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정치를 깨우다 - 지도자의 지침서 노자 강의 시리즈 2
안성재 지음 / 어문학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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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의 제자백가 시리즈 중 1편인<철학의 시대>에는 춘추전국시대 이전의 시대에 대해서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노자, 정치를 깨우다』에서는 삼황오제가 통치하던 시대로 복귀해야 한다는 주장에 따라 노자의 사상을 정치적인 이념으로 풀어놓았다. 삼황은 일반적으로 복희씨(伏羲氏) ·신농씨(神農氏) ·여와씨(女媧氏)를 말하며 이를 천황(天皇) ·지황(地皇) ·인황(人皇 또는 泰皇)으로 기록하기도 한다. 복희씨는 사람들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전수해 주었으며, 신농씨는 농사법을 전해주었다. 여와씨는 인간을 창조하였다고 한다. 사마 천(司馬遷)은 삼황의 전설을 믿을 수 없는 것으로 생각했는지, 《사기(史記)》의 기술을 오제본기(五帝本紀)에서부터 시작한다. 《철학의 시대》에서는 조금 더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사마 천이 오제로 든 것은 황제헌원(黃帝軒轅) ·전욱고양(顓頊高陽) ·제곡고신(帝嚳高辛) ·제요방훈(帝堯放勳:陶唐氏) ·제순중화(帝舜重華:有虞氏)이다. 원래 이 전설은 다양한 신화 ·전설이 혼합된 것이며, 도덕적 ·정치적으로 억지로 끌어들인 것이어서 그 기원은 애매하다고 한다. 이 삼황오제가 통치하던 시기를 일컬어 대동사회라고 하는데 이때는 지도자를 백성들의 뜻을 따라 받들어 통치하였으며, 중국에서 이 시기를 가장 이상적인 태평성대라고 하여 진나라를 세워 중국을 통일한 시황제의 황제(皇帝)라는 호칭은 여기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삼황오제의 기운과 그들 이후 최초의 황제를 의미하는 시(始)를 넣어 작명하였을 정도로 대동사회는 가장 이상적이고도 완벽한 사회를 말한다.

 

 

노자는 도가(道家)의 시조이다. 초(楚)나라에서 태어나 주(周)왕실의 신하가 되었다는 기록이 있지만 실재의 인물은 아니라고 하는 견해도 있다. 노자 역시 대동으로서의 복귀를 주장하는 이상주의자였고 그의「도덕경」은 이러한 가치관을 반영한 이상주의적 정치이념서적이다. 공자와 동시대를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노자는 공자의 중심사상인 인의(仁義)보다도 더 앞선 것으로 무위자연(無爲自然)을 최고의 덕으로 보았다. 따라서 이 책은 이상적인 정치를 하는 대동사회란 어떤 사회인지를 살펴보는 동시에 대동사회로의 복귀를 주장하는 노자의 사상에도 한 발 더 다가간다.

 

 

책은 미언대의(美言大義 : 짧은 말 속에 심오한 의미가 담겨져 있음) 로 미언과 대의, 해설 부분으로 나누어 풀이되어 있는데, 각 문장의 의미를 역사적 사실과 함께 기록하여 노자가 말하고자 하는 진의를 파악하기 쉽도록 해놓았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주장하였듯이 ‘대동사회’의 천성에 따라 나라를 다스리며 인위적으로 제도를 통제하지 않는 통치이념’을 실천해야 만이 변치 않고 오랫동안 나라를 안정되게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주된 사상이다. 이러한 사상은 도덕경 전반에 잘 나타나 있는데 가장 잘 나타나 있는 장이 2장과 7장으로 보여진다.

〔도덕경 2장 고유무상생 난이상성 장단상교 고하상경 음성상화 전후상수 故有無相生 難易相成 長短相較 高下相傾 音聲相和 前後相隨 대동사회의 이치는 있음과 없음이 함께 조화를 이루는 것이고, 어려움과 쉬움이 함께 조화를 이루는 것이며, 길고 짧음이 함께 조화를 이루는 것이고, 높고 낮음이 함께 조화를 이루는 것이며, 소리와 음률이 함께 조화를 이루는 것이고, 앞과 뒤가 함께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이것은 노자가 말하는 정치이념이 잘 드러나 있는 장이다. 바로 ‘상생의 도리' , 즉 ’화(和)이다.

