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이 함께 쓴 동아시아 근현대사 1 - 국제 관계의 변동으로 읽는 동아시아의 역사
한중일3국공동역사편찬위원회 지음 / 휴머니스트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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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 우연히 제일교포의 역사인식에 대한 다큐를 본 적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이라는 사실도 위안부의 존재자체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왜곡된 역사를 안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해마다 위안부들의 가슴 아픈 사연들이 전국민의 가슴을 울려도 일본 정부에게 사과조차 받지 못하는 우리나라, 과거 아프리카 노예제도로 인하여 흑인들에게 비난을 받아왔던 미국 정부가 아프리카 국민들을 상대로 클린턴이 정중한 사과를 한 모습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리고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독도문제와 도를 넘는 망언들에 대한 정부의 대처는 지극히 실망만을 안겨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의 평화는 진정 가능한지가 나로서도 무척이나 궁금하다. 이 책은 한중일 삼국이 그런 의문점에 무척 고무적인 답안이 될 것 같다. 일본의 역사교과서에는 일본이 이웃 국가들을 침략한 사실을 부정하고 황국사관에 입각하여 군국주의를 찬양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으나, 이러한 사실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역사학자들이 왜곡된 역사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바른 역사를 공유하기 위해 모였다. 이들은 '한중일 역사 편찬위원회'를 발족하여 삼국의 역사를 국제변동과 다각적인 관점에서 역사를 조명한다. “아시아의 근현대‘는 서로 밀접하고도 유기적인 관계로 연결되어 있기에 한중일의 협력에 의해 편찬된 역사서는 많은 의의를 가진다.

 

1권의 전체적인 내용은 한중일의 국제 관계로 인한 정세로 어떻게 변화되는지를 살펴본다. 서구 열강의 동아시아 침략으로 시작되는 근대는  거센 바람앞의 등불처럼 커다란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면서  굴곡진 모습으로 요동치는 시대이다. 이때 서양과 통교하면서 청은 양무운동으로 일본은 메이지유신으로 부국강병을 도모하고 있는데 반해 조선만 고립된 채 혼란한 근대를 보내게 된다. 이때 등장하게 된 국제법을 '만국공법'이라고 불리었는데 이것은 주권국 간의 대등한 관계를 지향하는 법으로 청은 이 만국공법을 활용하여 서양에 침략의 빌미를 주지 않은 채 화이질서를 유지하는 것으로 , 일본은 동아시아에서 주도권을 잡으며 주변국가를 침략하기 위해 만국공법을 활용하였으나, 조선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길을 걸어서인지 만국공법의 실효를 보지 못하였다. 과거는 현재의 거울이란 말이 있듯이 만국공법에 대해 바른 인지를 못하고 있던 조선은 불평등조약에 대처할 만한 아무 힘도 없었다. 이어 서구 열강은 힘으로 갖가지 이권을 차지하여 한중일 3국의 주권과 국익을 크게 훼손시키기 시작한다.

 

 

일본의 대륙침략에 대해서는 일본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본은 청일전쟁으로 타이완을 식민지화하고 러일전쟁으로 조선과 남만주를 지배하는 대륙국가가 되는데 일본의 팽창주의, 침략주의를 필연에 의한 것이 아니라 '청일전쟁의 전환점'으로 설명한다. 중국에서는 이를 두고 일본의 대륙정책의 목표가 한반도와 만주를 차지하는 것이었으며, 한국에서는 ‘정한론’에 주목하고 있다. 여기서 삼국의 차이점이 두드러지는데 전쟁에 대한 시각은 명칭부터 원인까지 다르게 보고 있다. 중국이 ‘항일전쟁’이라 부르는 전쟁은 중국 인민이 일본 군국주의의 침략에 맞서 싸운 전쟁을 가리키며 ‘전면항전’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일본은 전시에는 ‘지나사변’으로 불렀고 전후에는 ‘일중전쟁’으로 부른다. 태평양 전쟁을 일본은 전시에는 ‘대동아전쟁’이라 불렀는데 일본에서는 이 전쟁을 대동아 신질서 건설을 목적으로 하는 전쟁이라 분명하게 밝힌다. ‘대동아전쟁’은 아시아를 구미 열강의 통치에서 해방시켜 대동아공양권을 건설하는 ‘성전’이라고 일본은 강조했다.  아이러니 한 것은 히로시마의 핵폭탄 투하로 인하여 일본은 전쟁의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변신하였다는 사실이다. 이때 일본인들에게 전쟁의 폐해를 뿌리깊이 각인시키게 되어 일본인들 사이에는 모든 전쟁은 나쁘다는 인식이 팽배하였는데 절대로 스스로 일으킨 침략전쟁에 대한 깊은 반성에 의한 인식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까지도 일본인들이 과거 침략전쟁으로 인한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유도 아마 이때부터 (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라는 ) 가 아닌가 싶다. 아마도 일본 국민에게는 전쟁에 대한 참혹보다는 원폭 피해의 참혹함을 뼈져리게 체험했던 탓이다.

 

 

“한중일이 함께 쓴 동아시아 근현대사”는 일본의 위험한, 왜곡된 교과서에 대응하기 위해서이다. 기본 취지가 그런 탓에 일본에 대한 중국과 한국의 역사적 관점은 날카롭다. 책을 읽다보니 한중일 삼국의 역사학자들이 근현대사에 대한 매우 정확하고 바른 역사 인식을 공유하기 위해 애쓴 흔적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특히 중국에서 동북공정의 역사를 새로이 조명하고 있기에 이 책은 더욱 우리에게 가치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일본의 왜곡된 교과서와 중국의 동북공정보다 더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바른 역사인식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일본의 침략으로 인해 중국과 한국사이의 연대의식을 가질 필요도 없고 일본에게 사과를 받지 못하였다고 무조건 나쁘게 받아들이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전 세계가  빠르게 일원화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가  현재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있다는 사실의 인지라는 생각이 든다.  민족의 정체성 확립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통일이라는 큰 숙제가 남아있기에 그 어느 때보다  보편타당한 역사관이 간절한 때이다. 한중일 정부와 국민들은 “ 동아시아 공동체‘를 말하고 있지만, 실현하기는 무척 힘들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 한중일이 함께 쓴 동아시아 근현대사'는 그 공동체의 첫걸음이자, 미래를 안내하는 길라잡이의 역할을 해 줄 것이라 본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상호 존중과 다원적이며 다각적인 역사인식은 더욱 간절해지는 현실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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