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 13세기에서 21세기까지 그림을 통해 읽는 독서의 역사, 개정판
슈테판 볼만 지음, 조이한.김정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제목만으로 보면 남편이 참 좋아할 것 같은 책이다. 남편은 내가 집안일과 육아를 다 하고 책을 읽어도 책읽는 것을 싫어한다. 이유는 .. 아마도 책읽기에 몰입하다보면 가끔 실수아닌 실수를 하기 때문인데 , 화장실에 핸드폰 빠뜨리는 것은 예사고 어떤 날은 변기 속에 책을 빠뜨리고 오질 않나 , 약간 멍하게 꿈꾸는 듯이 넋이 나갈 때가 종종 있어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오랜 세월 책을 읽어보니 , 이제는 넋은 나가지 않고 책이 주는 즐거움만 누리려고 노력하는데 , 물론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진짜 위험한 책읽기는 전에 하던 일을 하지 않게 되는 것, 전에 하지 않았던 일을 하게 되는 것을 다 포함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것은 아마도 책을 읽으면서 전에 자신이었던 사람과 조금씩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데 아마도 책이 삶 전반에 아무 영향도 끼치지 않고 있다면 당신의 책읽기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 위험한 독서를 해야하는 이유는 위험한 세상과 싸우는 무기가 바로 위험한 독서이기 때문이다.

 

책에서 뭔가 배우려 한다면 현실의 삶이 어떻더라도 맘속에 어떤 신념, 어떤 의지 같은 것이 생겨나기 마련이고 그것이 결국 우릴 이 위험한 세상에서 인간으로 살아남게 지켜줄 것이라고. 위험한 세상과 싸우는 무기가 바로 위험한 독서라고. 결국 책읽는 여자는 자신의 독서가 그저 고상한 취향이 아니라 자신을 변화시키고 세상에 대해 취하는 하나의 행동이라는 것을 책장을 느끼며 깨닫게 될 것이다. p13

 

고대에는 책을 소유한다는 것이 극소수에게만 허용된 아주 특별한 사치였다. 책을 만드는 것은 대단한 노고를 필요로 하는 수작업이었고, 그것을 감당할 만한 재화를 지닌 소수의 사람만이 책을 소유할 수 있었다. 중세에는 여자의 지적호기심은 비난받아 마땅한 것으로 인류의 원죄가 이브의 호기심에서 생겼다고 믿는 당시 사람들에게 여성이 종교의 권위를 의심하게 만들고 회의를 유발하는 지적 호기심과 지적 능력의 표상인 책은 허용될 수 없는 금기의 대상이었던 것이다.그러나 루이 14세가 죽고 난 다음에 프랑스 궁정에서는 자유분방함과 소박함과 자연스러움이 강조되는 궁정 문화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그림속에 나타나는 그림속의 여성들은 순수한 독서의 이미지가 아닌 주문자의 의도를 드러내는 정치적 수단으로서 책이라는 수단을 그림속에 그리게 된다. 이 시대에 그려진 그림들 속의 여성은 책이란 그저 보여주는 의미 일 뿐이 그 이상, 그 이하의 의미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모습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궁정 문화의 위선을 비판한 시민 계급의 등장은

새로운 세계관을 형성하는 동시에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자 하였다. 국민의 대다수가 읽고 쓸 줄 몰랐으며, 글을 아는 사람도 대부분 실용적 지식을 전달해주는 책이나 도덕적인 교훈을 주는 글만을 읽는 것에 벗어나 18세기 부터 책은 손 위에 가볍게 놓이게 되었고 , 시나 소설을 읽는 것이 사적 생활의 새로운 소일거리 중 하나로 등장하기 시작한다. 대다수의 사람이 문맹인 상황에서 글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에 특권의식을 가졌던 여성들의 자의식은 독서가 지적 능력을 지닌 특정한 남자의 영역이라는 생각에 경고를 울리게 되고 결과적으로 여자에게 책은 잠재된 위험으로서 가장의 제한이 따르게 된다. 이 시대에서 유일하게 여성에게 허용된 독서는 성경으로 제한되었다 .

 

그러나 금지된 독서는 금단의 열매처럼 더 달콤하고 유혹적인 법, 19세기 미술계는 몰래 독서하는 여성들의 얼굴에서 우아하고 순진한 얼굴을 그리기 시작한다.그래서인지 19세기가 남겨놓은 여자의 모습은 감정을 전파하는 사람의 모습이다. 아마도 이때부터 여성들이 독서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동일시 하는 꿈을 꾸기 시작한 것으로 보여진다. 19세기의 그림 속의 주인공들은 모두 독서에 깊이 빠져 있으며 이전 시대의 여성의 얼굴에서 보여지던 무표정은 사라지고 모두 독서에 빠져 꿈을 꾸는 듯한 모습들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0세기에서의 독서의 그림은 이제 책은 언제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상품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독서와 결부된 개인적 애착의 밀도도 엷어지기 시작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책의 홍수 속에서 오히려 방향을 상실할 수도 있는 위험에 노출되었다. 책은 삶이라는 험난한 항로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미로 속에서 나침반의 기능을 수행하는 대신에 오히려 빠져나올 수 없는 미로 속으로 사람들을 이끌어간다. 이제 넘쳐나는 책 속에서 올바른 책을 선택하는 것은 좋은 책을 읽기 위해서 거쳐야만 하는 필수 과정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맞는 책을 선택하는 것은 자아를 찾아가는 어려운 탐사 여행과 같은 것이 되었다. 이제 여자는 본인이 원하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라도 책을 읽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따라서 20세기 이후 독서하는 여자의 그림은 이제 책을 보며 꿈을 꾸는 것 이상으로 커다란 열정속의 도피라는 또 다른 여성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책과 나 사이에는 당신이 들어올 자리는 없다라는 남성을 배척하는 성향을 은밀히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의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한 것이다.

 

이 책은 그림 속에 나타난 책 읽는 여자들의 매혹적인 모습과 시대별로 변하는 책 읽는 여자들의 모습을 통해 독서의 변화와 역사속에서 책 읽는 여자의 그림 속의 모습을 섬세한 시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지루함없이 즐거움으로 읽을 수 있다. 게다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흥미로워 할 책과 관련된 명언들을 읽으며 나의 독서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하며 가늠해볼 수 있어 유익했던 것 같다. " 여자가 읽는 것을 배웠을 때, 여자의 문제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라는 마리 폰 에브너 에셴바흐의 말처럼 독서가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이 인류사에서 얼마나 큰 것인지를 그림을 통해서 독서의 역사를 보여주기때문에 그림을 좋아하는 독자뿐 아니라 책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의 지적인 호기심까지 충족시켜주는 책이다. 그러나 마지막에 책 읽는 여자가 위험한 이유는 자신의 가사, 남편, 경우에 따라서는 애인조차 잊어버리기 때문에 남자들은 책 읽는 여자를 싫어한다는 저자의 말은 조금 쌩뚱맞게 들린다 .. 책 전반에 흐르는 분위기는 페미니스트적인데 이야기의 끝은 여자는 왠만하면 책 읽지 말라는 격한 충고로 들리기 때문이다 .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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