 

이것은 〔도덕경7장〕의 천장지구 천지소이능장차구자 天長地久 天地所以能長且久 에서도 볼 수 있는데 하늘과 땅이 변치 않고 오랫동안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하늘과 땅만이 살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세상의 모든 존재들 즉 자연의 모든 생물 및 무생물들과 어우러져 함께 살려고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라가 변치 않고 오래 유지되려면 이처럼 좋은 것만 취하고 나쁜 것은 버리는 것이 아니라, 어느 누구 하나 버리지 않고 어우러져 살아야하는 것이다.

 

 

이는 상생의 도리가 대동사회의 주된 특징이기 때문이다. 고유지이위리,무지이위용故有之以爲利,無之以爲用에서 강조하는 것 역시 세상의 모든 이치는 ‘있음’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로움을 주는 것이고, ‘없음’이 존재하기 때문에 세상에 쓰임이 있게 되는 것이니, 어느 한 쪽만 존재해서는 안 되고 ‘좋음’과 ‘나쁨’ ‘긍정’과 ‘부정’이 모두 공존해야 한다.

 

 

이렇게 노자는 14장까지 ‘대동의 통치이념’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특히 그 중요한 특징으로서 신중함과 정중함, 화해, 순박함, 자애로움 그리고 모호함 등을 부각시키고 있다. 81장을 통틀어 노자가 강조하고 있는 사상 또한 이런 상생의 도리 즉 ‘화和’를 말한다. 더불어 노자에게 있어서 최상의 가치관은 바로 ‘자연’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자연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알고 있는 자연이 아니라 ‘스스로 그러함(존재하는)’이라는 ‘무위’라는 것이며 , ‘무위’ 즉 억지로 작위하지 않고 천성에 따르는 것을 최상의 가치로 여겼다. 게다가 노자는 공자의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도리를 강조하는데 공자와 노자의 도리이전에 이것은 태평성대의 치세라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는 노자의 ‘도’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져 왔던 형이상학적 ‘무위자연의 도’를 지칭하는 것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음이다. 만일 노자가 주장하는 바가 ‘형이상학적 개념의 무위자연의 도’라면 오늘날까지도 일반인들의 상식으로 노자의 가치관을 이해할 수 없어야 한다. 왜냐하면 노자의 사상과 당시 사상가들의 사상적 괴리감을 피력하는 장이 여러군데 에서 보여지기 때문이다. 노자의 무위를 기존에 형이상학적인 관점으로만 보아왔는데 보편적인 개념의 무위로 보는 시각으로 노자의 사상은 조금 현실감 있게는 다가오지만, 이 모든 것이 행하는 바가 없으면 무의미한 사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마음을 비워야 채울 수 있으며, 넘치면 화가 된다는 말을 알고 있다. 그러나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다르다. 정치인들이 도덕경을 읽는다고 해서 행함이 없으면 이롭지 않듯이 무엇이든 행함이 있어야 우리에게도 대동사회를 꿈꿀 수 있는 이상이 생길 것 같다. 도덕경 44장에는 만족할 줄 알면 수치를 당하지 않으며, 멈출 줄 알면 위험에 처하지 않고, 오래 복을 누릴 수 있다.(지족불욕, 지지불태, 가이장구) 는 말이 있다. 2012년을 너나없이 정치의 해라고 떠들썩하지만, 지난 선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올바른 정치이념을 지닌 정치지도자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국민들을 더욱 피폐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한다. 무엇이든지 적당 선 에서 멈출 줄 안다는 것은 분명 쉽지는 않지만, 권력이든, 명예도 쾌락도 지나치면 땅을 치고 후회하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으면서도 더 가지지 못해 안달하는 것이 작금의 정치의 모습이다. 도덕경을 읽으면서 반신반의하는 것은 대동사회의 복귀이념자체가 그저 이상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 때문이다. 우리가 꿈꾸는 지도자가 《도덕경》을 읽는 지도자라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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