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과 마흔 사이 인생병법
노병천 지음 / 청림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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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독 <마흔에 읽는 ..> 으로 시작되는 책들이 많다. 김형경 작가가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에서 말하였듯이 35세와 50세 사이에 찾아오는 중년의 위기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삶의 후반부가 달라진다고 한다. 그래서 마흔의 시기는 무척 중요한 시기이다. 마흔의 나이가 되면 어느 정도의 인생에서 노하우가 생기기도 하고 직장에서는 커리어가 쌓인 나이이기에 더 이상 자기계발에 노력을 하지 않는다. 결국 남은 인생 후반전을 인생 전반전에 겪었던 폐쇄적인 자기 복제의 답습으로 채워가는 것이다아이들을 쫓아다니며 잔소리를 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가끔 누군가가 내게도 잔소리를 해 주었으면 할 때가 있다. 이상하게 나이가 드니 잔소리를 하는 사람이 없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을 때,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모를 때, 무언가를 선택해야 할 때, 엄마가 쫓아다니며 잔소리를 해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나이, 바로 마흔이다.

 

어제는 간만에 코미디 장르의 영화 <아부의 왕>을 보았다. 융통성 없고 눈치 없지만, 거짓말 할 줄도 모르고 순수하기만 한 주인공 오동식의 좌충우동 직장생활이다. 착하기만 한 주인공은 직장인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오히려  순진한 오동식을 이용하는데 눈치도 없고 융통성이 없다보니 영업직으로 내쳐진다. 좁디 좁은 인간관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군분투는 비즈니스업계의 달인으로 통하는 혀고수에게 처세술을 전수받는데 혀교수역으로는 성동일이 나온다. 근데 이 혀교수의 처세술이 바로 손자병법이다. 이기기 위해 지는 방법을 가르쳐주며, 비굴해보이지만 생존의 묘책이며, 타인과의 공존하는 법이다 앞뒤가 꽉 막혀  직원들과  융화할 줄 몰랐고 남보다 항상 한템포 늦었던 오동식은 혀교수에게 배운 처세술로 순식간에 보험왕이 된다. 

  손자병법은 논어, 노자, 주역과 함께 중국 4대 고전으로, 리더들이 가장 아끼는 비서( )로 손꼽힌다. 손자병법에는 경영전략이나, 인간관계의 처세술등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지만 그 깊은 속으로 들어가보면 경쟁자와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로 인정하는 철학이 숨어 공존하는 철학이 숨겨져 있다. 책의 저자인 노병천은 젊은 시절부터 손자병법을 연구하고, 상생의 원리와 공존의 철학의 손자병법을 37년에 걸쳐 1만 번 통독하였고, 1000번 이상 정독하면서 비로소 손자병법의 깊은 원리를 꿰뚫게 되었으며, 특히 서른과 마흔 사이의 인생에 주목한다.

 

이것은 서른과 마흔 사이가 전장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처럼 치열하며, 새로운 목표를 재정립해야하는 시기인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무언가 완벽해지기 위해 끊임없이 갈구하며 욕망하는 시기이고, 그렇기에 또 좌절하게 되는 시기인 이 서른과 마흔 사이를 현명하게 잘 넘어서면 기나 긴 인생의 항로에서 길을 잃지 않을 등대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바로 새로운 인생 후반부의 출발점인 것이다.

 

자보이전승自保而全勝 _ 스스로 보존하면서 온전한 승리를 얻어라.

 

저자는 손자병법의 13편의 글자를 모두 합치면 6,109자가 된다고 한다. 그중에서 핵심되는 딱 한글자를 남기라고 한다면 전이라고 한다. 완전은 하나도 빠짐없이 모든 것을 갖춘 상태를 말하지만, 온전이란 처음 형태 그대로 보존된 형태를 가리키는 말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승리란 이렇게 스스로를 무너뜨리지 않은 채 온전하게 얻는 승리를 말하기 때문이다. 쇼펜하우어가 가는 곳마다 적들은 매복해 있어 휴전 없는 전투, 결국은 손에 무기를 든 채 죽어가는 그것이 바로 우리네 인생.”이라고 하였듯이 우리의 인생에서 승리란 자보이전승을 지상 목표로 삼는 것이다.

 

자존심은 냉장고에 .

 

영화 <아부왕>에서 혀고수가 전수하는 처세술 중에 자존심은 냉장고에라는 말이 있다. 손자병법에서는 < 비이교지卑而驕之: 나를 낮춰 상대방을 교만케 하라>는 말과 비슷하다. 한나라의 명장으로 유명한 한신의 일화에서도 볼 수 있다. 가난하여 빌어먹는 처지였지만, 한신은 자신을 알아주는 주군을 만나면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다는 포부와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한신을 보고 동네 불량배가 자신의 가랑이 사이를 지나가라며 시비를 걸었으나, 한신은 싸우지 않고 비굴하게 가랑이를 기어간다.(과하지욕) 인생을 살다보면 이런 비굴함을 겪는 순간이 온다.인생에는 이렇듯  한순간의 비굴함은 거뜬히 넘기고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법이다.  

 

세상에 그 어떤 가치를 지불하고서라도 얻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인간관계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리더들은 사람을 얻는 것을 가장 큰 가치로 여겼다. 현재도 그것은 불변의 진리이다. 손자병법에서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다스려야 하는 네 가지를 말하는데 치기(治氣), 치심(治心), 치력(治力), 치변(治變)이다. 먼저 마음을 다스리고 체력을 다스린 후에 사기를 다스리고 마지막으로 상황의 변화를 다스리라는 말이다. 이 다스림의 시작의 처음은 치심에서 비롯된다는 것은 세상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수신을 해야한다는 말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느낌이다. 마오쩌둥이 사람들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믿게 한다면, 말더듬이도 대중을 선동할 수 있다.” 하고 했듯이 사람을 얻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진실되어야 한다는 사실도 기억해야할 내용이다서른과 마흔 사이 인생병법은 인류의 유명한 전쟁사와 더불어 손자병법의 문리를 트이게 하는 스토리텔링이 무척 뛰어난 책이다. 인생사를 쇼펜하우어가 말한 전쟁으로 표현한 것처럼 우리의 인생은 한편의 전쟁사인지도 모른다. 마흔이 되고 보니 때론 두려움과 알 수 없는 감정에 울컥거리곤 한다. 앞으로도 잘 살 자신 반, 두려움 반이다. 다만, 이제까지 살아온 인생을 답습하는 차원이 아니라, 조금은 더 나은, 조금은 더 지혜로운 인생 후반부를 살아가고 싶을 뿐이다. 인생병법은 사회생활에서 뿐 아니라 지혜로운 인생을 위해서는 꼭 읽어야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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