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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라리티 - 광고 마케팅 인문학과 정신분석학으로 도발하기
홍정 지음 / 인간사랑 / 2012년 5월
평점 :
TV를 안 보다가 어느 날 우연히 TV광고를 보면 눈이 현란하다. 게다가 선정적이고 자극적이기까지 하다. 소비자 입장에서 광고를 보면 언제나 눈은 즐겁지만, 나는 책에서 말하는 소위 ‘냉소적 소비자’에 속한 것 같다. 어쩌면 소비자들은 점점 더 냉소적으로 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광고매체에 익숙해짐에 따라 점점 눈으로 보는 것만이 아닌 그 이면의 것을 생각하기 때문인 듯하다. 언젠가 쇼핑중독의 주부들이 많아지고 있으며, 쇼핑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해 방송사에서 심리치료과정을 보여준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아마도 쇼핑중독에 걸린 여자를 페티시 소비자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페티시는 물신처럼 숭배하는 대상을 말하는데 마케팅 전략은 모든 역량을 다해 소비자의 마음속에 페티시로 자리 잡게 한다면 성공한 마케팅이라 할 수 있다. 가면을 쓴 표지그림이 무척 매혹적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아마도 이 책의 의도는 페르소나 이면에 자리잡은 심리를 연구하는 데에 목적이 있는 듯 하다. 한마디로 잠재된 인간 내면 심리를 이해하여 마음 속 깊게 자리 잡게 하는 하나의 마케팅 전략이라 할 수 있겠다. 저자는 독특하게도 이런 이해를 인문학과 정신분석학으로 접근하였다.
『싱글라리티』는 기존의 마케팅을 전통적인 마케팅으로, 전통 이후의 마케팅을 싱글라리티 마케팅이라고 한다.
기존의 전통 마케팅은“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 (To see is to believe)" 라는 말에 충실한 전략이다. 눈으로 보는 것이 중요한 이유를 저자는 라캉과 지젝, 샤르트르, 데카르트의 철학을 통해 방증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잉여 쾌락‘이라는 말이다. 현대인들은 눈으로 보는 것을 ’즐기는 ‘ 잉여쾌락을 추구하는데 이 잉여쾌락이란 타자의 시선을 자신이 스스로 그 대상이 된다고 여기면서 충족시키기 때문에 자아는 시각적 욕구의 쾌락만족을 넘어 불쾌의 충동의 만족을 추구하기 때문에 ’과잉의 쾌락‘ 또는 ’잉여의 쾌락‘ 이라고 한다. 타자의 시선을 ’즐겨라‘ 라는 잉여쾌락은 싱글라리티의 핵심요소이자 컨셉 플래닝이다.
혁신의 대명사인 스티브 잡스가 “ 피카소는 좋은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고 했다는데 나는 훌륭한 아이디어를 훔치는 것을 부끄러워한 적이 없다.” 고 말했으며, 직원들 또한 타인의 것을 서슴지 않고 훔치기도 하는 행동을 바랐다는 것을 저자는 싱글라리티의 컨셉플래닝인 ‘즐기라’는 잉여쾌락의 시대 흐름에 창조적으로 적용했다고 본다.
저자는 기존의 전통 마케팅이 천편일률적으로 눈의 차원에서만 마케팅기획을 하고 있지만, 싱글라리티가 추구하는 것은 바로 '타자‘라는 대상에 맞추어 마케팅 기획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것을 니체식으로 말하자면, 눈의 차원이 아폴론이라면, 타자의 시선의 차원은 디오니소스다. 니체는『 비극의 탄생』에서 이성의 질서인 로고스의 세계를 아폴론이라고 하고 , 소의 내장을 먹으면서 축제의 열기에 휩싸인 격정의 욕망과 충동의 세계를 디오니소스라고 한다.
기존의 전통 마케팅은 욕구충족이었던 전략에 의한 것이었지만,
‘즐겨라’ 컨셉 플래닝은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에 근거한 마케팅이 아니라, 소비자가 브랜드가 제공하는 어찌할 수 없는 즐거움에 빠져든다는 전략이다. 여기서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억제할 수 없는 쾌감을 주는 대상으로 승화된다.
독특하고도 색다른 광고를 해오고 있는 베네통 광고는 이런 타자의 응시를 즐기는 것을 광고컨셉을 잡아 지금도 사람들에게 자주 회자되고는 한다. 수녀와 신부의 키스장면 , 버락 오바마가 한 남성과 키스하는 모습, 남성과 남성의 진한 키스, 이런 금기를 깨는 외설적인 장면들은 소비자들에게 타자의 응시를 즐기는 묘한 쾌감을 느끼게 해준다고 한다. ( 나 역시도 이 장면을 보며 느꼈나? 생각해본다. 하지만 베네통 광고는 한번 보고는 웬만하면 머릿속에 각인되어지기에 마케팅 전략으로는 훌륭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싱글라리티』는 무척 색다른 마케팅이야기이다. 특히나 소크라테스와 라캉, 지젝을 관통하는 인문학과 정신분석학을 바탕으로 했다는 말을 빌어 알 수 있듯이 쉽지는 않은 책이다. 그러나 마케팅 역시 뭔가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대이다. 현재 경제나 정치, 사회 , 문화 다방면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는 있는 분위기이다. 그런 흐름에 발 맞추어 '마케팅' 역시 기존에 보는 것에만 맞추었던 마케팅전략을 인문학과 정신분석학에서 찾아보는 것은 무척 색다르면서도 말 그대로 싱글라리티(독특)하다. 창조적이고도 독창성을 추구하는 일을 하고 있는 (특히 광고업계) 사람이라면 무척 도움이 될 마케팅 전략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며 , ‘즐겨라’ 라는 컨셉플래닝은 아마도 미래에는 모두가 이런 플래닝을 추구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