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칠 수 있겠니
김인숙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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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나비가 되어 날아다니다가 꿈을 깨고 보니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비가 사람이 된 꿈을 꾸고 있는지 사람이 나비의 꿈을 꾸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소설 미칠 수 있겠니를 읽으면서 장자의 호접몽을 말하는 것이 좀 쌩뚱맞을지 모르지만, 어제까지 장자에 심취해 있어서인지, 이 책은 마치 장자의 삶의 연장선 같다. 삶의 본연의 모습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기에 삶은 어쩌면 한 낮의 꿈인지도 모른다. 처음 이 소설 미칠 수 있겠니는 제목 때문에 읽고 싶지 않은 이유도 있었다. 안 그래도 미치지 않고는 , 제정신이 아니고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에 제목까지 도발하듯 자극적이다. 어제는 한 여중생이 동네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 조그만 곳이라 소문이 빠른 것인지 그런 사고가 유독 많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자살한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어쨌든 불편한 소문이다. 어떤 철학자가 말했듯이 삶은 살아내는 것이라고 했건만, 요즘은 삶을 살아내기 싫어 죽는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어쨌든 살아내는 것이다. 첫사랑이 찾아올 때 지독히 아팠던 것도 지나고 나면 다 아무것도 아닌게 되고, 가슴 두근거리던 설레임 이란 녀석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신의 자리를 찾아 사라져간다. 삶을 뒤흔드는 상처 또한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낮잠과 같은 것이다. 삶은 그저 살아내다 보면, 살아지게 되는 것이고, 살아지다 보면 살게 되는 것이다 

 

미치도록 사랑했지만, 자신을 떠난 남자를 찾아 섬을 헤매는 한 여자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진, 남자의 이름도 진, 진과진의 만남은 이름처럼 운명으로 맺어졌다.사랑했던 남자와 여자. 미치도록 사랑했지만, 사랑의 열정은 다른 보통 사람들과 똑같이 삼 개월을 넘기지 못하였다. 변해가는 사랑 앞에서 차마

사랑이 변하니? 

따위 같은 물음은 하고 싶지 않았던 여자 진. 그러나 남자 진의 아이를 임신한 한 여자아이 앞에서,

미치지 않을 수 있겠니....

이후 누군가가 죽었고, 누군가가 떠났고, 누군가는 살아남았다. 그 후 7년을 떠나간 남자 '진'을 찾아 헤매고 있는 여자 '진'이 있다.

 

사랑은 얼마나 가벼운가. 그것이 전 생의 무게보다도 더 무거운 거라고 믿어도, 서로를 못 견딜 지경이 되면 결국 밀어 올려지고, 마침내 갈라지는 것이다.

 

어김없이 진을 찾아 섬에 들린 진, 기억을 봉인한 채 7년전의 그날을 기억하지 못했던 그녀는 섬에 사는 택시 드라이버 이야나를 통해 자신의 봉인된 기억을 풀어 낸다. 그날 이후 한번도 기억한 적도 없고 오로지 자신만 알고 있는 사건의 내막을 기억해내고....... 늘 죽음을 꿈꾸며, 죽기 위해 산 남자 이야나와 돈많은 의붓어머니가 자연사하길 기도하는 '만'을 통해서 눈꼽만큼 없는 인생에 보태진 밑바닥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살아가야만 하는 '삶의 처절함'은 통렬하다 못해 신랄하다. 그러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섬 전체를 사라지게 한 지진은 이들에게 오히려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다.  

 

이야나는 사라지는 것보다 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사라지면서 남겨진, 참혹하고 처절한 흔적들이었다.

 

제목과는 너무 다르게 이들의 사랑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삶에서 상처는 없을 수 없다. 수많은 상처 앞에 초연하기도 힘들다. 인생이라는 배를 항해하다 보면 궂은 날씨로 고생도 하고 암초에 부딪히기도 한다. 그리고 그 위기를 잘 이겨내고 나면 한동안은 순탄한 항해가 기다리고 있음을 믿어야 한다. 너무 식상한 이야기일지라도 오랜 세월 수많은 상처를 견디어내다 보면 그 믿음은 더 강해진다. 지금 이순간의 아픔을 이겨내며 살아내다 보면, 언젠가 더 행복하고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미칠 것만 같았던 그날 이후 이 자신의 사랑을 찾아 헤매는 마음처럼, 그런 간절함으로 삶에 집착하며 그 순간을 영원처럼 살아가지만, 그런 순간은 낮잠에 불과한 시간일지도 모른다. 상처 때문에 괴롭고 아프고 미칠 것 같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지금의 아픔을 다독이고 위로해 주는 책이 있다고, 그것보다 좋은 책은 없을 것 같다.

 

어쩌면 삶이란 죽음의 가벼운 옷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난 살겠다고 생각했고, 살아있는 한은 이 삶을 믿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리고 당신이 그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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