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의 역사 - 근대 영국사회와 생산, 언어, 정치
이영석 지음 / 푸른역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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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생산은 우리에게 이제는 익숙해진 말이다.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의 축적체제'를 일컬어 ‘포디즘’ 이라 하는데 이런 포디즘 체제는 18세기 말 영국에서 처음 나타난 공장제도(factory system)라는 대량생산체제의 확산을 통해 가능해졌다. 현재 자본주의 사회는 이러한 공장에 기반을 두고 있다. 따라서 <공장의 역사>는 공장이라는 창을 통해 사회를 이해하는 작업이다. 최초의 산업화를 경험한 영국의 사례를 통해 공장의 구조 및 변화의 역사를 재구성하며 공장뿐만 아니라 사회와 국가체제를 대상으로 삼았다.

 

 

1부에 <전前 시대의 유산>은 중세 후기 생산의 근간을 이루었던 도시의 수공업자 조합이었던 길드제도guild system 를 살펴보는데 길드제도가 쇠퇴를 배경으로 원산업화가 전개되었기 때문에 저자는 농촌공업과 도시수공업의 관계를 탐색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2부 <산업혁명과 공장의 원형>에서는 영국 산업혁명의 주도산업인 면공업 분야를 중심으로 기계와 공장제도의 전개과정을 개괄한다. 여기서 저자는 기계와 공장이라는 말의 기원과 의미변화를 통해 공장의 이미지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는 추적한다. 여기서 '기계 machine'이라는 말은 숙련이 필요 없는 단순한 작업에 쓰이는 도구를 가르켰는데 18세기 후반에 이르러 ‘자신의 손을 가진 장치’라는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때 19세기 담론에서 주목할 것은 공장생산의 대안으로 소생산자의 출현이다. 대량생산을 비판하는 지식인들과 충돌하며 장인생산이라는 소규모 생산단위의 등장했으나, 19세기의 역사는 장인생산의 꿈과 사회이론이 산업주의 즉 사회의 욕구에 패배하였음을 보여준다. 이후 대량생산으로 대세가 기울어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3부 <무거운 근대성과 공장제도> 19세기 중엽 영국은 다른 나라의 산업화에 힘입어 더욱더 경제적인 번영을 누렸다. 그러나 산업화과정에 나타난 경제 불황은 세계경제의 통합, 교통혁명, 제조업 성장 및 투자가속화에 따른 것으로 교통혁명으로 유럽의 선진적인 나라들이 유럽이외의 다른 지역에서 낮은 비용으로 식량과 원료를 들여오게 되면서 전반적으로 저물가현상이 일어나게 되었다. 이러한 저물가현상은 특히 영국이나 프랑스 같은 산업국가의 농업을 황폐화시켰다. 그리고 이 저물가현상은 값싼 식량과 원료에서 비롯되었기는 하지만, 기술혁신에 따른 생산비 절감이 직접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대불황기에 새로운 기술혁신은 중공업, 특히 기계, 제강, 화학, 전기, 자동차 분야에서 이루어졌다. 20세기에 들어와 전쟁과 전투적 노동운동 등으로 사회혼란을 겪어온 영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이른바 복지국가 모델을 뒤따랐다. 복지국가 이미지는 실제로 대공장과 노동자, 둘 사이의 타협과 동거양식을 사회 전체로 확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자본과 노동의 경쟁과 타협을 전제로 한 노사관계 또한 근대성의 한 표현이라고 한다면, 대공장 안에서 이룩된 사용자와 노동자의 새로운 동거양식은 ‘무거운 근대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20세기는 거대한 대공장들이 사회를 지배한 시대다. 포디즘은 20세기 자본주의, 즉 '무거운 근대성'을 상징하는 용어다. 무거운 근대성이란 자본과 노동을 하나로 결합해 상호의존성을 강화시켰다. 자본가와 노동자들은 , 부유하거나 가난하거나, 건강하거나, 병약하거나, 죽음이 그들을 갈라놓을 때까지 결합되어 있었다. 공장은 노동자 공동의 거주지였다. 노동법, 담합구조, 국가의 복지제도 등은 모두 이 동거양식과 관련된다.

 

4부 <탈공장의 시대> 영국 제조업이 쇠퇴를 통해 2차 산업에서 3차 산업으로 급속한 중심이동을 보여준다. 이런 면에서는 탈공장이라는 새로운 시대적 징후를 나타내고 있는데 이 전과 달리 거대기업들이 감량화, 경량화등을 통해 생조직의 유연화를 모색하는 한편, 전 세계에 걸친 분업체계를 통해 새롭게 변신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지식산업과 정보통신혁명같은 이 시대의 새로운 추세와 결합되어 전개된다.

 

지금까지 자본주의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우리가 생산의 3요소라 부르는 토지, 노동, 자본이 생산 또는 자본축적의 기본적인 구성요소이면서 그와 동시에 역사성을 나타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여기에서 현대 경제학이 직면한 위기가 오늘날의 생산의 부의 축적 메커니즘을 종래의 패러다임으로 분석할 수 없다는 데에 있다고 한다. 이른바 탈공장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오늘 날 경제활동 일반에서 갈수록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생산의 3요소가 아닌 지식과 정보이다. 지식과 정보는 계측불가능하고 수치로 환원될 수 없기에 생산의 3요소로 치부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지식과 정보의 중요성은 디지털혁명과 함께 증폭되어 가고 있다. 이것이 바로 경제학의 고민이다. 이제 생산의 주체는 기계이고, 인간은 그 보조적인 지위로 떨어진 셈이다. 포디즘에 의한 대량 생산은 곧 에너지, 자원의 고갈과 대량의 산업폐기물을 가져왔고, 또 대량 소비는 생활폐기물의 엄청난 증가로 이어져 결국 에너지 및 생태환경의 위기가 자본주의 핵심적 위기의 하나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현대 우리에게 직면한 위기는 포스트포디즘에 대한 성찰을 필요로 하고 있다. 탈공장의 시대, 앞으로 어떤 변화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몰라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그렇기에 공장이라는 창을 통해 사회경제를 바라보게 하는 <공장의 역사>는 불투명한 자본주의의 미래에 무척이나 시의적절한 책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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