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한국을 말하다 인사 갈마들 총서
김환표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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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젼 없이 지낸지가 한참이지만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하면 왠지 호기심이 동하여 지난 드라마도 한번에 다운받아 보고는 한다. 드라마에 대한 한국인의 사랑은 유별나서 정말 맘먹고 드라마만 보기 시작하면 아침부터 저녁, 새벽까지 드라마만 볼 사람 아주 많을 것 같다. 오죽하면 드라마 폐인이라는 말도 생기겠는가 . 어머니도 드라마 광이시다보니 방송 3사드라마 , 특히 아침드라마는 꼬옥 챙겨보시는데 30분정도의 드라마를 3사를 다 보아야 하시니 드라마 보기 시작하면 앉아서 두시간은 금방이다. 그럼 어머니는 왜 아침드라마에 빠지셨을까? 아침드라마는 40~50대를 겨냥한 불륜과 막장드라마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아침드라마 <흔들리지마>를 본 사람들은 알지도 모르겠다. 성공을 위해서 재벌집 남자를 꼬시기 위해 물불 안가리다가 온갖 범죄를 저지르는 악녀의 모습을 연기했던 여자 홍은희를 저런, 저런, 하면서도... 뻔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목욕탕에 가면 온동네 아줌마들이 삼삼오오 모여 흔들리지마의 이야기 꽃을 피운다. 홍은희를 욕하면서 카타르시스에 빠져 있던 황홀한 표정들이란... 한국인에게 드라마란 그런 존재인 것이다. 욕하면서도 보기는 꼭 봐야하는 존재. 그것이 한국인의 드라마이다.

 

게다가 드라마는 방송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는 분야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폭 넓은 층에게 사랑받는 분야기도 하다. 하지만 상업적으로 성공한 드라마에도 ‘막장’이라는 딱지가 붙고, ‘쪽대본’에 ‘당일 촬영’이라는 용어들이 꼬리표처럼 붙어다니는 것도 현실이다. 그리고 그런 당일촬영과 쪽대본으로 인한 마찰로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되고 있음에도 딱히 해결책이 없다는 것도 현재 주춤하고 있는 한류드라마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사회에 드라마에 의존하고 있는 경제시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개선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드라마 한국을 말하다>에서는 드라마가 한국 성장과 궤를 같아하고 있으며 한국 드라마의 역사는 한국 사회 발달 과정의 축소판으로 보고 있다. 일제강점기와 분단, 한국 전쟁을 겪으며 볼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은 1961년 5.16 쿠데타 이후 정부 주도의 압축 근대화 과정을 거쳐 1990년대부터는 자본이 강고한 힘을 행사하는 시장통제 시대로 편입되었다.한국 사회의 성장 과정을 웅변하듯 드라마는 대한민국의 성장 과정을 함께 겪으며 한국인과 동고동락해왔다. 따라서 이 책은 한국 드라마의 제작문화사이자 사회문화사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작된 드라마는 공교롭게도 일제강점기 라디오 드라마였다고 한다. 나라를 빼앗긴 것만도 억울한데 태평양전쟁이 발발하면서 아들은 전쟁터의 총알받이로, 딸은 일본군 위안부로 빼앗겨야 했다. 그런 비극속에서 겉으로는 참고 있지만 속으로는 피눈물을 쏟아내던 여성과 가정주부들이 식민지 백성의 한과 설움을 드러낼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드라마의 인기가 치솟자 일제는 이를 지배수단으로 활용하기로 하며서 목적극이 탄생하게 되며 해방 후 미군정 역시 라디오를 공보 매체로 활용했다. 이후에 출현한 독재권력 역시 자신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최대한 드라마를 활용했다. 이승만 정권은 반공 드라마 제작에 열을 올렸으며, 국민 계도와 계몽 기능을 확장한다는 미명 아래 제작 지침을 하달한다.흥미로운 것은 박정희 정권이 국가가 나서서 성 산업을 육성했으면서도 '혼인의 순결'과 '가정의 순결'을 강조하는 이중성을 보였다는 사실이다.또한 박정희 정권은 새마을 운동 전파를 위해 새마을 드라마제작도 독려했다.2000년대 이후 한국에서는 ‘마케팅 사회’의 성격이 강화되면서 텔레비전 광고액도 늘어났다.그러면서 드라마 외주 제작의 명문화로 간접 광고가 증가하게 되면서 드라마는 명품 전시장이 되면서 지나치게 소비문화를 부추겨 계층 간 위화감을 조성하게 되는 폐단을 낳게 되면서 사치와 소비를 강조하는 드라마로 변질하는 기미를 보이고 '안티 한류'의 연료로 쓰이는 현상도 나타난다.

이렇게 드라마로 보는 사회사에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던 드라마의 이야기들이 나오기 때문에 무척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사회상의 반영에 대한 공감이 가기도 한다. 일제강점기에 처음 등장한 드라마는 나라 잃은 식민지 백성의 설움을 달래주던 이른바 '정신적 치료제'였다. 그러나 지금의 드라마는 리얼리즘은 사라지고 국민들의 마음을 대변해주며 위로의 역할을 해주었던 드라마가 이제는 상업주의에 물들은 폐단만을 남기고 있으며 드라마에 대한 저주와 비난만이 남아 있는 현실이다. 저자는 드라마의 가장 큰 폐단으로 대중스타의 몸값을 첫째로 보았는데 일반 사람인 나 역시도 동의하는 바이다. 내가 드라마를 보지 않는 이유는 책 속에 다 열거가 되어있지만 가장 공감하였던 부분또한 대중스타의 편중된 몸값이다. 스타에 편중한 몸값 상승은 현재 우리사회문화의 발전자체를 저어하는 기폭제이기도 하다. 드라마 <별을 쏘다>를 보면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 주인공만 나오고 가족은 없다는 것인데 , 최근 몇 년동안의 드라마의 모든 가족들의 모습이 이런 가족해체의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 만들어진 영화들 대부분이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에도 불구하고 부족함을 보이고 있는 이유가 바로 주연배우의 몸값으로 인한 영화제작비의 부족때문이다. 이제 드라마는 하나의 상품이며 , 한류의 주인공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드라마는 위기에 처해있다. 지금의 위기를 고육지계 삼아 파란만장한 근현대사를 관통하며 시사하고 있는 드라마사속에서 세계속의 한류로 다시 우뚝 섰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드라마, 한국을 말하다>는 한국 드라마에 비쳐진 한국 사회의 병폐들을 진단하고 분석해보는 데 있어 아주 쉽고 편리한 참고서가 되어줄 것이다. 재미있으면서도 우리 사회에 대하여 많은 생각할 거리를 주는 의미있는 사회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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