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슬픔을 가볍게, 나는 춤추러 간다 - 댄스 스포츠에 빠진 사람들의 이야기
방현희 지음 / 민음인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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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 춤을 춘 적이 있다. 《오늘의 슬픔을 가볍게, 나는 춤추러 간다》이 책을 받아들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지금까지 나는 왜 춤을 잊고 살았을까? .. 하며...  며칠 전 아이들과 대중목욕탕에 갔는데 벽면에 걸린 대형 TV에서 '댄스 위드 미' 라는 댄스 경연 프로그램이 한참 방송중이었다. 우연히 본 댄스의 황홀한 동작과 리드미컬한 음악에 매료되어 순간  넋을 놓고 쳐다보고 있었는데 막둥이가 흥에 겨운지 댄서들을 똑같이 따라한다. 아이의 재롱과 화려한 댄스의 세계가 겹쳐지면서 오래 전 춤추던 그 날들이 떠올랐다.  

 

중학교때 우연히 특별활동을 하게 되었는데 다름 아닌 '무용'이었다. 그냥 재미로 들어갔는데 의외의 재능을 발견하게 되어 담임선생님과 무용선생님은 무조건 예고를 가기를 권했다. 그러나, 가난했던 우리집은 한번 대회에 나갈때마다 당시만 해도 너무 비싼 대회비를 감당 할 수 없었다. 차마 대놓고 말씀은 못하시고 밤마다 고민을 하시는데 밑으로 딸린 동생 둘의 앞길도 구만리인데 차마 하고 싶다고 우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그냥 순순히 포기했다. 그게 아마도  내 인생의 첫 갈림길의 순간이었지 싶다. 춤은 그래서인지 가끔 떠오를때마다 가슴 한 쪽이 찌르르 해진다. 마흔이 다 된 지금도 그때 내가 예고를 진학하였으면, 지금의 나와는 다른 모습이 되었을까? 가 늘 궁금해지곤 한다.


 

작가는 내게 낯설은 국내작가이다. 처음 대하는 작가의 글은 무척 감미롭다. 잔잔한 감동의 여운을 남기는 동시에 심금을 울리는 것도 잊지 않고 건드려 읽다가도 가슴 뭉클거리게 만드는 얄미운 작가다. 그냥 춤 이야기만 있었다면 얄밉지만은 않을 텐데 나이가 들면서 느껴졌던 삶의 자양분들을 곳곳에 뿌려놓았다. 가장 마음에 드는 말이 있다면

 

"인생에는 결코 피할 수 없는 어려움이 오는 때가 있다. 그것이 지금이 아니라면 그 어느 때인가는 반드시 나를 거쳐간다. 그게 어릴 때일수도 있고, 한창 때일 수도 있으며 다 늙어서일 수도 있다. 그것을 대비하면서 살아야한다."


이 말이 참 귓가를 맴돈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습성은 늘 현재에 안주하려 하기 때문이다. 인생이 봄날 만 있을 수 없듯이 때론 폭풍우가 치고 때론 비바람이 불어도 긴 생명력을 가진 것이 우리의 삶이기 때문이다. 내게도 미래는 불투명하지만, 지금의 내가 행복하다고 해서 안주하거나 자만하거나, 최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에게는 똑같이 어려움이란 것이 존재하기에 그것이 언제 찾아오든지 대비할 수 있으면 된다. 인생에 이런 어려움(아픔, 고통 , 슬픔) 등이 찾아왔을 때 그것을 이겨내는 힘의 원천이 누구에게는 책이 될 수도 있고 누구에게는 음악이 될 수 있겠지만, 이 책의 주인공들은 춤으로 그 슬픔을 이겨낸 사람들의 이야기다. 작가가 수년간 댄스 스포츠를 배우며 만난 이들의 이야기를 룸바, 차차차, 왈츠, 자이브, 삼바, 탱고, 파소 도블레, 폭스 트롯 등 다양한 종목의 댄스 스포츠와 접목하여 한 편의 삶과 춤의 에세이집이 완성되었다. 이들이 춤을 배우게 된 이유와 춤이 이들에게 어떤 존재인지,작가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 우리의 삶에 춤이 강한 위로가 되기도 하며 온전히 나를 표현하는 것임을 이해하게 될 것만 같다.  

 

영혼마저 구속하는 것은 비단 사람만이 아니다. 우리의 생활, 나를 얽어맨 모든 현실 , 삶 자체의 무거움이 있다.

 

요즘도 가끔 아이들이랑 춤을 춘다. 하지만, 우연히 만난 이 책이 내 버킷 리스트에 '춤' 을 추가하게 만든다. 오래된 기억, 열정이란 이름도 몰랐을 시절에 추었던 그 춤사위들이 그나마 정겹게 느껴지는 것은  이루고 싶은 그 무엇을 떠올려 주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감각적이고 밀도 높지만, 깊은 성찰에서 우러나온 작가가 풀어놓은 삶의 이야기가 너무도 살뜰히 다가와 고요했던 수면에 파문을 일으켜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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