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 자연학자 이브 파칼레의 생명에 관한 철학 에세이
이브 파칼레 지음, 이세진 옮김 / 해나무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인간은 어디서 왔으며 어떻게 생겨났고 어디로 갈 것인가? 이것은 철학자들이 언제나 고민하고 있는 문제이다. 어쩌면 인간은 평생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투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이 이라는 형태로 보여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우리는 어디서 왔을까? 이것은 철학자 뿐만이 아니라 과학자들에게도 중요한 문제이다. 끊임없는 사유속에서 증명되었던 진실처럼, 과거 우리가 진실이라 믿었던 것들이 언제나 이 물음으로 인해 진실을 찾아내듯이 말이다. 그런 사유속에서 증명된 가장 쉬운 예가 아마도 지구 중심의 사관이 진실인 마냥 인간이 오만함에 취해 있을 때  코페르니쿠스가 지구가 태양의 주변을 돌고 있다는 지동설을 주장하게 되었던 일이 아닐까 한다. 지구가 태양을 돌고 있다는 것 , 그것은  우주는 인간이 중심이 아니라 우주가 중심이라는 쇼킹한 사실로 인하여  지구는 우주의 중심점이라는 엄청난 특권을 포기해야 했다. 이와 같이 현재에 대한 물음은 언제나 진실을 추구하고 증명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리고 이  발견으로 인간 중심적 관점에서 탈피하여 우주에서 우리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코페르니쿠스적 우주관'이 생겨나게 되었다.

 

이에 현대적 의미의 우주론은 아인슈타인으로 시작되었지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가설로 인해 아인슈타인의 우주상수가 졸지에 설자리를 잃게 되면서 아주 작은 무언가가 대대적인 폭발을 일으켜 우주가 탄생한 후 지금까지 계속 팽창하고 있다는 빅뱅이론이 과학적 창조론으로 수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빅뱅이론은 현재 우주의 질량과 에너지에 맞먹는 엄청난 양의 원자재부터 확보해야하는데 빅뱅이론은 원자재의 출처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 다짜고짜 폭발부터 시작하고 있다. 따라서 빅뱅이론은 우주탄생의 청사진으로서는 무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등장한 것이 최근의 다중우주론이다.

 

이렇게 우주에 대한 시각조차도 단 하나의 우주가 아닌 다중 우주론의 가능성을 제시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기존의 패러다임을 깨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언제나 존재한다. 천동설을 깨고 지동설이, 상대성 이론에서 빅뱅이론, 다중우주론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처럼 과학은 절대적이지 않다. 과학은 그만큼 유동적이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말이다.

 

프랑스의 자연학자이자 철학자인 이브 파칼레는 유물론자이자 무신론자이다. 물론 나는 유신론자이다. 과학자이자 무신론자이자 유물론자의 학문은 조금은 불편하다. 왜냐하면 신의 존재를 부정함으로 자아도취감에 빠지기 쉽기 때문에 대부분의 무신론자이자 유물론자에 과학자들의 글은 자기기만 투성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이도 이브 피칼레의 글은 시종일관 유쾌하고 명료하며 겸허하다. 광대한 우주 속에 낱알 한 톨 같은 존재에 불과한 인간이라는 전재 때문인지 그에게는 어떤 기만이나 자아도취감은 보여 지지 않는다  

인간의 혼란스러운 정신은 과학을 다른 분야들과 함께 싸잡아 일종의 신념으로 보고자 한다.

과학은 종교와 달리 골치 아픈 질문 공세와 까다로운 검증을 사랑한다.

