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훔친 소설가 - 문학이 공감을 주는 과학적 이유
석영중 지음 / 예담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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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문학작품을 읽다가 눈물 한 번 흘려본 경험 정도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굳이 문학작품이 아니더라도 드라마를 보며 주인공을 향해 애증을 경험해보기도 하였을 것이고 기쁨을 느끼기도 하였을 것이다. 이것을 과학적으로 표현하면 타인의 행동을 보며 마치 거울처럼 반사하는 신경세포가 뇌속에서 발화하고 있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이것을 뉴런(신경세포)의 또 다른 작동의 메커니즘인 '거울 뉴런'이다. 타인이 느끼는 것을 내가 느끼고 타인이 사랑하는 것을 내가 사랑하는 것처럼 느끼게 되는 메커니즘이 인간의 뇌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인간아래의 영장류에게서 실험을 통하여 입증되었다.  이 책의 저자인  러시아 문학전문가 석영중 교수는  [뇌를 훔친 소설가]를 통하여 문학과 신경과학의 접점을 찾기 위해 문학과 신경과학이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는 사실을 밝힌다. 불과 10년 전까지만해도 전문가의 연구대상이었던 뇌가 이제는 21세기 인류의 가장 흥미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거울 뉴런과 같은 발견이 이루어지기 전에 문학연구가인 저자는 20년간 놀라운 과학의 발견이 이루어지기전에 이미 문학 속에서 다른 방식으로 표출되어왔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으며 과학과 문학의 상호 조명의 가능성을 타진해 보면 거울 뉴런은 문학작품이 다루어왔던 특정현상을 신경생물학적으로 증명해 준 것이나 다름없다.

  

1. 문학작품속에서 보여지는 모방을 하게 하는 거울 뉴런과 모방을 억제하는 슈퍼거울뉴런.

<예브게니 오네긴>- 알렉산드르 푸쉬킨

어렸을 적부터 인기있는 러시아의 연애소설을 읽어 온 타티야나의 뇌속에서는 소설적인 사랑을 거울처럼 비춰주는 신경세포들이 아우성치고 있다. 이 때 나타난 연애소설 같은 이상형의 남자 오네긴을 본 순간 사랑에 빠진다. 소설속의 사랑을 자신의 삶에 대입해 재창조하는 과정으로서 오네긴에게 연애편지를 쓴다. 오네긴 또한 바이런의 상상력과 독서대중이 협력하여 만들어낸 허구의 이미지로서 시대에 유행하고 있던 문화트렌드인 바이런을 모방한 주인공이다. 젊은 나이에 권태에 찌들어 있는 바이런을 흉내내고 있는 영락없이 소설의 주인공처럼 보이는 인물이지만 타티야나의 사랑을 거절한 후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두사람이 조우하였을 때는 시골의 촌티를 벗고 세련된 여인이 되어 있는 타티야냐를 보고 이번에는 오네긴이 사랑고백을 하지만 타티야냐는 거절한다. 여기서 두 주인공을 통하여 모방을 하고자 하는 거울 뉴런과 대비하여 모방을 억제하는 '슈퍼거울뉴런'의 메커니즘을 엿볼 수 있는데 , 오네긴이 떠난 뒤에 자신의 삶이 소설의 모방임을 인식하고 그걸 통해 성장한  타티야냐를 통해 모방과 동시에 모방억제의 동시적인 메커니즘이 있음을 느끼게 된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톨스토이

인간은 타인의 감정과 행위를 모방하는 동물이며, 이 모방하는 본성때문에 예술은 감염이라 기능을 수행한다. 예술이 중요한 이유, 그리고 나쁜 예술을 박멸해야 하는 이유는 모두 인간의 모방본능과 예술의 감염능력에 기초한다. 위에 말했듯이 거울뉴런은 '다른 사람들의 의도와 감정을 이해하도록 해주는 것, 즉 사회적 행동을 돕는 것이다.' 그러나 모방본능의 부정적인 측면은 존재한다. 괴테의 베르테르슬픔을 읽고 한동안 많은 청년들이 베르테르와 똑같은 옷을 입고 자살을 하는 현상과 유다 역을 연기한 배우를 살해하는 것과 같은 실존하는 인간과 문학적 주인공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은 이런 모방의 부정적인 현상이다.

