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바리 부인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52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민희식 옮김 / 문예출판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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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은 좋은 책을 연결해준다.

<세계가 두번 진행되길 원한다면> 을 읽으면서 <플로베르의 앵무새>를 읽고 싶었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만난 줄리언 반스의 작품을 읽고 이 작가의 다른 책은  어떨까하는 호기심을 남아있었다. <세계가 두번 진행되길 원한다면>에서는 플로베르의 앵무새 주인공이 보바리부인을 떠올리면서 소설속의 주인공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플로베르의 앵무새를 읽으려면 보바리부인을 읽어야 했다.그러나, 사치와 향락으로 연상되어지곤 하는 보바리부인이 이제는 다르게 보여지기 시작했다. 예전의 나는 참 한심한 여인이라 생각했었다. 불륜, 간통, 향락과 사치, 현실적이지 않은, 꿈속에 사는 여자 보바리.

문득 책을 다 읽고 떠올리는 생각은 누가 이 여인에게 돌을 던지겠는가? 이다..

 

 

수녀원에서 생활하던 엠마는 늘 낭만주의 작품을 읽어왔다. 그녀가 생각하는 결혼생활은 멋진 남자와 시를 읊고 문학을 이야기하고 분위기 있는 식탁에서 우아한 생활을 하는 것이었다. 소설처럼, 그러나 결혼한 후에야 보바리가 멋지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시를 읊거나 문학을 이야기하는 일은 더더구나 일어나지 않았다. 우연히 오페라에 참석하게 된 엠마는 그곳에서 가면무도회와 북적거림과 황홀함, 대담한 쾌락과 같은 미지의 흥분에 사로잡힌다. 이때부터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자, 의사는 신경성 병으로 환경을 바꿔주라는 충고를 하는데 이에 보바리는 조금 큰 마을 용빌이라는 곳으로 이사가기로 한다.

 

이삿날이 가까워진 어느 날, 엠마는 서랍을 정리하다가 뭔가에 찔렸다. 그것은 결혼 꽃다발의 철사였다.엠마는 꽃다발을 불속에 던져버렸다. 그것은 마른 짚보다 더 빨리 타버렸다.그리고 잠시 후 재 위에 새빨간 덤불 모양이 만들어지더니 서서히 무너졌다.

 

이것은 앞으로 펼쳐질 엠마의 결혼생활에 대한 복선이다. 결혼 꽃다발이 무너지는 것처럼, 그렇게 엠마의 현실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엠마는 언제나 꿈을 꾼다. 수도원에 입학할 때도 토스트에 도착했을 때도 보비에사르에서도 어디서나 새로운 생활을 꿈꾼다. 자신이 겪은 이제까지의 생활은 늘 지루함 투성이였고 언제나 우울했으며, 소설처럼 환상적인 일이 아직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행복한 일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엠마를 꿈꾸게 했다. 용빌에서 만난 젊은 서기 레옹은 자신이 늘 찾아헤매던 조건을 갖추고 있는 아름다운 남자였다. 그는 시를 읽어주고 문학을 말하며 태양을 볼 때는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이었다. 보바리 부부는 레옹과 같이 어울리곤 하였는데 그때마다 레옹에 비해 한없이 촌스럽고 초라한 ,그러나 우직한, 그리고 미련한 보바리에게 더욱 싫증을 낸다.

 

그녀의 마음은 욕망과 극심한 고통과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 주름이 똑바로 잡힌 옷은 동요하는 마음을 감추고, 정숙해 보이는 입술은 미칠 것 같은 괴로움을 털어놓지 않았다. 그녀는 레옹을 사랑했다.

이리하여 육체적인 욕망도, 금전적인 욕망도, 그리고 정욕에서 오는 우울증도 모조리 하나의 괴로움 속에 한데 뒤엉켜버렸다.

 

레옹이 갑작스레 떠나고 엠마앞에 나타난 카사노바 로돌프. 로돌프의 눈에는 엠마의 그런 욕망들이 보였나보다. 엠마를 처음  본 순간 자신의 여자로 만들겠다는 장담을 한다. 엠마의 눈에 로돌프는 용빌의 다른 사람과는 다른 뭔가 세련된 것들이 있었다. 아무도 안 입는 꽉 끼는 조끼라든지 가죽장화라든지 , 허영심이 강한 엠마는 그의 풍채에 매료된다. (참 이런걸로 사람에게 반한다는 거 , 웃기는 일? ) 하지만, 로돌프는 카사노바라는 거. 엠마는 결국 버림받는다. 그리고 다시 나타난 순정남 레옹. 둘은 사랑에 빠지지만 젊은 남자와 사랑하는 데에는 그만한 댓가가 있어야 한다. 엠마는 결국 파산하고...............

 

그러나 뭐라 해도 그녀는 행복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한 번도 행복한 적이 없었다.

어떠한 미소에도 권태의 하품이 숨겨져 있다.어떤 환희에도 저주가,  황홀한 키스에조차 충족되지 못한 더 큰 쾌락의 욕망이 입술에 남는 법이다. 

 

 보바리즘의 저자 쥐 드 골티에에 따르면 보바리즘이란 자신과 자신이 실제로 그러한 것과는 다르다고 스스로 믿는 능력이라고 한다. 플로베르의 소설에서 엠마의 전 생에 영향을 미쳤던 것은 처녀 시절 수도원에서 매일 읽었던 낭만주의 문학의 영향이었다. 그녀는 소설이 주는 이상을 꿈꾸며 세상을 바라보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현실과 이상이 엠마에게 주는 선물은 오로지 좌절뿐이었던 것이다. <세상이 두번 진행되길 원한다면>의 저자 정혜윤은 플로베르의 주인공들은 모두  인간의 본질을 이루는 '자신은 자신이 그러한 것과는 다르다고 스스로 믿는 능력'이 병리학적 양상을 제시하면서 나타난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한다. 보바리도 아내의 권태와 증오는 모른채 행복한 가정이라는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다. 가장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다른 주인공들도 마찬가지다.   약제사 오메는 더한 속물캐릭터이다.  오래 전에 엠마를 시쳇말로 된장녀로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상을 꿈꾸고 늘 자신의 세계를 확인하고 싶어하며. 책을 사랑하고, 스스로 우아함을 잃지 않았던 엠마에게 누가 돌을 던지겠는가? 엠마는 단지 꿈을 꾸었을 뿐이다. 깨어나지 못한 지독한 꿈을. 그리고 그것이 자본주의가 주는 선물이라는 것을 몰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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