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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왜 싸우는가?
김영미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세계는 왜 싸울까? 지구촌 한 곳에 여전히 전쟁중인 나라가 있다면, 중동에 있는 나라중의 하나일 것이다. 중동 지역의 참혹한 실태를 가끔 보는 다큐멘타리를 통해 만나본 적이 있다. 거기서 어린아이들의 장남감이 진짜 총이라는 것에 충격을 받았었다. 그때 얼핏 머릿 속에 스쳤던 생각은 저주받은 민족이 저런 민족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었다. 굶어 죽더라도 증오심을 안고 사는 사람들, 세계는 빠르게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었고 급변하고 있는 세계 정세속에서 문명의 혜택은 커녕 어릴 때부터 전쟁을 배우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내게 저주 받은 민족으로 비춰지기에 충분했다. 저주 받은 땅과 같은 느낌, 현재 자행되는 국제 사회의 분쟁과 테러, 갈등과 번민의 원상지인 그곳을 집중 조명한 <세계는 왜 싸울까?>를 읽으면서 비로소 중동지역에 대한 실상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책은 전부터 읽으려고 구매해 놓고는 읽지 못하고 있던 책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전쟁이 주는 낯섬과 이질감 때문이었는데 한편으로는 바쁘게 살다보니 전쟁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컷던 탓이었는데 읽는 동안 나의 이런 무사안일한 태도(무심함이)가 중동의 많은 민족들이 여전히 저주 받은 삶을 답습하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에 미치자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많은 반성을 하였다.
단 몇시간 전에 시리아와 인접한 레바논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지지 세력과 반대파의 충돌로 사망자가 속출했다는 긴급뉴스가 타전됐다. 게다가 최근 이란의 핵 개발프로그램과 관련, 이스라엘이 미 대선(11월)이전에 이란을 공격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려는 이란의 위협과 '아랍의 봄'으로 불리는 중동 민주화 시위가능성에 대응해 군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중동지역은 여전히 분쟁중이고, 며칠 전만해도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
부귀와 영화의 땅이었던 레바논은 오랜 세월 동안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왔다. 평화로웠고 아름다운 섬이 순식간에 분쟁에 휘말리게 된 것은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격으로 중동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이후 이스라엘의 박해를 피해 팔레스타인을 탈출한 난민들이 레바논 국경을 넘어오게 되면서 시작된다. 팔레스타인 난민을 받아주었다는 이유로 이스라엘의 침공을 받게 되면서 엉뚱하게도 레바논 자국민들의 싸움을 부추기게 되었는데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거의 이슬람을 믿고 있었고 레바논에도 이슬람을 믿는 국민들이 많다보니 이스라엘 침공에 대한 원망과 미움이 기독교인들에게 옮아가게 되면서 레바논은 자국민들끼리의 종교 싸움이 되어 내전으로 격화되고 여기에 미국이 가세하면서 순식간에 평온하였던 레바논은 전쟁의 나라가 되고 만 것이다.
중동 지역하면 종교분쟁을 빼 놓을 수 없는데 그 중심에는 이슬람의 두 종파가 있다. 이들의 오랜 증오의 굴레는 수니파와 시아파라는 종파의 후계문제로 발단이 되었는데 수니파는 전체 이슬람 중 80%~85%를 차지한다면 시아파는 10~15 퍼센트이다. 이라크는 시아파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란은 시아파 종주국이라 할 수 있다. 이란은 전국민이 시아파이고 레바논의 헤즈볼라 정당은 시아파이다. 이란 , 이라크, 레바논의 시아파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 외의 대부분의 아랍국가들은 수니파이다. 시아파와 수니파는 천오백년이 흐른 지금까지 싸우고 있으며,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부모로부터 서로를 증오하는 저주를 배우며 자란다. 그리고 이들의 분쟁의 중심에는 언제나 이 시아파와 수니파가 있다.
아름다운 섬나라지만 열강들의 오랜 식민지였던 동티모르가 독립 9일 천하 후 인도네시아의 식민지가 되면서 불행이 다시 시작할 뻔하였으나 용감한 두 기자에 의해 인도네시아의 폭력이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되고 유엔평화유지군에 의해 독립을 하게 된 것은 전 세계사람들이 하나가 되어 인류애를 실천하게 된 소중한 경험으로서 저자는 국제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다른 나라의 아픔에 침묵하지 말고 우정과 용기를 보여 주어야 하는 것이 진정한 인류애라고 한다. 그러나 그와 반대로 국제 사회가 침묵하여 불행해진 국가도 있다. 바로 체첸인데 , 동티모르와는 반대로 체첸은 오랜 식민 지배를 했던 러시아와 갈등이 시작되었다. 내부 분열에 몸살을 앓던 체첸에서 세계적 규모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러시아는 본격적으로 체첸을 공격하게 되는데 이때 체첸을 도와주는 세력이 바로 이슬람세력이다. 국민 대부분이 이슬람교를 믿고 있던 체첸을 러시아가 공격하자, 과격 이슬람 단체들은 이슬람 세력의 투쟁이라는 종교전쟁으로 인식하고 이슬람 전사들과 군자금을 지원한다. 그 결과 체첸은 독립과는 더욱 멀어진 길을 가고 있다.이렇듯 국제 사회의 무관심으로 체첸의 독립은 더욱 힘들어지고 오히려 체첸은 국제 사회에서 테러의 중심지가 됨에 따라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되어 버렸다. 동티모르처럼 국제 사회가 단결하여 연합하였더라면 체첸이 이렇듯 테러집단의 형태로는 되지 않았을 텐데 러시아와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느라 서로 묵인하고 침묵한 결과는 체첸이라는 테러집단의 탄생이었다.
