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타라 - 하
후지타니 오사무 지음, 이은주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인생이라는 바다를 항해하는 것은 엄청난 끈기와 인내를 필요로 하며 표류하는 배가 되지 않기 위해 끝없는 사투를 벌여야 하는, 그래서 인생은 하나의 배로 보는지도 모르겠다. 인생의 배에는 한번 오르고 나면 내릴 수 없으며 연습할 수도 없고 몇 번씩 반복할 수도 없는 일회성의 시간속의 무정한 배. 시간이라는 무정한 배에 승선하고 나서야 돌아볼 수 있는‘나’의 모습은 이미 현재의 모습인 ‘나’가 아닌 과거형의 ‘나’이다. 지난날의 내 모습을 지금의 내 모습과 반추해 보고 나서야 과거를 돌이킬 수 없음을 깨닫고는 부끄러움에 견딜수 없게 될 때가, 그럴때가 있다....<1권 리뷰 첫머리 >...

 

 

독일에서 돌아온 사토루, 막연하게나마 불안을 감지하던 사토루는 미나미의 행방불명으로 미나미의 집까지 찾아가지만 부모님들께 제지당하고 따가운 눈총을 받은 채 돌아와야 했다. 그러던 중 미나미로부터 현재 임신 중이며 곧 결혼한다는 말을 전해 듣는다. 학교도 물론 자퇴하고 ... 독일로 떠나기전 조금씩 느껴지던 불안감의 실체는 곧 미나미의 임신으로 정체를 드러내고 자신에게 남아있는 아름다움 시절도 순식간에 사라진다. 함께 연주를 하고 가끔 편지를 주고 받으며 미나미와 미래를 계획했던 일들이 물거품이 되자, 사토루는 살인을 꿈꾼다. 그러나 살인하고 싶다는 말을 가나쿠보 선생님께 털어놓자 선생님은 소크라테스의 이야기를 빗대어 살인의 비정당성을 말해준다. 무언가에게 화풀이를 해야만 했던 사토루는 결국 선생님에게 빗나간 화살을 쏘게 된다. 그것은 젊은 날의 혈기로 설명되어질 수 있는 행위일까?

 

 

어이없이 학교에서 해고당하게 된 가나쿠보 선생님은 사토루에 대한 아무 원망도 해명도 하지 않은 채 소크라테스의 마지막을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것으로 학교를 떠난다. (아마 사약을 받은 채 죽어야 하는 기분과 같아서 인지도 , 소크라테스도 도망갈 수 있음에도 도망가지 않은 이유처럼, 선생님도 변명할 여지가 있음에도 변명하지 않은 채 소크라테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보아 자신을 소크라테스와 동일시 한 것으로 보인다) 단지 <안다>는 것의 진정한 뜻을 모른 채 안다는 척을 하는 것은 장식품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 자신을 진정으로 아는 사람은 이세상에 아무도 없다는 말을 남긴 소크라테스와 인생자체가 간단하게 판단할 수 없는 것 투성이라는 것, 선을 선이라고 할 수 없고, 악을 악이라고 할 수 없을 때가 많은 것이 인생이라는 말과 “우리 앞에 어느 쪽에 더 좋은 것이 기다리고 있는지, 신 외에 누구도 분명히 알지 못할 것입니다. ” 말을 남긴채 학교를 떠난다.“

 

그러나 선생님이 들려준 마지막 말은 사토루의 전생을 지배한다. 자신에게 아무 원망도 하지 않았던 선생님이 들려주신 소크라테스의 이야기처럼 자신이 이제껏 음악을 아는 척 한 것에 불과하였음을, 언제나 “나” 를 알수 없었다는 것을 , 인생은 언제나 출렁이고 있는 바다라는 것을 , 너무 늦게 깨달았는지도 모르겠다. 선생님이 떠나고 나서 음악을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것을...

바흐든 헨델이든 하이든이든 모두 먹고 살기 위해 음악을 했으나, 자신에게는 그런 간절함이 없었다는 것을 20년이 지난 어른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늘 가장조의 버금딸림화음과 멘델스존의 음악이 있던 세계에서 별세계인 일반세계에 적응하는 동안 사토루는 안개 속을 걷는 기분이었다고 한다. 이후 온전한 어른이 되어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선생님께 용서를 빌기 위해 찾아갔을 때 들려주신 이야기처럼

 

“배를 타면 흔들린다. 파도에 흔들리기 때문에 뱃멀미를 한다. 뱃멀미는 언젠가 없어질 것이다. 그렇지만 흔들림은 언제까지나 계속된다. 뱃멀미가 사라졌을 때 배가 더 이상 흔들이지 않는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어른들의 거짓말이다. 배가 계속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누가 뭐라고 해도 잊어서는 안 된다.”

 

2권은 철학적인 사색이 대부분이다.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사랑의 아픔을 통해 성숙되어 가는 과정을 음악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자아를 깨우쳐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마치 데미안에서 싱클레어가 발견한 쪽지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를 연상케 한다. 저자의 자전적 소설이라 음악에 대한 애정과 슬픔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 더 애틋하게 다가오는 음악 청춘 소설이다. 젊은 날의 자화상을 고스란히 담은『배를 타라』는 인생의 긴 터널속에서 청춘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니체가 철학가들에게 배를 타라고 외쳤듯이, 이 소설은 서툴고 미숙한 청춘들이 알을 깨고 나올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소설이다. 청춘이여 ! 배를 타라 ~우리가 발견해야 할 또 하나의 세계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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