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셀러 - 소설 쓰는 여자와 소설 읽는 남자의 반짝이는 사랑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3
아리카와 히로 지음, 문승준 옮김 / 비채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작렬하는 태양을 피해 바다로 도망가면서 내 가방만 무거운 이유는  오로지 책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읽는다는 것을 포기할 수 없기에 남편의 눈치에도 꿋꿋이 무거운 가방을 들고 다녔다. 그 와중에 나를 미소짓게 한 장본인은 바로 <스토리셀러> 라는 달콤쌉싸름한 연애소설이다. 일본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일본소설은  확실히 재미는 있지만, 지나치게 감정을 자극한다. 그게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은 뭐랄까,  구성이나 스토리 모두 독특하다.  휴가를 떠난 첫날부터 폭염주의보가 시작되었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은 더위도 무료한 시간도 잊게 할 정도로 즐겁게 읽었다.  며칠 전 온몸이 오그라드는 닭살 멘트가 난무하는 연애드라마를 보면서  참 유치하면서도 저런 유치함과 오글거리는 멘트들이 생활의 활력소가 될 수도 있겠다 싶어 남편에게 남자주인공이 여주인공한테 말한 달달한 멘트를 부탁했다가  한 대 맞기만 했다. ^^;; 흠... 역시  소설속의  사랑과 현실과의 사랑은 너무 차이가 난다.. 

 

결코 쓸 수 있는 사람이 되지 못한 채 굶주린 듯 재미있는 작품을 찾아 헤매는 읽는 사람인 나는 알 수 있어. 너는 문을 열고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야. -p63《스토리셀러》

 

side A: 이렇게 소설은 쓰고 싶었지만, 한 번도 쓸 수 없었던 남자가 회사를 다니면서 좋아했던 여자가 알고 보니 쓸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쓰고 싶었던 남자는 쓸 수 있는 여자를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루는 행복에 빠지고 쓸 수 있는 여자는 오로지 읽는 사람이자 자신의 소설을 사랑해주는 단 하나의 독자인 남편을 위해 쓰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그런 여자에게 찾아온 희귀병 치사성뇌열화증후군’은   사고(생각)하면 죽는 병으로  오로지 써야 하는 아내에게 그 병은 곧 죽음을 말하는 것이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남편은 자신이 '읽는 사람'이 되어 아내가 '쓰는 사람'이 되게 하기 위해 날개를 달아준 것을 후회하기 시작한다.  

 

 

전에는 여성 작가가 죽는 이야기였잖아? 이번에는 작가의 남편이 죽는 이야기를 쓰면 어때?”

 

side B: 이번에는 남편 읽는 사람이 죽는 이야기이다. 첫 시작은 A편과 비슷하게 전개되지만, 이번에는 쓰는 여자의 입장에서 남자(남편)의 이야기를 해간다는 것이다 .

 

소설속의 남자캐릭터는 세심하고 말수가 적지만, 자신의 일에 완벽을 추구하는 타입으로 보여지며 직장생활에서도 자신의 일정한 선을 긋고 그 선 밖으로는 절대로 나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차갑거나 싸가지가 없어보이는 차도남과는 아닌 것 같고. 자신의 일에 충실하되 가볍지 않은 성격이라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드는 캐릭터이다. 여자캐릭터는 가슴 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음에도 스스로의 삶에 충실한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울어하는 캔디 같은 느낌? 이다. 남자주인공이 무척 현실적인 스타일로 나오는데 일반 연애소설에 남발하는 외모지향주의자나 겉모습만을 보고 여자를 판단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무척 자상하면서도 현실지향적인 캐릭터이다. 남편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대사는 아내가 남긴 마지막 편지를 보며 독자입장으로서 콧날이 시큰거리고 눈물이 핑 돌아있는데 이 남자는 편지를 보며 하는 말이 너는 마지막까지 정말 남자답구나.그런 네가 좋아."한다. 쌩뚱맞으면서 이런  유머를 잃지 않는 여유속에서 아내가 죽은 현실속에서도 절망하지 않는 것에 독자인 나를 오히려 위로해주는 기분이랄까. 그래서  이 소설에 대해 느낌을 표현하자면 눈물은 맺혀있는데 웃음이 터지는 것처럼  비오는 날 뜨는 무지개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소설 맨 앞면에 나와있는 아리카와 히로의 이력을 읽어보았더니 '로맨틱소설의 여왕'또는 '독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여성작가' 랭킹 상위권에 속하는 작가라고 나와있다. 소설의 구성이 참 독특하다고 느낀  이유는 소설과 현실의 경계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아내었다고 하는데 소설 A와 B 사이에 작가에게 편집장이 '어디까지 사실인가요?' 를 묻는 질문이 있다. 그래서 더욱  이 소설은 정말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작가의 이야기일까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된다. 하지만, 다 읽고나서는 달달한 연애소설로 인해 그동안 잠들어있던 연애세포들이 깨어나는 기분과  좋은 여운이 오래가는 연애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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