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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민주주의 역사
로저 오스본 지음, 최완규 옮김 / 시공사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부시 대통령은 1991년 3월, “새로운 세계 질서” 가 태동한다고 선언했다. 각계 각층, 경제, 사회, 정치 전반을 아울러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고 있는 과도기적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탈출구가 필요한 시대이다. 첫 장 저자의 확언에 의한 이 한마디 " 민주주의는 두말할 것도 없이 인류 최고의 업적이다."가 마치 구원자의 목소리처럼 들린다. 최근 접한 경제서나 인문서적들은 현 사회가 주는 병폐들에 지쳐 모두 불투명하고 부정적인 불확실한 미래를 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저자의 말대로 민주주의는 정말 의심할 나위 없이 가난한 우리들에게 최고의 방패막이 되어 줄까?
이 책 《처음 만나는 민주주의의 역사》는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점검하게 하는 책이다. 윈스턴 처칠이 ‘민주주의는 우리가 여태껏 채택했던 모든 제도를 제외하면 최악의 정치 체제다.’ 라고 말한 바와 달리 저자는 민주주의는 현대를 사는 인간이 진정으로 의미 있는 삶을 꾸려가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라고 한다.
최초의 민주주의 사회가 태동하기 시작한 곳 아테네를 시작으로 왕과 황제가 다스리는 대륙에서 로마 공화정에서 탄생한 ‘레스 푸블리카’로 대변되는 공화주의 신념을 지닌 이탈리아 도시들의 역사와 아테네 이후 최초의 민주주의 형태를 선보인 하이 알프스( 스위스의 그라우뷘덴)를 통해 유럽 변방의 한구석에 지나지 않은 나라였지만, 절대군주가 지배하는 나라(영국과 프랑스)들에 이 작은 나라의 민주정치 행태가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민주주의 역사를 통틀어 보면 미국이 어떤 전례를 남길지 알 수 없다.
그리스 도시국가들의 혼란과 파괴, 로마공화국의 자유 전복, 장기의회의 혼란에 이은 크롬웰의 철권정치, 프랑스혁명의 참상, 남아메리카 공화국들의 취약성 등을 통해 우리는 한 가지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다. 다수의 폭정은 만인의 불행을 초래하고, 소수의 절대 권력에 의해 몰락한다. 아테네에서 보고타에 이르기까지 되풀이된 역사이다.-p206
민주주의 역사상 가장 주목된 사건으로 프랑스 혁명이 단연 돋보이는 사건이라 할 수 있겠다. 프랑스 혁명은 유럽 전역에 자유의 풍미를 느끼게 해주는 동시에 인민의 동의와 참여로 다스려지고 군주가 아닌 시민이 규정하는 민족국가라는 가슴 설레는 목표를 갖게 해 주었다. 그러나 혁명 후 폭력에 휘말리게 되면서 다시 내리막길을 걷게 되지만, 기존 질서를 혁파함으로써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기에는 충분하였다. 또한 프랑스 혁명이후 성립된 자유주의와 내셔널리즘의 두 개념은 민주주의 정치 체계로 가는 가교가 되어주며 발전해 가게 된다. 이어 탈 공산화가 진행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폴란드와 독일의 베를린 장벽의 몰락과정, 소련 공산주의의 몰락으로 유럽 전역에 민주주의를 향한 걸음마를 시작하게 된 배경의 역사를 보기도 한다.
최근 중국의 경제급성장을 이유로 민주주의의 몰락을 예견하는 학자들도 많다. 그러나 그와 반대로 중국을 연구하여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으려 하는 학자들 또한 적지 않다. 그리스 국가 부도사태와 민주주의 국가들에 불어 닥친 금융위기는 탈출구는 보이지 않은 채 여전히 블랙홀 속에 있다. 최근에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가 이는 이유는 민주주의가 자본주의를 낳고 자본주의는 민주주의를 발전 시켰기 때문이다. 과거 세계의 역사가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수많은 희생과 실패의 역사를 써 현재의 민주주의를 탄생시켰지만, 자본주의가 민주주의의 손을 뿌리침으로 해서 자본주의는 브레이크 없는 차처럼 폭주하고 있다. 지젝이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이혼을 앞두고 있다.”고 말한 이유처럼, 우리의 민주주의의 문제는 바로 자본주의의 문제가 실체이다. 고로, 저자가 말한 민주주의는 말할 것도 없이 인류 최고의 업적은 분명하다. 민주주의는 보이지 않는 실체이며 도식화가 불가능하다. 저자 역시 딱히 민주주의는 이런 것이다하는 주장은 없다. 그러나 세계 민주주의의 역사를 조명하여 그 속에서 다양한 유형의 민주주의의 역사를 살펴보게 해주는 동시에 앞으로 인류가 나아갈 길을 모색하게 해주며 현재 우리에게 닥친 위기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 주고 있다. 또한 민주주의 역사가 가난한 이들이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의 역사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민주 사회는 수많은 삶의 표현이다. 그러므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늘 현재 진행형일 수 밖에 없다. 민주주의는 또 공동체적 창의성의 줄기찬 발로다. 그런 창의성을 유지하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며, 이를 막으려는 세력 또한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그러다보니 편가르기, 뒤봐주기, 이기주의 ,냉소주의, 부관심, 조용한 삶들의 꼬임에 빠져들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는 번성하려면 우리가 기필코 극복해야 할 유혹들이다. -.p4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