과학은 자신이 말한 것을 절대적으로 확신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신앙이나 미신과 구별된다 

 

이브 피칼레는 생명의 탄생을 하나의 빅뱅이론처럼 물질이 복합되고 조직화되려는 내재적 성향, 엔트로피가 떨어져 죽음에 이르지 않게끔 맞서 싸우려는 성향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생명은 기적이 아니라 충동에 가까운 양자 진공의 진동처럼 보는 것이다. 거대 분자들이 상하관계를 맺고 협력하여 전세포를 만드는 데 박차를 가하고, 결국에는 진짜세포를 거쳐 생태계에 부합하는 유기체를 이루고 , 그 가운데에 인간이 탄생하고.....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인간이라는 종은 아무것도 아니다. 우주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인간이 사라져도 북극성 주위에는 아무 변화도 없을 것이요, 거대한 별 베텔게우스나 안드로메다 은하는 무사하고 평온하리라. ‘나비 효과도 지구와 그 변두리 너머까지 작용하지는 않는다! 미미하도다,

인간이여! 그렇지만 한편으로 당황스럽다.

 나의 유물론은 시적이면서도 반어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시 근원적이고도 원초적인 질문으로 돌아가 우주는 어디에서 왔는가에 대하여 저자 이브 파칼레는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의 원자론과 유물론을 계승한 책),에서 발췌한 시와 더불어 철학하는 식의 구성으로 첫장 137억 년 전, 우주는 양자 진공의 경이로운 진동에서 비롯된다. 무에서 태어난 우주는 여전히 팽창을 거듭하고 가속화되어 더욱 커 졌다. 그런 와중에 우주가 10억살이 되자 별들의 시대가 시작된다. 45억년이 되자 태양계가 생기고, 445000만년에 드디어 생명이 깃들 수 있는 행성이 등장한다.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의 우둔함과 영광이 하나의 이미지 속에 새겨졌다. 미세한 은 입자들에 대한 빛의 장난으로..........지구는 결코 엄청난 세계가 아니다. 기껏해야 엄청난 농담일 뿐.

 

우주 40억년이 되자, 세포가 형성되었는데 인간의 DNA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어떤 과학자들은 DNA를 지닌 최초의 유기체를 바이러스라고 보는데 많이 바이러스들이 지니고 있는 핵산은 RNA. 저자 역시 바이러스를 생명의 기원으로 보고 있는데 바이러스를 생명체의 토대로 보는 것이 이 책의 가장 쇼킹한 부분이었다. 이 부분은 아직도 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다고 하는데, 이것을 저자가 시로 표현한 부분이 참 재미있다. (저자의 위트가 보이는 부분이기도 ^^;;)

 

우리 조상이 바이러스라면

우리의 못된 성품도 설명될 텐데

 

우리 조상이 바이러스라면

우리는 우리 자신의 치명적 질병이 되려나?

 

우리조상이 바이러스라면

아무것도 아닌 것의

아이러니에 빠지게 되려나?

 

우리 조상이 바이러스라면

우리 철학자들은

연회를 떠날 때를 알게 되려나?

 

그러나, 이브 파칼레의 신은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에는  이런 우주에 대한 사랑이 철학과 과학과 어우러져  우주의 위대함을 말하기엔 충분하지만,  슬프게도 오늘 신문에는 2011년도 노벨물리학상 공동 수상자인 브라이언 슈미트 교수가  "우주는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면 결국 사라져버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생명이 기적이 아닌 하나의 입자운동으로, 우주가 무에서 창조되었다고 하는 이브 피칼레에 의하면 무에서 창조되었으니, 무로 돌아가는 것 또한 자연의 섭리 이겠지만 결국 언제가는 사라져갈 운명은 인간만이 아닌 것이리라... 이브 피칼레의 책은 처음 접하였으나, 위에 말했듯이 굉장히 위트있고 재치있어 방대한 분량이지만 무척 쉽게 읽힌다. 우주와 생명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으로 시작된 신은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는  루크레티우스의 시와 중간중간 철학자들의 사유와 과학자들의 우주론이 잘 어우러져 기존에 볼 수 없었던 특별한 철학에세이이다. 저자는  신은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에서 우주와 생명의 기원을 시적 유물론또는 반어적 유물론과 더불어 기획하였다고 밝히는데 그에게는 이제  마지막 인간에 대한 질문이 남아있다고 한다. 그 인간에 대한 물음은 그의 다음 책 <인간의 장편소설>에서 선보인다고 한다.  우주와 생명에 대한 그의 특별한 사유가 돋보이는 책이었으며, 다음 작품도 기대하게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