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전집 6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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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모순 중에서 무거운 것- 가벼운 것의 모순이 가장 신비롭고 가장 미묘하다.

 

고전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고전도 나와 같이 나이를 먹는다는 사실이다. 오래 전 읽었어도 책에  대한 이해를 하지 못하여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떠오르지 않아 <책은 도끼다>에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한번 읽어보려 했는데 고맙게도 민음사에서 밀란 쿤데라 전집이 출간되어 기쁜 마음에 전집을 사 버렸다.  밀란 쿤데라의 책이 이렇게 재미있었던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손에서 놓지 못한채 읽었는데 사랑이야기와 동시에 정치와 역사, 철학이야기까지 스펙트럼을 넓히면서 전개되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니체의 영원회귀의 세계를 일깨워주는 책이기도 하다.

 

영원한 회귀의 세상에서는 몸짓 하나하나가 견딜 수 없는 책임의 짐을 떠맡는다.

바로 그 때문에 니체는 영원 회귀의 사상은 가장 무거운 짐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이 책의 중심을 잘 정리해놓은 박웅현님의 메모는 이 이야기의 핵심만을 간추린 것이다. 등장인물은 이렇게 네사람으로서 토마스와 테레사의 사랑이야기부터 서로 다른 세계로서의 이동을 보여주고 있는데 토마스는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세계에 사는 남자로 구속이나 속박이 없는 가벼움의 세계에 살고 있다. 그는 여자와의 관계 또한 에로틱한 우정의 불문율을 지키며 자신의 삶에서 사랑을 배제한 삶을 추구하는 의사이다. 그런 그에게 나타난 한 여자 테레사 그녀는 무거운 세계 , 한없이 낮은 세계에 살고 있으며 언제가는 다른 세계로 자신을 이끌어줄 누군가가 있다는 꿈을 가지고 있는 순박한 시골처녀이다. 테레자의 엄마가 주는 무거운 세계로서의 탈출을 꿈꾸며 그녀가 들고 있는 것은 책이라는 열쇠이다. 웨이트리스로 일하면서 신분상승의 꿈을 꾸는 시골처녀인 그녀의 앞에 나타난 의사 토마스는 그녀의 꿈을 이루어줄 사람이라는 것을 첫눈에 알아보게 된다. 에로틱한 우정의 불문율을 깨지 않고 수많은 여자를 만나왔으나 테라자를 본 순간 연민을 느끼는 토마스는 자신의 세계에 테레자를 끌어들임으로서 토마스는 가벼운세계에서 무거운 세계로 테레자는 무거운 세계에서 가벼운 세계로서의 이동을 한다. 그는 테레자에 얽매여 칠년을 살면서도 여성편력은 여전하였기에 테레자가 더이상 참지못하고 떠났을 때 그는 구속에서 또한 자유로워지며 존재의 달콤한 가벼움에 취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달콤한 가벼움이 오래 가지 못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불러일으키자 테레자를 찾아간다.

 

어머니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 지쳐 어머니로부터 벗어나는 것만이 삶의 전부였던 테레자는 신분상승을  열쇠로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를 손에 들고 토마스의 세계에 들어갔으나 결국 자신의 삶도 어머니의 삶의 연장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당구공의 움직임이 당구치는 사람의 팔 동작의 연장선상에 있듯이 말이다. 결국 이런 깨달음은 테레자를 추락하게 만들고 밤마다 운명과 영혼을 포기하라고 속삭이는 꿈을 꾸게 된다. 토마스의 애인 사비나에게 사진을 배우게 된  테레자는 자신이 토마스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토마스의 애인을 관리해주는 노예가 되고자 한다. 이로서 그녀는 추락의 꿈을 더이상 꾸지 않게 된다. 스스로 추락하였기 때문에 ... 소련군의 프라하 침공으로 테레자와 토마스는 스위스의 취리히로 가지만 그곳에서도 토마스의 바람기는 여전하였고 테레자는 또 다시 추락의 꿈을 꾸게 된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인한 고통으로 상처받은 테레자는 토마스를 떠나 혼자 프라하로 돌아오고 닷새 만에 토마스는 테레자에게 간다 . 이때 토마스에게 외치는 마음의 소리는 "그래야만 한다." 였다. 가벼운 세계에 살고 있던 토마스에게는 테레자를 찾아 갈 이유가 전혀 없었기에 마음속에서 "그래야만 한다."라는 영혼의 외침으로 인해 토마스는 수많은 의심속에서도 영혼의 귀기울임에 육체가 작동한 것이다.

