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보이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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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 별을 보면 아픔이 느껴진다. 알퐁스 도데가 노래한 반짝반짝 빛나고 예쁜 별이 왜 내게는 아픔으로 느껴지는지 모를 일이다.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을 읽으면서도 그토록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시가 왜 그렇게 슬펐던 이유도 모를 일이지만, 별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며 추억과 사랑과 쓸쓸함을 노래하다가 갑자기 설움에 북받힌 이유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별은 내 가슴에 말하지 못하는 슬픔처럼 자리잡아 있었다.

 

모든 별들이 움직임을 멈추고 일제히 빛을 내뿜는 순간 아빠가 다른 우주로 갔다.

정훈은 이후 죽음이란 빛으로 태어나 빛으로 죽는 것이라 생각한다.

영원한 빛은 곧 죽음.

그렇게 1984년 열다섯이던 정훈은 고아가 되었다.

의식이 없다가 어느 날 갑자기 깨어난 정훈은 '애국지사'라 불리우며 '원더보이'라는 공식명칭이 붙는다.

이후 모든 별들의 빛을 받아서인지 정훈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된다.

지금은 곁에 없지만 다른 우주에서 여전히 과일을 팔고 있을 아빠를 위해 정훈은 하늘의 별을 세곤 한다.

 

그러면 아빠가 우주의 비밀을 말해준다.

"순리대로 사는 게 바로 이 우주의 비밀이지."

"산은 더욱 산이 되어야만 하고 물은 더욱 물이 되어야만 한다.그게 우주의 비밀이야" 라고...

 

원더보이는 이렇게 가슴속에 아버지를 품고 우주의 비밀을 깨닫는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복학생 선재 형, 남장 여자 강토 형,해직 기자 출신의 재진 아저씨, 구구절절한 사연의 무공아저씨, 이들 모두의 고통을 느끼는 정훈은 그들의 고통을 흡수하면서 자란다. 타인의 고통이 스며들어 자신의 일부가 되었을 때 정훈은 '이해'라는 의미를 깨닫게 된다. 또한 타인의 이해는 더 나아가 전 우주에 대한 이해로 확장되어 간다. 처음 정훈이 아버지의 죽음을 우주의 양자론으로 받아들여 또 다른 우주에 아버지가 살고 있다고 믿는 것처럼, 아버지를 다른 우주에서 만날 수 있다고 희망하는 것처럼, 우리에게 경계지어진 것들에서 벗어나 범우주적인 시각으로서 자아를 바라보게 한다. 그것은 정훈을 통해 고통과 슬픔을 이겨낼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을 제안해주는 것이다. 그렇게 자아를 바라볼 때, 지구의 수억만명 중의 하나인 존재이지만 그 수억만명중의 한 인연으로 만난 소중함의 가치를 깨닫게 하는 동시에 특별함을 부여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이 슬픔으로 다가왔던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 별을 바라보며 언제나 떠올랐던 슬픔의 실체를 나는 정훈을 통해 비로서 이해하게 되었다. 그 별은 현실에 일어나는 타인의 고통들을 외면하고 있는 '나'를 노래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제야 별을 희망이라고 말하고 싶은 이유는 원더보이의 마지막 말 때문이다. "우리의 밤이 어두운 까닭은 우리의 우주가 아직 젊고 여전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말이 믿고 싶어져서 이다.

 

우주에 그토록 별이 많다면, 우리의 밤은 왜 이다지도 어두울까요?

그건 우리가 지구라는 외로운 별에서 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천문학자들은 우리 은하에 어림잡아 3천억 개의 별들이 있다고 추정합니다. 이중에서 생명체가 살고 있다고 알려진 별은 현재로서는 지구뿐입니다. 그래서 지구는 고독합니다. 이 고독은 3천억분의 1의 고독입니다. 그 별들 중에서 생명체가 존재하는 별이 하나라도 더 있다면, 이 고독은 반으로 줄어들 것입니다. 그때 지구의 밤은 지금보다 두 배는 밝아질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지구 하나 뿐입니다. 아무리 별이 많다고 해도 지구가 3천억분의 1만큼 고독한 한에는 지구의 밤은 여전히 어두울 것입니다. -P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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