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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마노, 달의 여행
나서영 지음 / 심심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도전하는 자에게 실패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실패는 현실에 안주하여 거기에 머무는 자들이나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도전하는 자는 현싱에 안주해야 할까 오직 그것만이 두려울 뿐입니다.
실패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다만 도전할 기회가 없음이 슬플 뿐입니다.- p47
누구나 꿈을 꾼다. 이루지 못할 꿈이라 할지라도 꿈을 꾸고 있을 때 사람은 가장 행복하다.
며칠 전 홀로 밤에 잠들지 못하고 보게 된 독립영화 한편이 자꾸 떠오른다. 꿈을 잃었을 때 사람이 얼마나 피폐하게 되는지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길거리에서 노숙하는 한 남자의 흐리멍텅한 눈빛, 때에 쩔은 옷, 생기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을 수 없는 죽어있는 기운이 노숙자라는 그의 신분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동사무소에서 노숙자들에게 반려자로 유기견을 대여해주는 서비스를 , 개고기를 먹기 위해 대여를 받게 되는데, 동사무소에서 돌아오는 길에 자신을 졸졸 따라오며 의지하는 개를 보고 마음이 변한다. 개와 함께 노숙을 하면서 점점 주인공의 눈이 초롱초롱 변화가 오고, 조금씩 생기를 찾아가는데 , 주워 먹은 닭뼈에 문제가 생겨 동물병원에 데려갔지만 암이라 얼마 못산다며 의사는 온 길에 안락사를 시키자고 한다. 생전 처음으로 외로움을 잊게 해준 녀석을 차마 안락사 시키지는 못하고 돌아오는 노숙자청년은 죽어가는 개를 위해 처음으로 달세방을 계약하고 세수를 한다. 처음으로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위해 꿈을 꾸는 청년의 모습은 더할 나위 없이 밝고 반짝반짝 빛이 난다. 꿈이란 것은 그런 것이다. 꿈이 있는 사람은 그래서 아름답다.
로마와 훈족과의 다툼으로 대륙이 피바다가 되자 모르민족은 락카슈숲으로 들어간다. 락카슈숲은 모르민족에게 유일한 세상이자, 피난처가 되어주고 세상과 모르민족 사이의 락카슈숲은 넘어서는 안 되는 금단의 벽이다. 락키슈숲의 풍요로 모르민족은 노르딕이라는 통수를 중심으로 번영하였다. 할아버지 무릎에서 달의 전설을 듣고 자란 알라마노는 달의 전설이 꿈으로 자리잡게 된다. 세상의 젊은 왕들이 달의 흙을 먹고 젊어졌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알로마노는 달의 여행을 꿈꾸고 아르토스산 정상에서는 달에 손이 닿는다는 말을 듣고 자랐다. 그 믿음은 성인이 되어서도 더 단단해지고 강해져서 가슴 속에 품은 달의 여행은 더욱 확고해져 갔다. 고아였던 아르곤을 동생삼아 가슴 속에 품은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흑진주처럼 이쁜 루우비에게도 자신의 꿈을 말해주지만, 아르곤과 루우비에게는 너무도 먼 불안하기만한 이룰 수 없는 꿈이었다.
락키슈숲을 떠난 민족이 없기에 알로마노가 달의 여행을 떠난다고 하자 통수 노르딕과 마을 사람들은 경악하고, 장로들의 반대에 부딪히지지만, 꿈에는 실패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알로마노의 말에 노르딕은 다이아몬드를 달에 박아 더 빛나게 해달라는 부탁을 하며 여행을 허락한다. 한편, 루우비는 두려움에 알로마노와 이별을 하고 , 아르곤만이 같이 길을 떠난다.
아르토스 산을 찾아 떠난지 마흔 번의 야영을 하고 양식이 떨어진 3일뒤에 작은 민가에 들어선 알로마노와 아르곤은 장님 시인 베르테르의 집에 쉬게 되고, 베르테르가 눈이 멀게 된 이야기와 사랑의 아픔을 듣게 된다. 달의 여행을 하는 알로마노에게 달에 자신의 시를 걸어 모든 사람이 보게 해달라는 베르테르의 꿈을 담아 먼 길을 서두르는데 루우비가 알로마노와 아르곤 앞에 쓰러져있다.
이후 , 알로마노 일행은 허황된 꿈을 꾸는 사람들로, 바보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라는 눈총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 알로마노의 금을 훔치기 위해 접근한 몰모이 또한 바보같은 꿈을 꾸는 알로마노를 속으로는 비웃으며 길안내자로 접근한다. 몰모이의 끈임없는 배신에도 변함없이 순수한 믿음을 보여주는 알로마노 일행에, 난생 처음으로 자신을 믿어준 알로마노를 위해 죽음을 택한 몰모이는 알로마노의 꿈이 허황된 것이 아닌 지금 죽어가는 자신과 같이 흙 위에 뒹구는 금덩이가 오히려 더 허황된 것이라는 것을, 자신에게도 꿈이 있었지만, 꿈을 위해 한 번도 노력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눈을 감는다.
알로마노의 여행은 꿈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꿈을 찾아주기 위한 여행이다. 꿈은 순수의 결정체이며, 믿음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기에 『알로마노, 달의 여행』은 첫사랑의 추억을 잃어버린 이에게 사랑을 되찾아주고, 사람에게 신뢰를 잃어버린 가난한 이에게는 믿음이라는 것을, 날지 못하는 작은 새에게는 날 수 있는 용기를 심어준다. 알로마노가 아르토스 산 정상에서 달이 여전히 하늘에서 빛나고 있다는 사실에 웃을 수 있었던 것은 달의 여행에서 배운 자기 완성의 소중함을 깨달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꿈을 이루는 것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는 삶의 진리를 일깨우며, 눈 앞에 보이는 일에만 매달리지 말고 멀리 앞날을 내다보기를 마음속에 자신만의 꿈과 이상을 간직하며 살아가라는 알로마노의 속삭임이 들리는 듯하다. <알로마노, 달의 여행>은 이렇게 잃었던 꿈을 찾아주는 어른을 위한 동화 같은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