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읽는 손자병법 - 내 인생의 전환점
강상구 지음 / 흐름출판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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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신문에 지하철 담배녀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지하철에서 흡연과 음주, 욕설과 행패등 몰지각한 행동을 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기사를 읽으면서 정말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서울에서 직장다닐때만 해도 지하철에서 담배를 피는 사람을 본 적도 없거니와 술을 마시는 사람은 더더욱 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남자도 아닌 여자가.. 궁금함에 지하철 담배녀 폭행동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아무리 지하철에서 담배를 피웠다고 해도 좀 심한 폭행이었다. 하지만 간간이 들려오는 남자의 말에 상황이 어림짐작이 가게 되었는데 그래도 차마 여자를 때리고 싶진 않았는지 “아고 얼굴은 이쁘게 생겨서 행동도 이쁘면 얼마나 좋아. 아고 .” 하는 말이었다.

 

요즘 세상의 하수선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씁쓸한 기사였다. 예전에는 그래도 인성을 중요시하고 도덕의 가치를 우선시 했지만, 이제는 인성보다는 물질이 더 높은 가치가 되다보니 사회에서는 인성의 문제가 되는 사건들이 많아지게 된 것 같다. 싸움을 하지 않고 살면 좋겠지만 싸울 일이 오히려 더 많아지는 세상이다. 현재사회는 경쟁이라는 프레임 속에 현대인을 가두어둔 모습이다. 그러다보니 이겨야 잘 사는 인식이 저마다 강하게 박혀있다. 손자병법에서는 이기는 싸움을 하는 방법은 바로 이기는 싸움만 하는 것(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이라고 한다. 책을 읽기 전에 이 문구를 읽었을 때 지나치게 단순한 대꾸에 웃음이 나왔던 것 같다. 허나 손자가 이기는 싸움만 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자신을 바로 아는 것(지피지기 백전불태 知彼知己百戰不殆)에 있다. 여기서 손자가 백승百勝이 아닌 불태不殆를 쓴 이유는 ‘싸워서 이기기’ 보다 ‘지지’않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손자병법에는 승리를 아는 5가지 조건이 있다.

☆싸워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아는 자가 이긴다. (불가이여전 불가이여전자승知可以與戰 不可以與戰 者勝)

☆군대의 많고 적음을 쓸 줄 아는 자가 이긴다.(식중과지용자승 識衆寡之用者勝)

☆상하가 일치단결하는 쪽이 이긴다(상하동욕자승 上下同欲者勝)

☆싸울 준비를 끝내고 적을 기다리는 자가 이긴다.(이우대불우자승 以虞待不虞者勝 )

☆장수는 유능하고 임금은 개입하지 않는 쪽이 이긴다. (장능이군불어자승 將能而君不御者勝)

 

손자병법에서는 싸움의 시작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한다. 자신을 속이지 않는 것으로 시작한 싸움, 즉 자기 자신을 똑바로 직시하였을 때 비로소 이기는 싸움만 할 수 있다. 묵묵히 1만 번의 연습을 이어가는 게 자신을 완성해가는 방법이다. 자신과의 싸움에 이기고 난 후에 비로소 적을 마주하였을 때 지지 않을 준비가 되면 승리는 자명하게 된다. 흔히 바둑을 둘 때 옆에서 훈수를 두는 사람이 바둑판의 흐름을 잘 읽듯이 자기 자신을 한 발 떨어져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타인을 위한 입장 바꾸기가 아닌 자신을 위한 입장바꾸기를 해보면 자신을 바로 직시하기에 더욱 좋을 듯 하다.

손자는 장수의 위험요소를 5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앞뒤 재지 않고 죽자고 덤비기, 둘째는 싸움은 어찌되든 내 한 목숨 살기에 연연하기, 셋째는 성질 급하고 쉽게 화내기, 넷째는 혼자 깨끗한 척하며 명예에 집착하기, 다섯째는 보호할 능력도 안 되면서 백성 사랑하기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싸움이 위태롭지 않다“고 했다. 적을 아는 것이 승부의 핵심이다. 손자가 말한 장수의 위험요소 5가지는 장수들이 보편적으로 가진 약점이다. 장수의 약점을 알면 장수를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적에 대한 신상파악은 기본이다. 대체적으로 힘있는 사람들은 듣기 싫은 말은 듣지 않고 힘 없는 사람은 듣기 싫은 말도 억지로 듣게 된다. 그래서 힘이 있는 사람이 보는 세상과 힘 없는 사람이 보는 세상은 틀리다고 한다. 아마도 권력을 가진 사람이 보고 싶은 것만 보기가 더 수월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한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힘 없는 사람에게 귀를 기울이면 아마도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독단에는 빠지지 않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선거철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손자병법의 진면목은 바로 이런 부분이다. 말로는 이기는 싸움만 하라고 하지만 그 속뜻은 싸우지 말고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보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다른 병법서와 차별된다. 게다가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은 삼국지가 아닌 삼국사기와 이순신의 싸움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가기 때문에 손자병법이 수월하게 이해되면서도 친근하게 읽을 수 있다. 싸움하면 전쟁을 연상하곤 했는데 일상에서 벌어지는 싸움을 상기시킬 수 있어 무척 친근한 자기계발서처럼 느껴진다. 첫머리에 지하철 막말녀를 예로 들었듯이 우리의 일상은 싸움에 노출되어 있다. 과거 스스로의 처신만 바로하면 싸울 일이 없던 때와는 다르게 점점 경쟁체제에 익숙하다보니 아주 작은 일에도 화를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화를 내고는 늘 후회를 하면서도 일단 저지르고 보는 나 역시도 손자병법을 읽으면서 마음을 다잡아 보기로 한다. 이제 내 나이 마흔이기에 ... 이 책이 더 웅숭깊게 다가오는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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