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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무엇으로 사는가 - 절망의 문턱에서 희망을 찾기까지 엄마들의 여정 ㅣ 푸르메 책꽂이 5
김효진 지음 / 부키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맞벌이 부부라 일찍부터 아이를 영아어린이집에 위탁하여 키워야 했다.군립으로 영아반을 운영하는 곳은
장애아와 합반이었던 곳이었다. 장애아와 같은 반이라는 사실이 익숙지 않아서 처음에는 저어했지만, 장애아와 한 반을 하며 영아시절을 보낸 작은 아이는 유난히 타인에게 배려심이 깊고 착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나는 아마도 영아 때 장애아들과 같이 자라서 그런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제는 장애인들과 어울리는 일이 그닥 어색한 일이 되지 않아서 <엄마는 무엇으로 사는가>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장애엄마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에 읽어보고 싶었다. 자식이 장애라는 심정을 이 세상의 어느 엄마가 이해할 수 있을까. 솔직히 나는 그 사람들을 위로한다느니 , 아픔을 공유하고 싶다느니 이런 말들은 그들에게 위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유난히 장애아들에게 지나치게 보수적이다. 그렇기에 장애가족들은 더욱 큰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 책에 공감하는 것은 장애인의 시각으로 쓰여졌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역시 마흔아홉 해를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지체장애를 안고 살아왔다. 같은 장애를 가진 남편을 만나 아이를 낳고 보니, 저자는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달라 보이는 경이로움을 느꼈다고 한다. 특히나 자신 스스로가 장애가 있었기에 장애를 가진 엄마들의 마음이 더 크게 느껴지고 장애아를 둔 ‘엄마’들의 삶이 남다르게 느껴졌다고 한다. 장애아인 자신을 키우면서 오롯이 고통과 자식걱정으로 남은 여생을 보내시는 어머니의 삶과 장애아를 둔 12명의 엄마들의 이야기는 세상을 향한 소리없는 외침으로 느껴진다.
책에서는 다운증후군 지영 엄마와 승민엄마, 청각장애 연서 엄마, 뇌성마비 인해 엄마, 자폐장애 요섭엄마, 시각장애 민태의 이야기, 근육병 민서 엄마, 서버트증후군 순자 엄마, 지적 장애 병근엄마까지 엄마들의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장애를 가진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는 것과 장애인들을 향한 세상의 편견과 더불어 무엇보다 정상인이었던 엄마입장에서 장애아이를 키우는 것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비롯된다는 그네들의 진솔한 이야기는 읽는 내내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나는 엄마다. 나는 엄마다. 나는 내가 아니고 엄마다. 나는 우리 아이들을 돌보아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42쪽
몇 년전에 작고 한 故장영희 교수의 책은 무척 귀하게 여기는 책 중의 하나이다.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했지만, 그런 장영희 교수를 키운 것은 팔할이 ‘엄마’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자식 장영희를 업어오고 가며 학교를 다녔던 이야기라든지, 장영희 교수가 세상을 바라보는 투명하고도 순수한 싯귀들은 늘 가슴 깊은 곳을 후벼파곤 했다. 장애로 태어난 장영희 교수는 늘 자신의 뒤통수를 내리칠 것 같은 괴물같은 삶 속에서 빛 동그라미를 만들며 생명의 약속을 지켜가는 것이 바로 ‘태어남’이라고 하였다.
태어남은 하나의 약속이다. 나무로 태어남은 한여름에 한껏 물오른 가지로 푸르름을 뽐내리라는 약속이고, 꽃으로 태어남은 흐드러지게 활짝 피어 그 화려함으로 이 세상에 아름다움을 더하리라는 약속이고, 짐승으로 태어남은 그 우직한 본능으로 생명의 규율을 지키리라는 약속이다. 작은 풀 한 포기, 생쥐 한 마리, 풀벌레 한 마리도 그 태어남은 이 우주신비의 생명의 고리를 잇는 귀중한 약속이다. 그 중에서도 인간으로 태어남은 가장 큰 약속이고 축복이다. <내 생애 단 한번中에서>
안타까운 것은 장애아들을 둔 12명의 엄마들이 장애를 가진 아이로 인해 아파하고 한때 자살을 꿈꾼 적도 있고, 우울증에 걸릴 정도로 대인기피증에 괴로운 날을 보내거나 했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태어나는 그 순간의 경이로움을 슬픔으로 받아들였을 엄마들의 심정은 말할 것도 없이 비통함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태어난다는 것 자체로 삶은 아름다운 것이다. 故 박완서 작가가 외동아들을 스물다섯에 잃고 나서 지은 <한말씀만 하소서> 라는 시는 자식 잃은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어미의 애통함이 그대로 드러나있다. 그런 마음이 그대로 투영된 소설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에서 친구 아들이 반송장의 상태로 누워있지만, 그런 아들이라도 있는 친구를 보며 자신은 아들을 만질 수 없고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지만, 친구는 아들이 그렇게라도 눈앞에 존재해주는 것을 보고 얼마나 큰 축복이냐는 말을 한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자식이란 존재는 이토록 강한 애착이자 집착의 상대이다. 장애는 그저 다름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구족화가 ‘앨리슨 래퍼’의 말처럼, 그저 편견 없이 생명이라는 태어남의 가치는 우주신비의 생명의 고리를 잇는 귀중한 약속이라는 울림이 마음을 관통하게 하는 그런 책이다. 장애를 가진 엄마들을 마음에 한 발 더 다가가게 만드는 책이자, 같은 엄마입장에서 힘내라는 격려와 위로를 건네고 싶다. 부디 힘내세요 ! 엄마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