되었다. (책에는 오랫동안 루이 15세의 총애를 받아 유명해진 퐁파두르 부인의 아스파라거스 레시피가 실려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성욕증진제는 당근이다(의외의 결과). 당근에 많이 함유되어있는 비타민A는 세포의 성장과 증식을 돕고 면역계를 통제하는데 무엇보다 시력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다고 한다. 눈의 망막에서 비타민A가 간상세포속의 단백질 옵신과 결합해 시각 색소 로돕신을 생성함으로 어둠 속에서 사물을 잘 볼 수 있게 해준다고 하며  실제로 '시력 강화제'로 당근을 먹은 야간 비행사들이 전투에 성공한 전력이 있기도 하다.

 

최근 들어 밥 대체식품으로 더욱 가치가 높아진 옥수수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인간과 옥수수의 관계는 다른 어떤 채소보다 더 깊다. 과학자들은 옥수수가 약 9,000년간 재배되어 왔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는데  미국은 매 세끼를 옥수수를 먹는다. 그 이유를 흡혈귀에 비유한 점도 재미있다. 옥수수를 주식으로 먹으면 햇빛에 민감해지며 니아신의 부족으로 피부염에 자주 걸리기 때문에 펠라그라에 잘 걸린다고 한다.

 

가지에 븥은 별명 또한 재미있다.가지를 발광 사과 또는 미친 사과라고 하는데 가지는 취식자들을 즉시 발광시킨다는 평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한동안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주는 채소로 각인된 가지는 발광만이면 다행이지만 열병, 간질 , 주체 못할 욕정을 유발하기 쉬웠다고 당시 사람들은 믿었던 것 같다. 상추는 고대의 수면제로 사용했으며 반反 최음제의 기능을 가지고 있어 한때 기혼자들이 상추를 많이 먹으면 아이를 적게 낳게 될 것이라는 말도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상추를 먹고 태어난 아이들은 게으르고 어리석으며 까다로운 사람이 되므로 기혼자들에게는 좋지 않은 음식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이것은 유럽인들의 평이었고 이집트인들에게는 상추가 성적 흥분을 이끌어내는 채소로 알려졌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의 차이는 상추의 양에 있다. 상추를 조금 먹으면 상추 락톤의 영향으로 쓴맛과 곤충으로 부터 보호하는 진정제의 역할을 하게 되고 많이 먹을 경우에는 코카인 같은 유액 성분 트로판 알칼로이드가 작용하게 되어 행복감과 희열, 성적 흥분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유럽인들은 상추를 많이 먹지 않고 조금 먹었기 때문이라는 결론이다.

 

책에 나온 스무 가지 채소들은 우리의 일상 식탁에서 매일 볼 수 있는 식품이다. 나는 새삼스럽게도 이 모든 채소들에 잠재되어 있는 무궁무진한 영양소에 대해서 다시 배우는 기분이 들었다. 오이, 셀러리, 고추, 양파, 아스파라거스, 빈, 양배추, 당근 , 옥수수, 가지 , 상추, 멜론, 완두콩,감자, 호박, 래디시,시금치, 토마토, 순무까지 모두 최음제 또는 비아그라(정력제) 기능이 있다는 사실도 새롭게 안 사실이다. 그러고보면 자연에서 나는 모든 것들은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는 것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주변에 갑작스레 몸이 안좋아져 자연스레 채식주의자가 된 사람들이 많다보니, 건강을 위해서 채식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문득 들게 된다. 그래서 그런 걸까. 저자가 서문에 세상을 훌륭하고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 정원을 가꾸라고 하는 이유가 이제는 채소를 먹기 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문화사의 한 페이지의 주인공으로서 자연과 더불어사는 삶을 조언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채소는 먹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살아가기 위해 존재하는 유일한 자연식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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