 

사람들은 우리 어깨에 짐이 얹혔다고 말한다. 이 짐을 지고 견디거나, 또는 견디지 못하고 이것과 더불어 싸우다가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한다. 그녀의 드라마는 무거움의 드라마가 아니라 가벼움의 드라마였다. 그녀를 짓눌렀던 것은 짐이 아니라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다.-p201

 

엄격한 청교도인 아버지의 아래에서 그녀는 반항과 배신이 자신인생의 모토가 되었다. 아버지에게 반항하기 위해 아버지가 싫어하는 사람과 결혼하였고 토마스가 주는 관능을 즐기는 사비나는 키치의 세계를 사랑한다. 그럼 키치란 무엇일까?

 

존재에 대한 확고부동한 동의가 미학적 이상으로 삼는 세계는, 똥이 부정되고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엄 각자가 처신하는 세계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이러한 미학적 이상은 키치라고 불린다.-p399

 

쉽게 말해 똥이 인정되지 않는 세상이 키치라는 것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세상, 사비나는 아버지에 대한 반항과 배신으로 키치의 세계를 살고 있었으나 어느 날 프란츠와의 사랑은 사비나를 비키치의 세계로 눈을 뜨게 한다. 프란츠는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지만 사회적 위치는 엘리트 코스를 밟은 교수이다. 그러나 어머니의 그늘아래 연약한 모습, 자살을 말하는 아내로 인해 여자는 자신이 보호해주어야 하는 존재로서의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사비나를 만난 후 처음으로 프란츠는 자신의 안온한 삶을 버리고 혁명의 세계를 꿈꾸게 된다. 프란츠를 통해 키치의 세계속에서 눈을 뜨게 된 사비나는 프란츠를 떠나고 프란츠는 사비나를 통해 자신의 인생의 모든 무대장치가 변하게 되는 것을 체험하게 된다. 항상 현실보다 비현실속에서 살았던 프란츠는 새롭게 얻어진 자유와 행복의 희열속에서 처음으로 독립된 인간으로서의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한 번은 중요하지 않다. 한 번이며 그것으로 영원히 끝이다. 역사란 개인의 삶만큼이나 가벼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  깃털처럼 가벼운, 내일이면 사라질 그 무엇처럼 가벼운 것이다. -p358

 

 

네 명의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세계는 극명하게 서로 다른 세계를 보여준다. 네 사람의 세계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 이동하며 사랑이 사람의 삶에 주는 영향에 대한 깊은 사유가 있으며 사랑뿐만아니라  철학, 역사, 정치 등 소설에서 다룰 수 있는 현실의 모든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이 소설은 전지적 작가시점으로서  곳곳에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생각들이 양념처럼  니체의 회귀사상과 어우러져 있다. 작가는 네 명의 삶 전반에서 스며들어 니체의 사상이 주는 생의 의미의 깨달음에 이르도록 하는데,  또한 작가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으로서의 니체 뿐만아니라 또 하나의 키워드인 '키치'를  통하여 보여주고 있는데 키치라는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의 세상은 바로 우리들이 살고 있는 세상에 존재하는 가벼움과 존재하지 않는 무거움에 대해 사유하게 된다.  또한 <영혼과 육체>에 대한 철학적 사고와 와 <이해 받지 못한 말들>에서는 두고두고 읽어야할 가치를 느끼게 되며 모든 단어들이 새록새록 마음에 새겨지는 느낌의 책이다. 결국 영원회귀는 반복되는 단조로움과 권태가 있어야 다음을 기대하며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3부의 마지막에 니체와 테레자를 영원회귀를 벗어난 두사람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조금더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이 책은 정말 절대 가볍지 않은 사랑이야기로서 철학적인 시각으로서의 세상을 보게 해주는 비非키치의 철학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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