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신동준 지음 / 인간사랑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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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모험>을 읽으면서 <장자>의 원전을 읽어보고 싶었는데 <중국현대사>와 <조조 사람혁명>을 통해 접해보았던 고전연구가 신동준의 고전에 관한 해석과 판단이 마음에 들었던지라 ,<장자>를 읽으면서도 흡족한 마음이 든다. 사실 공자나 맹자, 노자등은 많이 접해본 사상가이지만, 장자는 조금 모호한 느낌의 사상가이다. 그저 도가의 뿌리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장자에 대해서 모처럼 제대로 알게 되어 기쁜 마음이 든다.

 

 

21세기에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사상가는 장자이다. 최근에 더욱 장자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기존에 장자에 대한 해석에 오류가 많았던 이유이지 싶다. 저자는 기존에 노장老壯 사상의 통칭으로 노자와 장자를 같이 보게 된 것에는 사마천의 책임이 크다고 보았다. 사마천이 사기에서 두 사람을 ‘무위’를 사용한 점만을 지나치게 높이 평가한 탓이라고 한다. ‘무위 자체만을 놓고 볼 경우 한비자가 오히려 노자사상의 정곡을 꿰뚫었다고 평할 수 있다. 여기서 노자가 ’무위‘(無爲)를 주장했던 것은, 통치자가 ’무위‘에 도달하면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복종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만, 장자의 무위는 국가에 의해 강제적으로 진행되는 권력의 집중에 반대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장자는 여타 제자백가와 달리 ’무위자연‘을 역설하며 ’나‘를 중심으로 천지자연과의 합일을 주장했다. 반면 노자는 국가의 권위와 지배를 정당화한 반면 장자는 국가의 권위를 부정하고 민중들의 연대를 추구하는 것에 차이가 있다. 따라서 ‘노장’도 ‘공맹’과 마찬가지로 무위를 전면에 내세운 장자의 주장에 현혹된 결과로 볼 수 있다. 맹자가 묵자사상의 계승자인 것처럼 장자 역시 노자가 아닌 양주학파의 일원으로 보는 것이 옳다고 보았다.

 

 

장자사상의 가장 큰 특징을 ‘무위’가 아닌 ‘자연’에서 찾는 이유다.

노자

인→지→천→무위의 도 =무위자연

장자

인→지→천→무위의 도→무위자연

이는 노자사상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하다.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같은 도가 계열일지라도 노자사상을 유柔, 열자사상을 허虛, 장자사상을 무無,로 요약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장자는 삶과 죽음을 ‘무’에서 ‘무’로 돌아가는 자연의 순환과정을 파악하였다. 이에 관한 장자의 생각을 가장 잘 나타내 주는 것이 『제물론』에 나오는 호접몽胡蝶夢일화이다. 장자가 말하는 만물의 변화 즉 물화는 ‘나’와 외물의 경계를 허물고 하나가 된 일종의 무아지경無我之境에 해당된다. 불가에서 말하는 물아일체物我一體와 꼭 같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문 장자사상의 상징어가 바로 ‘호접몽’이라 볼 수 있다. 강신주의『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모험』에서도 호접몽을 삶과 죽음의 경계로 보았는데 꿈에서 깨어나 ‘삶’의 세계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은 장자 사상의 정점이다. 이렇게 장자는 ‘나’를 중심으로 생生의 문제를 해석했다. ‘나’와 외물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 바로 물아일체의 경지이다.

 

 

“원래 사람의 생명은 임시로 빌린 것에 지나지 않는다. 빌려서 살고 있으니 생명이란 먼지나 때와 같은 것이고, 삶과 죽음 역시 낮과 밤의 교대와 같은 것이다.”

 

 

인간이 죽음에 대처하는 유형은 크게 3가지로 분류하였는데

첫째, 향락에 빠져 죽음을 잊는 유형.

둘째, 위대한 업적을 자신의 이름을 후대에 영원히 남기는 경우.

셋째, 종교에 귀의하는 유형.

장자는 이들 3가지 유형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바로 죽음에 초연하는 것,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마음자세를 가지게 되면 세속적인 것에 초연하게 되고 , 유한한 삶 위에 권력과 재물 및 명예를 쌓기 위해 부질없이 남과 원한을 맺으며 정신없이 살아가느니 차라라 천지자연 속에 몸과 마음을 맡겨 유유자적하게 살아가는 것이 바로 장자가 택한 죽음에 대처하는 방법이다. 저자는 우주를 품안에 껴안고 살아가게 되면 삶 자체를 관조할 줄 아는 안목이 생기며 이런 생각을 글과 언행으로 남기면 문예창작과 자연이치의 발견을 남긴다고 한다.

 

 

21세기에 들어와 장자사상을 과학주의와 연결시켜 해석하는 견해가 점증하고 있는 것이 저간의 흐름이다. 특히 장자는 상대성원리에서 말하는 것처럼 우주의 모든 물체는 상호 연결돼 생장소멸의 부단한 순환활동을 한다고 보았다. 자유민주주의 이념이 내재해 있는 기계론적이면서도 원자론적인 세계관은 ‘인간소외’와 ‘비인간화’를 부추기는데 일조했다. 21세기의 기본과제는 인간이 주체가 되는 인간 삶의 회복일 수 밖에 없다. 여기서 장자가 말하는 세속의 명리에 초월하는 삶을 사는 것에 대한 깨달음이 있다. 과거에 장자를 현세를 떠나 무위자연속에서 안빈낙도의 삶을 추구한 사상가로서 보았지만, 장자의 사상은 오히려 현실세계에서의 깨어남을 강조하였다.-[소요유]와 [덕층부]. [제물론]에서 나오는 꿈이야기로 보아도 삶을 부정하게 만드는 모든 것은 꿈으로 비유하며, 꿈에서 깨어나서 ‘삶’의 세계를 회복해야함을 역설한다. 저자는 기존의 장자를 문예와 철학의 보고로만 보아오던 것을 장자의 사상안에는 리더십으로서도 훌륭한 보고가 있음을 명시한다. 실제로도 장자의 이야기는 동화같기도 하고, 이야기가 명확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예전에도 장자를 몇 번 읽어보려 시도만 하고 다 읽지 못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하지만 조금의 상상력과 해설자의 친절한 설명이 장자를 완독할 수 있게 해주지 않았나 싶다.

 

 

“스스로를 옳다 여기면서 다른 사람을 그르다 하고, 자신을 아름답게 여기면서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모든 사람이 그러하다. 그러나 시비는 비록 다를지라도 ‘나’와 ‘너’는 원래 균등한 것이다. -16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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