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한 국가는 없다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국가는 양날의 검이다. 국가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서 사회를 통제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사람의 자유를 막강한 권력체이다. 이 서슬 퍼런 '국가'라는 검을 누가 이용하느냐에 따라 민중들의 삶은 큰 굴곡과 변화를 겪어왔다 -국가의 거짓말 中에서-

 

 

요즘 들어 국가에 대한 책을 유난히 많이 접하게 된다. 박노자 교수의 책은 처음 읽어보는데다가 생소한 이야기들로 인해 당혹감이 드는 책이다. 일반적으로 국가를 생각할 때 국가는 개인의 이익보다는 국가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된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해왔던 것 같다. 다수의 이익을 위해 최고의 선善을 이루는 것이 국가가 가지고 있는 명제지만, 플라톤이 " 이상국가란 철학자들이 국가를 통치하지 않는 한, 혹은 통치자들이 철학을 공부해 국가를 다스리지 않는 한 실현되기 어려운 것일세." 라고 했듯이 국가는 선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증명이 된다. 아니, 역사만이 아니라 현재 우리나라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국가는 계급사회 권력관계의 중심이고, 생살여탈권은 그 권력관계의 핵심이다. 촛불을 든 국민들에게 물대포를 쏘아대고, 평화롭게 시위하는 국민들을 강경 진압하는 것이 바로 국가의 본질이 아닌가? 촛불은 '재협상.' '고시 철회.' '민영화 철회 및 공공성 강화' 등의 의제를 통해 국가에게 제 역할을 하라고 요구했지만, 제 역할을 하지 않는 것이 국가의 본질이다. 따라서 촛불이 진짜 승리하기 위해선 국가 자체를 넘어서야 한다. 여기서 저자는 국가가 '합리적 조절자'라는 것은 환상일 뿐이고, 지배계급의 '사무총국' 성격을 띤다고 한다. 매우 적절한 비유가 아닐 수 없다. 역사적으로 소수의 기득권층이 자신의 이득만을 위해 '국가'라는 정치권력을 사용할 때마다 항상 '거짓말'이 존재해 왔다. 막스 베버의 유명한 정의대로 근대국가란 폭력의 합법적 독점자이고 , 국내에서 그 합법적 독점자는 바로 경찰조직이다. 과거 용산참사만 보더라도 한국의 지배계급이 사회적 갈등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 하려는지 우리에게 직설적으로 보여준 예이다.

 

 

 

 

최근 제주의 해군기지 또한 국가의 폭력성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해군이 민간인을 폭행하고 강압적인 태도를 보여도 국가가 해결해 줄 것이라는 것을 믿고 있는지, 아니면 경제불황으로 인해 모두가 먹고 살기 힘들어서인지 과거처럼 촛불시위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과거 실미도의 비극이나 베트남에서 한국군이 저지른 만행을 다 알면서도 박정희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 수많은 한국인이 있다는 것을 보아도 우리는 자본주의에 깊숙이 물들어 이제는 폭력을 폭력으로 인식하고 있지 못한 지경에 다다른지도 모르겠다.

 

 

 

과거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동시에 두 개의 전쟁을 진행하던 미국정부는 '정의로운 전쟁' 운운하며 전쟁의 정당성을 설파했다. 저자는 이 '정의로운 전쟁'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거짓말'이다. 라고 한다. 특히 자본주의 국가의 성장은 전쟁을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나아가 자본주의 국가로 구성되는 국제 패권 체제는 늘 대규모 전쟁을 출발점으로 삼았다.

 

 

 

이 책에서 가장 의아했던 부분이 있다. 근대의 전쟁은 종교를 하나의 정신적 도구로 보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기독교가 '종교 권력'과 동의어로 자리 잡고 있으며 한국의 시민이 모두 같이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한다. 1950년 이승만을 비롯한 열성 개신교가 권력을 독점해 기독교가 '국교 아닌 국교'의 면모를 띈 상황에서 기독교가 대한민국의 유일사상의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결국 한국 교회의 기적적 성장 요인으로 작용하여  바로 반공의 기독교화와 기독교의 반공화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이런 기독교의 사상이 뿌리깊이 인식되어 있는 한국인들에게 북한이라는 타자에 대한 적대심과 경계심 없이 '국민 통합'이 가능할 것인지 의문으로 남는다고 한다.

 

 

이 책은 이렇게 국가의 실체와 국가폭력의 실체에 대한 이야기이다. 무엇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국가의 폭력이 미화되고 합리화되어 정작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그 실체를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진정한 변혁만이 전쟁의 종식을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언제쯤 인식하게 될까? 다소 불편한 진실일지도 모르지만, 과거 무의식적으로 인식되던 것들의 실체를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기도 한 책이다. 국가를 바로 보는 시선, 바로 당신을 위한 국가는 없다라는 사실이 확실히 각인되어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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