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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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이란 개인과 개인 간의 투쟁이고, 일시적인 투쟁이며 그때만 이기면 된다.

노예조차도 노예다운 비굴한 보복을 하는 법이다.

그러니까 인간은 오로지 그 자리에서의 한판 승부에 모든 것을 걸지 않는다면

 살아남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럴싸한 대의명분 비슷한 것을 늘어놓지만.,

 노력의 목표는 언제나 개인. 개인을 넘어 또 다시 개인 .

 세상의 난해함은 개인의 난해함. -p97

 

고전문학을 읽기 전에는 항상 작가의 약력을 먼저 읽는다. 고전문학은 대부분이 작가의 분신과 같은 역할을 하기에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가 연보는 필수인 것 같다.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을 처음 접하기에 저자에 관한 짦은 약력을 보고 의아해 했던 이유는 다자이 오사무가 끊임없이 자살을 시도하다가 결국 다섯 번째  자살기도로 39세에 사망했기 때문이다. <인간 실격>은 일본 데카당스 문학의 대표작이자, 요시모토 바나나나 무라카미 하루키 등 일본 작가들이 가장 존경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기독교 문화에 의해서 자살이 비난의 대상이 되기 이전에 서구 사회나 인류사에서는 자살이란 한 편의 미학으로 승화된 적이 있었다. 세네카는 자살을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죽음으로서 진정한 자유의 가치로 예찬하기도 하였으며 일본에서는 자살이 죽음의 미학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였다. 일본인의 그런 시각은 문인들이 다자이 오사무의 무덤앞에서 자살하는 일이 많았는데 그것을 보고 일본사회에서는 비난보다는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살다간 사람이라는 반응을 보인 것만으로도 한국과는 죽음에 관한 시각자체가 많이 틀린 것으로 보여진다.

 

<인간 실격>은 세장의 사진과 세편의 수기를 통하여 한 개인이 인간 세상과 사회 질서의 허위성을 통찰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요조는 어릴 때부터 자신의 본성을 숨긴 채 익살이라는 것으로 자신을 가장하고 스스로의 두려움을 포장하고 있었다. 공부잘하고 익살꾼이며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는 아이.. 그러나 이 모습은 가식, 즉 위선의 모습이다. 그의 내면의 본성은 언제나 인간에 대한 공포에 떨고 전율하고 우울함과 긴장감을 숨기고 또 숨긴 채 그저 천진난만한 낙천가라는 가장으로 완성된 인간의 모습. 그것이 요조라는 인간의 모습이다. 인간의 공포를 유아기때는 익살이라는 것으로 위장하는데 성공하였듯이  성인이 되어서는 인간의 공포를 술, 담배, 창녀 이런 것들이 그의 위장의 수단이 된다. 결국 자신의 청춘을 비뚤어진 성욕의 쓰레기통으로 만들어버리자 이후 따라오게되는 자책감과 자괴감을 떨쳐버릴 수 없게 된 요조는 한 창녀와 자살을 시도한다. 그러나 여자만 죽고 요조만 살아남게 되자 자살방조죄로 감옥에 가게 된다. 집안의 배려로 감옥에서 나오게 되지만 이번에는 알코옥 중독과 몰핀중독이라는 수단으로 자신을 위장한다. 그의 마지막 수기에는 인간 실격, 저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습니다...라는 말이 쓰여있다.

 

"이 세상 인간들의 삶이라는 것을 두려워하면서 매일 잠 못 이루며 신음하기보다는 오히려 감옥 쪽이 편할지도 모른다고까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p53

 

"제 불행은 거절할 능력이 없는 자의 불행이었습니다. 권하는데 거절하면 상대방 마음에도 제 마음에도 치유할 수 없는 생생한 금이 갈 것 같은 공포에 위협당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p130

 

대지주의 11남매중 10번째 6남으로 태어난 다자이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마르크스 공산주의 사상을 접하면서 못가진 자들에 대한 죄의식을 평생 짐으로 여겼다. 부유하며 수재였으나  천성적으로 인간의 삶을 이해할 수 없다고 느끼고 있었으며 세상을 공포로 바라보았다. 항상 가족의 보호속에서 유복하였지만  성인이 된 후 스스로를  인간 세상에 적응할 줄 모르는 생활무능력자라고 인식하게 된다. 그런 인식으로 인해 계속된 자살시도는 그가 사회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얼마나 깊었는지를 보여준다. 부유했지만 생활무능력자라는 괴리감에 시달리게된 자신의 존재는 현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결국 정신 분열에 이르게 되며 <인간 실격>속에 자신을 요조라는 인간실격자로 등장시키게 된다.  다자이 오자무는 <인간실격> 단편집 한권을 내기 위해 십년이라는 세월을 보냈으며 자신의 유서를 쓰듯이 썻다는 것을 밝힌다. 또한 인간실격을 표현하게 된 배경은 일본사회가  패전의 충격으로 혼란했던 시대와 맞닿아 있다. 패전이후의 피폐한 사회는 일본문학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사회라는 관계속에서 위선이라는 통찰을 깨닫게 해주는 인간실격은 이 시대의 처절한 자화상이다. 그러나 나는 다자이의 절망속에서 인간이기 때문에 희망을 느끼는 모순된 명제를 떠올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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