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군, 그 위험한 거울 너머의 역사담론 1
오항녕 지음 / 너머북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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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에 대한 새로운 조명이라는 것은 무슨 뜻일까. 나는 종종 광해군과 연산군에 대해서 새로운 평가를 하는 것에 감을 잘 잡지 못하였다. 실제로 둘 다 폭군의 이미지이고 조선을 부강하게 만들지도 못하였을 뿐아니라 오히려 역으로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조선에 이런 왕들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가끔 드라마나 영화에서 만들어지는 왕에 대한 이미지에 따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시시때때로 달라지는 거 보면 , 역사의식 자체가 없는 일반사람들에게 정치와 임금, 그리고 역사의 이미지는 만들어기 나름이라는 것은 이 세가지 키워드, 정치와 임금,역사라는 것이 상징으로  세뇌시키기에 얼마나 쉬운가를 떠올리곤 한다.

 

 

이 책은  사료《광해군일기》라는 자료에 충실하여 광해군에 대한 새로운 조명이 아닌 광해군의 역사를 살펴본다. 저자는 20세기에서 21세기에 조명되기 시작한 광해군의 중립외교에 대한 재평가에 대해서도 자신의 주관보다는 광해군 시대를 면밀하게 살펴보았다. 광해군 시대는 한편으로는  조선이 근대사회로 넘어가지 못하고 중세에 머물게 된 가장 핵심적인 요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광해군에 의한 재평가의 시작은  '인조반정'이 '근대 역사주의적 역사관'에 의해  새롭게 재평가받으며 부활하게 된 것이다. 저자는 이런 근대주의에 포섭된 조선 근대의 '부정적 측면'에 대해서 조금 더 거시적인 안목의 역사사관을 일깨워주기 위해 광해군의 역사를 살펴보기를 권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두가지의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는 사실과 광해군에 관한 새로운 평가는 정당한 명제인가.

 

또 이 책은 《광해군일기》 사료에 충실하였는데 이 광해군일기를 비판하는 이유의 하나가 서인들이 편찬하였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누가 편찬했기에 믿을 수 없다는 것 자체가 참인 명제가 아닐뿐 더러 누가 편찬한 사료든 어떤 이유로 믿을 수 없다는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서인이 편찬했다는 사실로 비판 받는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한다. 인조반정이후에 후에 남인과 북인도 참여한 사료이기에 믿을 수 있는 사료이다. 광해군일기는 광해군 재위당시 기록된 사관의 사초, 국왕에게 보고하거나 관청끼리 주고받은 문서이다. 따라서 재위 당시의 기록이므로 인조반정을 예상해서 편파적으로 작성했으리라고 보기에는 어렵을 뿐더러  광해군 일기는 중초본과 정초본이 다 남아 있어서 원래기록에서 어떤 기록을 빼려고 했는지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광해군일기》를 통해 광해군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이유는 최근 광해군 재평가의 시조 또한  《광해군일기》에 의존한 사실이다. 그런 거 보면 광해군일기는 비판할 수 있는 자료이기도 하지만, 추앙할 수 있는 자료도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책은 조선 15대 임금 광해군 시대를 세 시기로 나누어본다.

1기 즉위부터 1613년 계축옥사까지

2기 1613년부터 1618무렵까지

3기 1618~인조반정까지

 

 

 

책은 광해군의 역사를 말한다. 저자의 주관적인 역사사관의 저술이 아니라 사료 <광해군일기>에 실린 원문에 충실하게 현재 광해군에 대한 재조명까지의 보다 총체적이고도 거시적인 안목을 제시하고 있다. 역사에는 가정이란 없다고 하지만 만약에 인조반정이 성공하지 않았다면, 광해군은 성군이 될 가능성은 과연 몇 프로나 될까?  물론 광해군이 집권 당시의 시대는 난세였다. 그 와중에 임진왜란으로 피폐해진 조선을 회복시켜야 했고 붕당정치속에서 바른 정치를 하기위해 노력해야 했다. 그러나, 근대라는 과정을 일본의 식민지로 겪어야했던 우리나라의 역사에 광해군이라는 임금은 많은 것을 시사하는 동시에 현 우리나라 정치상황과 잘 맞닿아있다. 광해군에 대한 재조명까지는 좋지만, 역사에 기록되어 있는 사료대로의 광해군은 솔직히 성군에 끼지 못할 재목이라고 본다. 아무리 정치가 도덕적인 개념과는 무관하다고 하지만, 광해군이 중립외교를 펼친 것외에는 딱히 왕으로서의 자질은 극히 의심스럽다. 상징을 만들고 그 상징에 지배받으며 사는 것이 정치습성이라고 보면 광해군의 만들어진 이미지가 아닌 실제의 모습 또한 중요하다. 역사에 대한 바른 인식이야말로 앞으로 계속 바꾸어가야할 미래를 쓰는 일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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