중동의 눈물이라 불리는 쿠르드 족은 온갖 박해와 설움을 겪는 민족으로 나라없이 떠돌아다니는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민족이다. 4,000만명이나 되는 인구가 이라크, 터키,시리아, 이란 등에 모여 살고 시리아나 레바논에도 흩어져 유목생활을 하는 민족이다. 그러나 이 쿠르드족은 오랜 역사와 고유문화를 가지고 있는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메데족이다.
풍부한 자원이 부른 재앙으로 분류된 나라는 이라크와 시에라리온을 통해 볼 수 있는데 이라크의 석유만이 아니라 미국의 무기 회사나 군수회사들을 먹고 사는 수단으로 시작된 이라큰 전쟁이 낳은 비극속에서 생명을 지키기 위해 살아가고 있는 이라크 국민들을 보며, 2006년 사담 후세인이 사망하고 2010년 미군이 전투 임무 종료를 선언한 후의 이라크가 과거 화려한 문명의 상징이었던 메소포타미아 문명으로 지금의 혼란함을 이겨내고 성장해가길 바라는 저자의 바램을 들을 수 있다. 풍부한 자원이 부른 재앙으로 시에라리온을 빼 놓을 수 없는데 가난한 시에라리온에 다이아몬드가 나면서 내전으로 인해 수만명이 사망하고 수천명이 사지를 절단한 참사는 그 어떤 잔혹드라마보다 더 잔인하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나는 나의 운명을 , 아니 팔레스타인의 운명을 압니다. 나는 이스라엘 사람을 한 명이라도 죽이기 위해 태어났어요."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 괴물들이예요. 그래서 죽어도 괜찮아요.' 라고 한다.
인간이 만든 살상무기중에 저자가 소개하는 백린탄과 접속탄의 잔인함은 시에라리온의 참상보다 더 하다. 백린탄은 일종의 화학무기로서 공중에 하얀 연기처럼 퍼졌다가 해파리의 촉수처럼 땅으로 떨어지는데 이때 내려앉는 수많은 불똥들이 사람의 몸에 붙으면 절대 떨어지지 않는데다가 몸에 붙는 순간 몸이 타들어가기 시작하여 장기까지 다 타들어간다고 한다. 이라크 전쟁시 미국의 백린탄 사용은 사담 후세인이 화학무기를 사용하다는 이유로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미군이 이라크 사람들에게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은 명백한 범죄행위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이(소말리아) 나라 사람들은 배가 고파서 미친 것뿐이야. 먹을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거야. 앉아서 굶어 죽거나, 해적질이라도 해서 입에 무엇인가 넣고 목숨을 부지하거나 둘 중 하나지."
AK-47 소총은 사용하기 쉽고 고장이 적으며, 파괴력이 강하여 세계에서 가장 애용하는 총이다. 이 무기를 발명한 칼라시니코프는 이 총이 온갖 내전과 마역밀매에 사용되며 이 총으로 인해 전 세계에서 매년 25만명이 죽는다는 사실에 " 조국을 구하기 위해 이 총을 개발했는데, 차라리 농기구를 개발했다면 그처럼 많은 사람이 죽지 않았을 텐데" 라며 후회했다고 한다. 그러나, 더욱 큰 폐혜는 아이들이 쉽게 접하는 게임에 자주 등장하는 총이 바로 이 AK-47 소총이라고 한다. 실제 총을 쏘는 기분과 거의 비슷하여 게임 중독에 빠지면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구분 못하는 이유도 그런 이유에 있다고 한다.
중동 지역에 관한 책들을 보면 이들의 무모한 싸움은 대체 누구를 향해 있는 걸까 하는 의문에 사로잡힌다. 알수 없는 증오심, 이 증오심은 때론 미국으로 때론 자국민들에게로 때론 스스로에게 향해 있다. 천 오백년을 싸우고 있는 이슬람의 시아파나 수니파도 이제는 지칠 때가 된 것도 같은데 증오심은 더해가고 있다. 가난에 굶주려가면서도 빵을 사기보다는 무기를 사는 이들, 이들의 싸움의 이유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게 꼬여있다. 지구촌의 진정한 평화가 오는 그날은 아마도 중동지역에 평화가 오는 순간이 아닐까 한다. 저자가 이 책을 펴낸 궁극적인 목적이 우리 아이들이 인류애와 인권을 고민하고 세계의 다른 아이들을 생각해보는 계기라고 밝히듯이 이 책으로 진정한 인류애에 대해서 많은 사람이 고민하고 동참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