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 프라미스 - 아빠와 함께한 3218일간의 독서 마라톤
앨리스 오즈마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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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약속이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후손들에게 책과 독서를 사랑하는 마음을 물려주는 것만큼 값진 선물이 있을까? 11쪽

 

 

젊은 날에 성공에 목말라 했을 때, 성공이란 의미를 깨우쳐 준 시 한 줄이 있다. 랄프 왈도 애머슨의 성공이란 시에서 성공이란 ‘자신이 한때 이 세상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하나의 다른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이라는 싯귀가 척박하였던 내 마음에 뿌려져 진정한 성공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을 때, 내 삶은 달라졌다. 그리고 나는 성공을 위하여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내 윗세대들은 바쁜 세대였다. 사는 게 너무 빠듯했고 목구멍이 포도청이었던 시절이라, 하루 24시간을 일해도 모자란 세대들이었다. 새벽부터 나가신 부모님들을 대신으로 남매들끼리 의지하며 가족을 사랑하는 법을 터득해갔다. 부모님께 받은 가장 값진 선물은 지금 생각해보니 '고전문학 전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바쁘신 부모님이 주신 ‘어쩔 수 없는 자유’ 속에서 우리 4남매는 독서가 무척 재미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것이 부모님이 주신 값진 유산임을 깨달았다. 그렇게 바쁜 부모세대를 보고 자라며 삶의 지혜는 고스란히  부모가 된 나에게 이어져 내려왔다. 부모님이 바쁘게 사시면서도 내게 주신 생활의 지혜를 이제는 아이들에게 내려줄 차례이다. 우리는 그런 삶의 연속선상에 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독서는 삶을 이해하게 되는 것.

 

《리딩 프라미스》는 아빠와 함께 3218일간의 독서 마라톤을 하면서 성장한 딸 앨리스가 성인이 돼서 펴낸 에세이다. 아빠와 딸이 책을 읽는다는 것! 얼마나 멋진 일인가? 책을 읽으면서 나는 어린 앨리스가 성인인 아빠의 삶을 이해하는 과정이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앨리스는 사춘기 딸을 둔 홀아버지가 겪었을 고충을 이해하고 있었고, 어머니의 빈자리까지 채워야했던 아버지의 외로움을 이해하였고, 아버지의 짝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그리고 그런 이해를 가능하게 했던 것은 독서였다. 로이스 로리의 《기억 전달자》를 읽으며 물고기 프랭클린의 죽음을 애도하는 방법을 배우며,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을 읽으며 별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슬픔을 이겨내는 방법을 배우는 성장과정은 그야말로 경이로움 그 자체이다.

 

 

모두들 눈물을 흘렸다.죽음은 힘든 것이기에. 죽음은 슬픈 것이기에.

하지만 죽음은 생의 일부이다.

아는 사람이 죽었을 때 계속 살아나가는 것이 그대들의 임무다.

-데버러 와일스 『작은 새의 노래』

 

 

 

 앨리스 내면 깊이 자리잡은  삶을 대하는 긍정적인 자세와 웅숭깊은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삶을 바라보는 시선자체가 경이로움이다.  앨리스의 그런 면모는 집을 나간 어머니를 이해하는 부분에서도 잘 드러난다. 생전 처음으로 교통사고를 낸 후 아버지와 집에 돌아오는 길, 삐뽀삐뽀 소리가 어머니의 심장소리와 비슷하다는 것을 기억해내고는 처음으로 가족이라는 의미를 떠올리며, 어머니를 용서하는 부분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려 볼을 적시고, 책을 통해 삶을 통찰해 가는 과정은 또 다른  울림으로 전해온다.

 어떤 일을 꾸준히 하려면 그만큼의 노력과 수고를 해야 한다. 세상의 모든 일은 꾸준함 없이는 지속하기 힘든 법이다. 무려 3218일이라는 독서 마라톤을 하면서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학교 주차장 차안에서 독서를 하는 두 부녀를 바라보며 ,세상에 노력없이 되는 일은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놀랍게도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있었다.

 

 

삶, 즉 사람의 힘, 기쁨의 힘, 감탄의 힘을 모두 포함하는 삶 외에 다른 부는 없다. 고귀하고 행복한 인간을 가장 많이 길러내는 나라가 가장 부유하다. 자신의 삶의 기능을 최대한 완벽하게 다듬어 자신의 삶에, 나아가 자신의 소유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의 삶에도 도움이 되는 영향력을 가장 광범위하게 발휘하는 그런 사람이 가장 부유한 사람이다. -알랭 드 보통-

 

책을 읽는다는 것은 삶의 풍요를 위한 훈련으로 꼭 필요하다. 삶에서 예찬할 줄 모르는 사람은 비참하다고 미셀 투르니에가 말했듯이 우리는 주변에 있는 모든 것과 대화하는 방법을 배워야하며 삶과 더불어 이야기가 씨앗이 되어 마음속에 싹이 트는 과정을 겪으며, 성공을 이루어야 한다. 그리고 인생에서의 성공이란  우리가 한때 이 세상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하나의 다른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이며 그것을 이루게 해주는 것이  바로 독서가 주는 선물이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부모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몫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주려고 하지만, 부모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우리 윗세대 부모들이 바쁜 삶속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와 교훈을 남겨주었듯이 오로지 단 하나, 삶을 사랑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앨리스를 보며 책읽기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으며, 나의 사랑하는 딸들 또한 앨리스처럼 긍정적이며 아름답게 자라주기를 소망하며, 리딩 프라미스를 약속한다.

 

 

우리는 그것을 독서 마라톤이라고 불렀지만, 실제로는 약속에 가까웠다. 서로에게 한 약속, 우리 자신에게 한 약속이었다. 항상 그 자리를 지킬 것이며,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p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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