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1 - 시공인문교양만화 시공인문교양만화 사기 1
요코야마 미츠테루 지음, 서현아 옮김 / 시공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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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열전>2개월을 잡고 있었는데 아직 반 밖에 읽지 못하였다. 맘 잡고 이번 주 안에 사기열전을 완독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시공사에서 인문교양만화 <사기史記>가 출간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소설책을 읽으면서 자꾸 눈에 띄는 사기 때문에 소설책을 읽다말고는 붙잡자마자 정말 말 그대로 쭉쭉 읽었다. 기실 사기열전은 쭉쭉 읽힐 수가 없는 책이다. 책에 몰입하려면 등장인물을 외워야하고, 게다가 나라이름도 너무 많아 도식화하여 읽어야 하는 책이다. 만화로 읽는 사기는 조금 사실성과 떨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는데 오히려 더 사실적이고 삼국지 만화보다 더 재미있는 것 같다.

 

사마천의 사기는 중국 고대사 최고의 역사서이다. 사마천의 출생을 시작으로 하여 성장 배경 , 말단 관직에 있으면서도 청렴한 아버지를 둔 사마천, 공직에 있으면서 아버지를 존경하였던 사마천에게 아버지가 남긴 유언은 역사를 기록하라는 말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자, 오랫동안 말단 관직에 있던 사마천에게도 승진의 기회가 주어지지지만,  전투에 패한  이릉장군의 편을 들었다는 ( 단지 자신의 생각을 말한 것 뿐인데) 이유로 옥에 갇힌다. 지옥같은 나날을 보내는 사마천에게 선택은 단 두가지, 돈을 많이 내든지, 궁형을 받고 나오든지. 가난했던 사마천은 궁형을 선택해서 감옥을 나가는 것을 선택하지만, 그렇게라도 살고 싶냐는 주위의 조롱을 받는다. ( 책에는 그냥 궁형이라고 설명되어지는데 만화는 궁형의 처참함을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정말 잔인하다는 ... 실제로 궁형은 생존 가능성이 별로 없을 정도의 치명적인 형이었다고 한다. ) 사람 목숨을 걸 정도의 일이 아닌데 죽다 살아난 사마천에게 괜히 미안해진 한무제는 사마천에게 중서령이라는 직함을 주고 사마천은 이 관직에 있으면서 사기를 완성해나간다.

 

 

 

사마천의 사기를 읽을 때마다 감탄하는 것은 자신의 주관적인 역사기술의 관점이 뛰어나다는 사실이다. (어떤 사람은 사기를 실존 역사가 아닌 개인의 상상으로 기술한 문학에 가깝다고도 말하지만 ) 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사마천의 평은 다소 냉정하다. ( 기존 역사서와는 차별적인 시각이다.) 제나라 환공이 패자임에도 초라한 죽음을 맞이한 이야기에서도 그런 점을 느낄 수 있었는데, 승자 중심의 역사기술이 아니라, 인간 중심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 냉철하고 흥미롭다. 경국지색이라 하였듯이 여희에게 흠뻑 빠져  세 아들을 모두 죽이려 했던 진나라 헌공의 이야기에서도 역사 속에서 한 여인의 야망이 정치를 뒤흔들고 다른 나라에 까지 파문을 일으킨 예는 허다하다며 헌공의 흥망을 적나라하게 비판한다, 초나라에 태어났지만, 아버지와 아들을 무참히 죽인 초나라 평양에게 복수하기 위해 와신상담하며 오나라에 망명한 오자서의 이야기는 인재를 알아보지 못한 어리석음이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준다. 제나라 환공은 관중을 죽일 수 있는 상황이지만 포숙이 관중의 뛰어남을 말하자(관포지교 管鮑之交 )   관중을 인재로 등용하여 그로 인해 패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지금도 귀감이 많이 되는 이야기중의 하나이다. 사마천의 사기는  두 사람의 우정보다는 환공이 패자가 되었지만, 관중의 유언을 듣지 않는 우를 범하므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이유를 적나라하게 비판한다. 환공이 패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관중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기에  관중의 언중유골을 듣지 않은  환공의 최후는 너무 초라하고 처참하기 짝이 없다.  이들의 역사를 보며  사소한 오해와 오만이 나라를 흥하게도 하고 패하게도 하는 것을 보면, 역사는 사람과 사람의 기록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사람을 잘 얻느냐 못 얻느냐에 따라 나라의 성패가 갈라지기 때문이다.

 

책을 다 읽고 만화가의 약력을 펼쳐보니 일본에서는 거의 만화계의 거장으로 추앙받는 작가이다. 역사에도 일가견이 있는지  『삼국지,수호지,항우와 유방,사기,석가모니,칭기즈칸등 중국 고전작품을 극화하고 야마오카 소하치 원작의 도쿠가와 이에야스,도요토미 히데요시,오다 노부나가등을 극화하였다고 한다. 처음에는  만화라 조금 가볍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 만화로 읽으니 오히려 더 생동감 있고 더 재미있는 것 같다. 그만큼 만화작가가 사마천의 <사기>에 대한 이해도 또한  높은 것 같다. 고전은 아는 만큼 보이고 이해하기에 따라 전달하는 부분이 많이 차이가 있는데 쉽고 정확하고 재미있다. 한편으로는 만화는 역시 일본이라는 어쩔 수 없는 인정을 해야했다. 사마천의 사기는 앞으로도 계속 읽을 생각이다.  사기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간군상들과 현재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대비해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역사의 실패자는 지금 태어나도 어쩌면 실패자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우리의 삶에서 진정한 오류를 발견하지 않으면  역사 속에 늘 실패자가 존재하듯이 현재도 실패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그래서 역사를 쓰고 읽고 현재의 오류를 재수정하는 것이 언제나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의 몫으로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사기를 읽다보면 사마천의  자신의 주관적인 시각과 더불어  역사관과 세계관에 대한 이해가 탁월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게다가  궁형이라는 개인적인 비극때문인지 사마천의 사기는 더욱 사람을 통찰하는 심미안이 뛰어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더 매력적인 역사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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