 

<죄와 벌> -도스토예프스키

자신의 살인을 이념에 의한것으로 정당화하며 스스로를 지적인 살인자, 사회불평등을 위해 싸우는 투사로서 사회의 희생양이라 말한 라세네르는 죄와 벌의 주인공 라스톨리니코프의 추악한 역할모델이 되었다. 1865년 실제로 일어난 살인사건의 모방으로 러시아 지식인들 사이에 팽배하였던 범죄의 정당성에 대하여 도스트예프스티는 문학을 통해 단호한 판결을 내린 것이다. 

 

2. 거울 뉴런과 수퍼거울뉴런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거울 뉴런의 긍정적인 측면은 사회를 최상의 상태인 선으로 만들지만 부정적인 측면에서는 범죄흉내내기라는 지옥같은 사회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몰입 또한 마찬가지다. 몰입의 긍정적인 측면은 어떤 일에 푹 빠져 있을 때 뇌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이 행복감에 빠지게 해주는 상태를 만들어주지만 악마적인 의미의 몰입과 같은 집착형태라는 부정적인 측면 또한 있는 것이다. 백경에서의 에이허브 선장은 부정적인 측면의 몰입으로서 스스로를 파멸에 이르게 할 뿐아니라 그를 따르던 모든 이들을 파멸로 몰라간 장본인이었으면 닥터 지바고의 시쓰기의 몰입에서는 한 여인에 관한 몰입과 시쓰기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사람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한다. 도스토예프스티의 <카라마조프 형제들>에서 하녀의 잘못된 기억으로 인해 범죄자가 된 주인공을 통해서도 인간의 기억이란  현재의 환경, 기억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실제로 과거로부터 보존해 온 것사이의 훨씬 복잡한 상호작용을 포함하는 것을 말한다.

 

" 기억이 없어도 인간은 심지어 행복할 수 있다. 그러나 망각 없이는 어떤 진정한 의미의 인생도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 -니체


 

인간의 뇌에서 벌어지는 여러 신경과학적 메커니즘들이 문학속에서 어떻게 구현되었는지를 찾아보기위해 저자는 흉내, 몰입, 기억, 변화라는 네가지 키워드로 나누어 설명한다. 개인적으로 과학이란 분야는 어렵게 느끼며 가까이 하지 않는 분야이지만 문학은 무척 관심있어하는 분야라 이 책을 처음 본 순간부터 어떤 내용일지 무척 기대하고 있었다. 과학과 문학,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문학속에서 과학적 사고를 끄집어내는 저자의 예리함 세밀함에 감탄을 하며 읽은 것 같다. 우리의 삶 깊숙이 침투한 과학의 새로운 모습과 함께 과학이든 문학이든 의미있는 삶의 추구라는 목표를 가지고 인간 내면을 탐구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에 참으로 공감한다. 인간 내면의 탐색은 문학작품의 가지고 있는 매력이라 생각한다. 그것은 과학 또한 마찬가지이다. 유한한 삶을 살고 있는 인간에게 인간내면의 탐구는 궁긍적으로 의미있는 삶과 연결된다. 결국 문학과 과학의 만남은 인간을 아는 것에 있는 것이다. 문학으로만 보아도 재미있는 책이고 과학적 사고로만 보아도 재미있는 책이다. 또한 고전문학속에  깊은 신경메커니즘의 작동이란 과학이 담겨져 있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소설가(체호프, 톨스토이, 푸쉬킨,) 들이 한없이 위대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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