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어 1 줄리애나 배곳 디스토피아 3부작
줄리애나 배곳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어렸을 때 디스토피아 영화중에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미래에는 사람들이 물건을 살 때는 바코드가 없으면 구매할 수 없다는 내용을 부정적인 메세지를 담아 바코드로 인한 세상의 지배같은 내용이었다. 지금에 와서 그 영화를 떠올려보면 바코드가 일상이 된 작금의 현실이 그렇게 극한의 상황으로 다다르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를 하는 반면에 왜 미래를 디스토피아로 보여주는 영화와 문학이 필요한지를 어렴풋이 이해가 가는 것도 같다. 자본주의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볼 수 없는 것은 자본주의의 이면에는 언제나 지배층과 피지배층이라는 불평등 이념이 바탕이 되어 있고 급변하는 디지털 속도에 불안감을 감지하고 있는 현대인들은 불확실한 미래와 측정할 수 없는 미래는  말 그대로 "디스토피아" 를 느끼게 한다. 최근에 들어 급증하는 영화장르나 문학에서도 디스토피아를 주를 이루는 것 또한 그런 이유이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상상하는 이유는 현재 우리의 불안을 그대로 투영해주고 있다. 지배층과 피지배층이라는 양분화된 사회, 엘리트 집단만이 살아남은 미래속에서 약자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는 강자의 모습을 담은 디스토피아를 담은 소설 『퓨어 』는 기존의 많은 디스토피아 영화를 닮아 있다. 최근 개봉된 영화 『헝거 게임』과 비교하자면, 『헝거 게임』에서는 지배측이 군림하고 있는 도시를 '판엠'이라고 불렀지만, 『퓨어 』에서는 '돔'이라고 연상할 수 있다. 그러나 퓨어의 세상은 조금 더 진보적이고 앞선 테크놀리지의 세계라는 차이를 보인다.

 

 

태양에 태양에 태양을 더한 것 같았던 밝디밝은 빛같았던 '대폭발'이 일어난 후의 세계이다. 

돔에 살고 있는 이들은 '퓨어'라 부른다.

대폭발이 있은 후, 사람들은 딱 두부류로 나누어지게 된다.

바로 '돔'에 있는 사람과 '돔'밖에 사는 천민들.

돔은 천민들을 언제나 주시하고 있으며, 언젠가 지구가 회복되는 날, 천민을 돌보며 새출발 할 것이라 믿는 이유는 , 대폭발이후 돔에서 날아온 종이(메세지)들 때문이다.

 

 

형제자매여, 우리는 여러분이 여기 있다는 것을 압니다.

언젠가 우리는 '돔'에서 나와 여러분과 평화롭게 공존할 것입니다.

다만 지금은, 멀리서 사랑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겠습니다.

 

 

그러나 돔 밖의 세계는 강력한 군사 정권으로 인간 사냥을 즐기는 군인들이 존재했고,

대폭발로 인해 하늘에서는 늘 검은 재가 내렸고, 불에 타고 뒤틀린 생존자들은 몸이 성한 사람이 없었다. 화상과 흉터, 아니면 주위의 사물이나 짐승들과 융합된 사람들, 기형의 아이들, 새로운 기형의 종들이 출현하는 곳이다. 반면에 대폭발에도 살아남은 지배층들은 밖의 세계와는 안락하고 부유한 삶을 살아가지만 , 지배층에 의해 질서가 유지되고 있는 완벽한 신분사회이다. 철저하게 교육되고 철저하게 연구를 바탕으로 우성인자만 존재하는 곳이 바로 '돔' 이다. 

 

 

대폭발 시에 휴대용 선풍기를 들고 있던 할아버지는 선풍기가 그대로 목에 박혀 죽을 때까지 한 몸이 되었다. 그런 할아버지와 살고 있는 영특한 손녀 딸 '프레시아'는 이제 곧 열여섯이 된다. 혁명군은 무조건 열여섯이 되면 아이들을 잡아가는데 이번에 그 명단에 포함된 프레시아는 할아버지의 죽음이 얼마남지 않았음을 감지한다.  장의사였던 할아버지는 이제는 산 사람의 살을 꿰매주는 일을 하고 프레시아는 근근히  작은 동물을 만들어 시장에 팔고 채소를 받아 근근히 삶을 연명하고 있었다. 그나마 프레시아가 만드는 나비는 인기가 많았는데, 그 이유는 나비가 주는 생명의 몸짓이 희망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돔의 지도자층의 한 사람인 월럭스의 아들 '패트리지' 는 어느 날 아버지에게 호출을 받는다. 애정도 없고 살가움도 없는 아버지라는 이름의 월럭스는 지배자가 가지고 있는 권력과 차가움, 오만함, 매정함의 화신이다. 돔으로 들어오는 날 , 천민들을 구하기 위해 나갔던 엄마를  기억하는 패트리지는 엄마의 따스함과 아름다움을 기억한다. 그러나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 또한 돔에 있는 이들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이다. 아버지는 패트리지가 행동 코딩에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고 계속된 실험을 하는데 행동 코딩에 문제가 생긴 것이 '어머니 ' 탓이라는 말을 흘린다.  우연히 엄마의 유품을 발견한 패트리지는 그 유품들을 보자, 엄마가 돔 밖에 살아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된다. 그리고 돔 밖으로의 탈출을 감행한다. 어렸을 때 늘 불러주던 엄마의 노래를 기억하며..

 

 

"항상 빛을 따라가렴. 네 영혼을 따라가렴.네 영혼에 날개가 있기를.

너는 내 길라잡이야."

 

 

 이후 펼쳐지는 세계는 숨막히도록  빠르게 전개되고 돔 밖으로 탈출한 패트리지가 프레시아와 만난 후의 행보는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둘의 만남은  절망만 가득찬  세계에 희망을 주고 , 돔 안에서도 작은 변화가 꿈틀거린다. 혁명군에 의한  프레시아의 납치로 패트리지와 브래드웰은 또다른 진실에 접근하게 되는데, 브래드웰은  돔밖의 천민들 중에서도 지하세계를 조직하여 대폭발과 '돔'에 대한 환상과 통념에 반기를 든 인물이다.  이어 둘은  광활한 녹은 땅이라는 곳에 살고 있는 '힘이 있고 믿을 수 있는 여자'라고 불리우는 사람이 패트리지의 엄마일 것이라 생각하고 그녀를  만나러 가는 과정이 2권에 펼쳐질 예정이다.

 

 

소설에서 그리는 세계는 마치 핵 전쟁이후의 모습을 그린 느낌이다. 이런 상상속에  미래의 재앙은 현실이라는 화살을 겨냥한 것이다. 소설 속의 세계의 이미지가 생생하게 그려지는 것은 기존의 디스토피아 영화에서 그려진 익숙한 장면들이 떠오르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는 것은 매력적인 등장인물 때문이다. 이들은 우리들을 억압하게 하는 것- 자유와 권력- 에 대항하여 싸우는 인류를 구원해 줄 수 있는 구원자로서 스토리에 생명력을 부여해줌과 동시에 부조리한 현실과 싸우는 전사의 모습이다. 디스토피아 문학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현실의 부조리를 극한 상황까지 끌어올려 상상하게 하여 그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해주는 데에 있다. 디스토피아는 먼 미래가 아닌 바로 현실의 울림인 것이다.

*2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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