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 사람혁명 - 상대를 내 사람으로 만드는 힘
신동준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21세기는 속전속결이 승패를 가르는 속도전의 디지털시대다.

과거의 아날로그 방식을 압도하며 전 세계 네티즌을 열광시킨 트위터와 페이스북,

천하대의를 기치로 내건 인간관계의 네트워크,

 즉 인간경영이 21세기 디지털시대의 화두로 잡았다는 의미이다.

 

최근 들어 서양에서는 부쩍 동양 철학에 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전략학과 군사학 과정이 개설된 미국의 대학 모두 <손자병법>을 교재로 사용하고 있다. 하버드대학 경제학부 역시 장차 글로벌 기업의 CEO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손자병법>을 필독서로 지정하였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철학의 시대>에서 인문학자 강신주는 서양이 과학혁명을 일으키며 ' 기계론적 자연관'을 내세우며  동양을 앞지르게 되었지만 기계론적 자연관의 위기를 초래하게 되자 결국 새로운 세계관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동양의 유기체적 자연관에 초점이 맞추어 지게 되었다고 한다. 21세기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이것은 아주 중요한 사실이다.  동아시아 사유를 지배하는 것은 '유기체적 자연관'으로서 모든 것을 유기체로 보는 시각이 바로 21세기의 변화를 꿰뚫어볼수 있는 시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과도기라는 동시대에 같은 문제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스마트폰, 모든 것이 아날로그를 압도하고 디지털시대로의 강한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과도기에 있는 것이다. 결국 디지털시대는 인간관계의 네트워크가 21세기 디지털시대의 화두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중국현대사>를 읽다가 <조조 사람혁명>을 손에 들었는데 알고 보니 저자가 동일인물이다. 저자 신동준은 고전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과 사람의 길을 찾는 고전 연구가이자 평론가이다. 책을 읽으면서 흥미로운 것 또한 고전을 연구한 사람이 찾아낼 수 있는 역사의 진실성이다. 사실 내가 읽은 삼국지는 허구를 살짝 보탠 이야기 중심의 삼국지이기 때문에 그저 단순히 조조를 간신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 역사서들이 얼마나 많은 허구와 왜곡속에서 집필되었는지를 떠올려야 한다. 쓰는 사람의 사상과 주장에 따라 조조는 악인이 될 수도 있고 충신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저자는 아마도 그런 부분에 대해서조차 염두에 두고 조조에 대한 역사가들의 시선을 마지막 부록에 인터뷰 형식을 실어줌으로 해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인물의 평이 달라진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그럼 삼국지에서 걸출한 영웅들, 조조와 유비, 제갈량 ,등 영웅은 많은데 유독 조조만을 가지고 재조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조조의 용인술이다.다른 무엇보다 조조에게는 유능한 인재들이 끊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인간경영의 가장 돋보이는 리더쉽으로서 바로 조조의 인재를 얻고 활용하는 '득인(得人)'과 '용인(用人)'의 지혜를 배울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재미있는 것은 단원이 나누어져 있지만 이야기가 연결되어 있다. 삼국지를 읽는 듯한 기분이면서 중간중간 보여지는 조조의 리더쉽에 관한 이야기들이 첨가되어 있어 인문서치고는 딱딱하지 않다.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부분은 7장의 노마지지(老馬之智)이다. 원소와 조조와의 결전에서 모든 것에서 풍족하였던 원소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중의 하나인데 원소는 출신배경과 재산, 100만 군대, 모든 것이 부유한 상황이었으나 지혜가 있지 못하고 인물됨이 작았다. 그러나 환관의 자식이며 탁류출신, 상대적으로 적은 군사와 군량미로도 원소를 이길 수 있는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노마지지( 늙은 말의 지혜라는 뜻으로 누구나 저마다 한가지 재주는 가지고 있다는 말)였다. 조조는 전국의 인재를 자기 사람으로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배경과 도덕성이 아닌 단 하나 실력만으로 사람을 썼다. 그리고 사람을 쓰면 의심하지 않았다. 9장 계명구도(鷄鳴狗盜)에서 보면 원소와 내통한 기밀문서가 발각되어 부하들이 내통자를 밝혀 처단하자고 했을 때 기밀문서를 보지도 않고 태워버리는 부분은 조조의 넒은 도량에 나 역시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었다. 게다가 자신을 위해 아들과 부하가 죽었는데 아들의 죽음보다 부하의 죽음에 더 애통하는 모습에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란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일장공성만골고 - 장군 한명의 공 뒤에 뭇 군졸들의 희생이 깔려 있음을 내 어찌 모르겠는가. 이름 없는 그대들의 은혜를 절대 잊지 못하리라. -P126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후에도 스티브 잡스와 연관된 자기계발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성공으로 이끈 비결로 '기존의 가치 및 관행에 얽매이지 않는 파탈 행보'를  꼽고 있다. 이것은 스티브 잡스가 끊임없이 창조적인 생각을 한 결과이다. 최근 들어 유연한 사고와 인문학적 사고를 하는 지도자를 필요로 하는 것은 시대의 요구이다. 조조가 말하는 사람혁명이란 나보다 뛰어난 자와 함께 일하는 것, 완벽한 것보다 특별한 한 가지 재주를 뽑아 쓰는 것. 그리고 그 특별한 재주를 최대한 발휘하게 만드는 것, 즉 사람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드는 것이다. 성공은 혼자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성공은 사람을 얻은 후 당연히 따라오는 몫이기 때문이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주목되고 있는 조조의 인간경영법은 우리나라 기업인들이 읽어야할 필수과목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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