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3 - 말하지 않는 것과의 대화, 개정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3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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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고등어 귀신이 하나 있어서 고등어를 자주 식탁에 올린다. 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안동간고등어를 식탁에 올리니 딸아이가 물어보기를 엄마 고등어이름이 왜 안동이냐고 물어본다. 마침 읽고 있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의 3편이 안동이라 읽은 그대로 간만에 식구들 앞에 아는 척을 해 보았다. "경북 안동은 내륙 중의 내륙이라 뱃길이 닿지 않아 냉동시설이 없던 옛날사람들은 갓 잡은 고등어에 굵은 소금을 잔뜩 뿌려서 절인 상태로 운반을 했지. 그래야 생선이 썩지 않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안동고등어는 소금 간을 해서 안동 간고등어라고 부르는 거란다. 하며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을 때마다 뿌듯해지는 것은 아마도 이런 즐거움 때문인 것 같다. 어떤 동네를 가도 그 곳 토박이보다도 해박한 동네의 특성과 역사이야기와 더불어 인문학적 체험과 성찰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그래서인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을 때마다 항상 미소가 머문다. 


남도 답사 일번지를 강진으로 꼽고 영남의 일번지로는 안동을 꼽았는데 그 이유는 안동문화권에는 유교, 불교, 민속 등 전통적 삶의 형식이 모두 잘 보존되어왔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안동에는 독특한 불교문화 유적도 남아있다.  통일신라시대에는 삼충석탑이 전국적으로 유행하였지만 이 지역만은 전탑양식을 고수하는 독자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으로 첫째 둘쨰를 다투는 봉정사 극락전과 부석사 무량수전이 모두 여기에 건재하고 있으니 불교문화의 뿌리와 전통이 얼마나 깊은가 알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하회탈춤을 비롯하여 차전놀이, 놋다리밟기 같은 민속문화도 어느지역보다도 잘 전수되어왔다. 게다가 서원마다 때맞추어 지내는 향사와 내력있는 종갓집에서 거하게 치르는 불천위제사는 안동문화권이 아니면 볼 수 없는 문화유산이다. 이와같이 안동문화권에 유교, 불교, 민속 등 전통적 삶의 형식이 모두 잘 보존되어왔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안동지역의 언어생활에서도 엿볼 수 있는데 다른 지역보다 한글이름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은 한글이고 한자고 한번 접수한 것은 무조건 끝까지 지키고 보는 전통고수의  저력이 안동사람들에게 있다는 것으로 본다. 안동에 관한 이야기를 읽다가  중간중간 웃게 된 것도 저자가 내가 살고 있는 곳의 특성을 너무도 잘 알고 있어서였는데 일테면 경상도 사람만 빼고 전국사람들이 경상도 음식이 짜고 맛이 없다는 말을 할 때는 정말 빵 터지고 말았다. 사실 나도 서울에서 나고 자라 경상도에는 십년째이지만 음식이 입에 안맞아 한 일년은 고생했던 것 같다. 하지만 십년 익숙해지니 경상도 음식 또한 나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전라도 사람들이 경상도에 와서 푸념하는 것은 대부분이 음식푸념이기 때문이다. 3권에서는 아주 자세하게  안동지역의 특성뿐만이 아니라 아주 세세하게 안동사람들이 특유의 성격과 독특한 문화를 가질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안동의 양반문화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역사적 사실에서 문화승계과정 중 성립된 사실은 무척 흥미롭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또한 안동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도산서원과 병산서원이다. 마침 오늘 신문(2012-01-11 )에 문화재청은 안동 도산서원(사적 제170호)과 병산서원(사적 제260호)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다고 밝히는 기사가 나왔다. 도산서원하면 퇴계선생의 삶과 사상을 떠올리게 되는데 예전에 퇴계집을 읽었을 당시 퇴계의 학문에 관한 사상에서 학문을 벼슬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인격의 완성을 위해서 공부해야 하며 책을 읽으면 그것을 생활과 연관시켜야 진정한 독서의 뜻에 있다는 말이 기억이 난다. 그런 퇴계의 사상은 안동의 양반들에게도 미쳤는데 안동의 양반들은 벼슬보다도 인격의 완성이 더 중요하다는 학자적 긍지, 선비의 높은 도덕률로 양반의 체통을 지켜왔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까지 전수되어왔다. 바로 이것이 안동의 독특한 문화를 이루게 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건축을 논하려면 반드시 사찰 건축을 거론하지 않으면 안되는데 그중 뛰어난 절집이라면 당연히 여주 부석사, 순천 선암사, 경주 불국사가 꼽힌다. 특히 불국사처엄 자연과 인공을 대비하면서 조화를 구한 절은 달리 예를 찾아 볼수 없는 유일본이다. 그 점에서 불국사는 어느 건축보다도 독창적이고 독특한 건축이라 할 수 있다. 


불국사의 역사의 시작은 통일신라의 경덕왕때부터 시작된다. 경덕왕은 통일신라문화의 꽃을 피운 '예술의 왕자'였다. 통일신라의 예술품으로 뛰어난 것은 모두 경덕왕때의 소산이다. 불국사, 석불사, 석가탑, 다보탑, 에밀레종 등등 ..그러나 이런 찬란한 문화전성기는 경덕왕으로 끝나고 만다.  2권에서는 석불암의 역사가 보수공사로 인해 갈가리 해체되어 반신불구가 된 것과 같이 불국사 또한 일제시대부터 제 3공화국에 이르는 기간동안 갖은 수난을 당하였다는 사실의 기록을 보게 된다. 저자는 불국사의 오욕 또한 완벽한 아름다움에 대한 신의 질투라고 표현할 정도로 훼손된 문화재에 말할수 없이 슬픔을 이야기한다. 


 

1박2일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유홍준 교수를 집접 모시고 경주문화탐사를 나섰던 적이 있다.  방송에서 보여주는 유홍준 교수님의 설명도 좋았지만 백제의 능선을 보기 위해 모든 조명을 끄고 곡선을 느끼라고 했던 유홍준 교수님의 말씀이 가슴에 많이 남았다. 그리고 불국사에서 석탑에 관한 이야기는 나같은 문외한에게도 말할 수 없는 것과의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불국사 건축의 아름다움은 석축으로부터 시작된다. 위의 그림은  90m달하는 석축이 자연석과 인공석의 다양한 벽화로 이루어진 것을 보여주며 돌계단의 설치로 긴 석축이 지루해보이지 않고 자연석 위헤 인공석이 올라않아 조화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 옆의 석축은 방송에서도 보았던 모습이다. 이서은 자연석의 초석을 깍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 얹을 장대석을 자연석에 맞추어 깍았다. 이런 기법을 목조 건축에서는 그랭이법이라고 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기법이다. 


한국사회에는 불교가 갖고 있는 도덕적 순수성과 유교가 지닌 공동체 지향적 윤리의 전통이 있습니다. 이것을 결합시킨다면 한국사회는 새로운 문화적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위르겐 하버마스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는 문화에 너무 무지하다는 사실이다. 외국의 많은 학자들이 우리나라의 문화재를 보고 '판타스틱'과 '어매이징'을 외치지만 정작 우리나라의 문화유산들은 그런 대접을 받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안동역에 천덕꾸러기 같이 처박혀 있는 동부동 오층전탑을 커다란  관광안내문으로 가려놓아 그 누구도 눈앞의 명작을 1초도 바라보지 못하고 지나가는 것처럼 , 우리의 문화재는 아직도 그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오고 있다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가슴 아프게 다가오면서도 우리 문화재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위로를 얻게 되는  참으로 아름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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