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글쓰기 나남산문선 11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기획 / 나남출판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자마자 책을 손에 잡는다. 소파에 삐뜨름하게 누워서는 책을 읽을 때 나의 새벽은 서서히 아침으로 움직이고 있다. 하루중에 가장 소중하고 의미있는 시간이다. 글을 쓰고자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책을 읽으면서 글쓰기가 시작되었다. 따라서 글쓰기에 대해서는 말 못할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젊은 날에 한번이라도 글쓰기에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문학과는 담쌓고 있었던지라 사십이 다 되어서 쓰려고 하니 이것 참 답답한 노릇이다. 그래서 늘 머리를 싸맬 수밖에 없다. 그저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사유의 느낌이 좋았고 자꾸만 머릿속을 파고드는 무언의 언어들에 취할 정도로 좋았다. 그런 사유의 바닷 속 을 헤험쳐다니다 보면 때론 장애물이 와서 부딪히기도 하고 누군가 던진 돌에 맞기도 하지만 사유의 힘은 그 아픔마저도 잊게 해주는 것 같다.그래서 책을 읽는 것 같다.

 

이 책은 한국의 내로라하는 작가 아홉 명이 풀어놓은 자신의 삶과 책 이야기이다. 아직 책읽기와 글쓰기의 낯섬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진정한 글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9人의 작가가 가지고 있는 책읽기와 글쓰기란 무엇일까? 김용택시인은 책을 통해서 사는 게 별것이 아니라는 것을 일찍 알았다고 한다. 책이라는 창을 통해 바라본 세상의 이치를 깨달으며 인생이 시작되었고 책을 따라가다보니 글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삶은 허망한 것이고 바람 같은 것이라는 것을, 별것이 아닌 삶을 살기 위해 사람들은 사람이기를 버린다는 것을 알았다.(p29)

 

 

 

 

도종환 시인은 글을 쓰게 되면 우리의 눈은 대상 속에 들어 있는 의미를 간파해 내는 눈을 갖게 된다고 한다. 내가 관심을 갖게 되는 대상 하나하나와 긴밀한 만남을 가지기 시작하며 대상과 나와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며 내 앞에 있는 장미꽃이 나와 새로운 관계를 갖기 시작하는 장미꽃이 되는 것이다. 이에 나자신도 그러한 눈으로 바라보게 될 때 내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고 새로운 인생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글을 쓰는 것이라고 한다.

 

“ 어느 날 문득 일상 속에 묻혀 사는 나를 다시 보게 만드는 사물, 일을 만나고 그것들이 그 일상과 적당한 거리를 만들게 하고, 그 거리에 서서 자신과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갖게 만드는 것, 그것이 글인 것이다.”

 

서정오 작가는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작가가 될 때 아름다운 세상이 된다고 한다. 공연히 어려운 말로 젠체하는 글이 아니라, 삶 속에서 절로 터져 나오는 내 생각과 내 느낌과 내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는 글을 써야한다고 한다. 말과 글에 진심이 담기면 저절로 쉬워진다고 한다. 따라서 글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작가들은 사회가 어떻게 병들어가는지 , 어디서 허물어져 가는지를 날카로운 눈으로 살펴서 그것을 대중에게 두루 알려주어야 좋은 사회가 된다고 한다.

 

 

 

안도현 시인이 말하는 글쓰기는

 "나’라는 인간을 하나씩 뜯어고쳐 가는 일이었으며, 문학에 의해 변화된 ‘나’가 흔들릴 때마다 문학은 초발심으로 불꽃을 일으키는 매서운 매의 역할을 했다. 문학은 엄하고 무섭지만, 그런 이유 때문에 문학을 가르쳐 준 세상에 대해 고맙다고 생각한다."

안도현 시인은 시를 읽고 쓰는 것, 그것은 이 세상하고 연애하는 일이라며 문학은 외로운 자들의 몫이라고 한다. 글을 쓰는 일은 외롭기 때문에 아름다운 일인지도 모른다..

 

 

 

 

한번도 글을 써 본적이 없으나 40대가 다 지나서야 갑자기 글을 쓰고 싶어서 썼다는 우애령 작가의 이야기 또한 인상깊다. 사회복지원에서 만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보며 스스로의 영혼을 자신의 힘으로 지키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근원적 문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내보내고 싶은 욕구가 글을 쓰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하는 그녀는 지금도 인간이란 운명에 맞서 싸울 아무 힘도 지니지 못한 무력한 존재인가? 하는 의문에 답을 하고자 절망에서도 일으켜 세우는 사랑과 삶의 의미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의무사항은 아니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책속의 것들이 내 머릿속에 들어와 오롯이 내 것이 되는 느낌이 들때가 있다. 그럴때면 머릿속에 무언가 강한 울림이 퍼지는 느낌이 있다. 그리고 그 울림을 토해내는 것이 글쓰기이다. <책은 도끼다>의 저자 박웅현이 책을 읽는 것은 삶의 풍요를 위한 훈련이라고 했듯이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다는 것을 느껴야 하며 그 이야기가 씨앗이 되어 마음속에 싹이 틀때 비로소 우리의 삶은 풍요로와진다고 한다. <내 인생의 글쓰기>의 9人의 작가들은 책읽기를 통한 그런 감동으로 남을 울리는 글을 쓸 수 있는 사람, 감동을 줄 수 있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서정오 작가는 온 국민이 글을 쓰는 나라가 진정으로 행복한 나라라고 한다. 글쓰기의 민주화는 쉬운 말과 글에서 시작된다. 책은 조그마하고 얇지만 그 안에 들어가있는 책읽기와 글쓰기에 대한 많은 배움이 있는 책이다. 문학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작가의 선한 영혼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주옥같은 그들의 생각은 두고두고 곱씹어 삼킬 만한 교훈들이다. 바른 책읽기와 바른 글쓰기를 하고자하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