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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키 동남아 - 사랑과 행복의 상징 두리안을 찾아 떠나는 힐링 로드
김이재 지음 / 시공사 / 2012년 8월
평점 :

동남아에서는 "두리안을 잘 먹는 남자와 결혼한 여자는 평생 행복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전 세계가 불황으로 허덕거리고 있는 와중에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우리가 늘 우리보다 뒤쳐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동남아 국가들이다. 내가 사는 곳이 시골이라 그런지 유난히 다문화가정을 많이 보게 된다. 하지만, 다문화가정을 보면 왠지 걱정이 앞서는데 그녀들을 보면 그녀들이 수준이 낮아서가 아니라, 너무 어려서 놀라고 말이 너무 빨라서 놀란다.이 먼 곳까지 시집와서 남편에게 사랑받는다면 모르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이 불행한 얼굴들을 하고 있어 더 안쓰럽다. 아마도 알게 모르게 동남아에 대한 편견의 벽은 우리가 생각하는 벽보다 무척 높지 않을까...
<펑키 동남아>의 저자는 이런 동남아의 편견을 깨뜨려주는 좋은 책이다. 책의 서문에 동남아에서 '과일의 왕'이라 불리우는 '두리안'을 설명하면서 두리안 껍질이 가시가 날카롭고 삐죽뿌죽하여 쉽게 잡을 수 없지만, 껍질을 벗기고 나면 그 안에 부드럽고 향긋한 커스터드 크림같은 속살이 나온다고 하는데 이 표현처럼 동남아 사람들에 대한 날카롭고 삐죽삐죽한 편견을 버리고 동남아를 바라본다면 동남아의 속살이 얼마나 부드럽고 향긋한 지를 알 게 될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번 여행을 부와 행복, 사랑과 희망의 상징이며 동남아에서만 생산되는 과일의 왕, 두리안을 찾아 떠나는 힐링 로드라고 말하고 있다. 그 이유는 두리안 산지가 모계사회의 전통이 강해 씩씩하고 멋진 여성이 많고 어린이가 행복한 곳이며, 행복한 사람들이 많은 '행복 밀집 지역'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래 전 박칼린의 <그냥:)>에서 삶의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삶의 다양성이란 세계를 다양성의 시각으로 바라보게 될때 세계는 엄청난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수많은 사상과 이념들의 다양성 한가운데에서도 그 모든 것들을 동시에 지니려 애쓰게 되면 자연적으로 편견과 비판의 노예가 되지 않고 균형 한 가운데에 서 있게 되며 그 깨달음은 열정으로 발산된다는 뜻이다. 이 말은 오랫동안 잊히지 않은 채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었다. 그만큼 삶을 다양성이라는 시각으로 본다는 것은 엄청난 가치를 지니며 삶을 아름답게 해준다. 반갑게도 이 책의 저자가 그런 다양성의 시각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 저자는 여행을 하면서 그 나라의 단면만을 보지 않고 여러가지 다양한 삶을 소개해주고 있으며 그 삶들을 통해 세계가 지닌 가치로서 독자들에게 삶의 다양성을 체험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고 있는 것이다.
책에는 무척 다양하면서도 각 나라들의 특징과 문화, 음식, 역사를 들려주고 있는데 내게 가장 인상적인 부분들은 이들 나라가 가지고 있는 교육정책이었다. 싱가포르가 가장 부유하고 경쟁력있는 국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남다른 인재교육에 대한 정부의 노력덕분이었는데 , 싱가포르는 초등학교 때 시험을 통해 계속 공부할 학생과 직업학교로 보낼 학생을 나눈다고 한다. 이후 우수한 학생들은 국가로부터 특별한 지원과 다양한 교육적 혜택을 아낌없이 지원받게 되며 국비장학생으로 외국에서 공부하다가 나중에는 싱가포르 정부를 위해서 일하게 된다고 한다. 이렇게 영재교육을 국가차원에서 장려하고 있으며 이런 고급 인재들로 채워 진 정부는 세계 최고의 문화와 예술의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변화와 변신의 노력을 끊임없이 한다. 그래서 싱가포르의 정부를 세계 최고 수준의 '나비 정부'라고 부른다.
태국의 어린이들의 교육법 또한 이채롭다. 태국 어린이들은 영어 몰입 교육이나 수학과학 영재교육은 모르지만, 어렸을 때부터 감사하는 태도와 인사하는 법, 행복해지는 지혜, 가족과 친구들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법, 자연환경을 보호하는 법을 집중적으로 배우고 익힌다고 한다. 모든 생명을 소중히 생각하는 태국 사람들이 물고기들에게 유기농 채소만 던져주는 모습도 무척 인상적이었고 사진을 통해 보는 동남아 사람들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밝고 온화한 표정들이다. 그들은 모두 성적 소수자를 포용할 줄 알고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기 위해 노력하며 자신들의 나라의 문화를 존중하고 아낀다.
위에 동남아 나라중 가장 부유하고 행복한 나라들이 이번 여행 코스였으며 행복 밀집 지역이라고 저자가 말하듯이 각 나라마다 행복이 넘쳐나는 분위기다. 전통음식도 한 번 꼭 먹어보고 싶을 정도로 맛있어 보이고, 사진들만 보아도 즐거운 여행기분이 절로 느껴진다. 그리고 각 나라들마다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정책도 볼 수 있어 무척 유익한 책이다. 그러나, 책의 마지막에 한국을 저자는 우울한 사회라는 소제목을 달았다. 나 역시도 슬픈 것은 우리사회가 이제 아무도 자연을 사랑하는 법을 아이에게 가르쳐주지 않으며 어른들을 공경하는 법을 수학공식 외우듯이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것이 슬프다. 자살 1위를 몇년째 기록하고 있는데도 왜 우리는 아무일도 하지 않는 걸까. 바쁘게 살아오면서 우리는 정말 많은 것을 잃고 살아온 것 같다. 우리가 못사는 나라라고 우습게 보아왔던 동남아의 작은 나라들은 이미 그들의 문화유산을 최고의 관광지로 둔갑시켜 변신에 성공하였고 세계에서 자신들의 가장 큰 장점을 국가 경쟁력 삼아 국제시장에서 점점 우선권을 선점시켜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왜 제자리걸음을 하는 기분이 들까. 행복하기만한 동남아사람들을 보며 우리나라 사람들도 저렇게 행복해봤으면 하고 부러워지는 건 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