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바꾼 만남 - 스승 정약용과 제자 황상 문학동네 우리 시대의 명강의 1
정민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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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바꾼 만남> 이 책을 들고 서울나들이를 하였다. 십년만의 서울행에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하고 마음이 심히 고무되어 있었지만 버스 안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삶을 바꾼 만남이 내게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인생은 만남으로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과의 만남은 그만큼 소중하고 만남을 통해 우리의 인생의 많은 것들이 달려있다. 서울 행에 더 기분이 들떳던 것은 과거 내 직장 상사였던 이사님과 십년만의 만남이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나이드는 것도 모르고 십년만에 만난 이사님의 눈가에도 주름이 늘었고 머리에는 흰머리가 제법 보이는 것을 보니 우리도 같이 나이드는 처지라는 사실이 실감이 났다.

 

다산 정약용과 황상의 만남은 더벅머리 십오세 소년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을 뿐만 아니라 황상의 평생을 스승 다산 정약용의 가르침을 받들어 살았다. 이 책의 저자는 다산과 황상의 만남을 본 순간 감격을 가누지 못하는 감동을 느꼇다는 고백으로 이 책을 집필하였다. 다산 정약용의 강진 유배길에서 탄생하였던 <목민심서>를 읽으면서 목민심서에서 밝히는 다산의 애민사상을 읽고 올곧은 다산의 성품에 감명을 받았지만 한 편으로는 마음속에 흔들림없이 학문을 할 수 있던 성품에 약간의 의구심이 들기도 하였다. 다산도 사람일진데 천주교로 인하여 형제가 눈앞에서 사형당하고 집안이 풍비박산이 되었으며 아들들의 모든 출세길이 막힌 폐족이 되었는데 울분이 어찌 없었을까 했는데 그 울분을 학문으로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이 실로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했던 것 같다. 이 책은 다산이 황상에게 쓴 편지들과 그 아들들과 나눈 편지, 시로 만나게 된 혜장과 정약전과 나눈 편지들을 원문과 함께 실어 다산의 성품이 그대로 보여지며 다산에게 학문의 의미란 것이 어떠했는지,  유배지에서도 흔들림 없을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학문이 있었기 때문이란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다.

 

강진에 첫 유배를 갔을 때 15세 더벅머리 소년이 다산을 찾아와 이르기를

"저는 세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는 너무 둔하고, 둘때는 앞뒤가 꼭 막혔으며, 셋째는 답답합니다. 저같은 아이도 정말 공부할 수 있나요?  그러자 다산은

" 공부는 너 같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배우는 사람은 세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는 민첩하게 금세 외우는 것이다.

둘째 예리하게 글을 잘 짓는 것이다.

셋째 깨달음이 재빠른 것이다." 이 만남 이후 황상은 다산의 가르침을 따라 평생을 학문하였다.

20년 주역을 공부한 혜장이 학문에 있어 기고만장하고 안하무인하다가 다산을 만난 이후로 20년 주역공부가 헛되다고 고백하는 편지에서는 다산의 깊고 바른 성품이 보여지기도 하며 그 어떤 제자보다도 황상을 아꼇지만 장가 든 이후 학문에 소홀함이 비치자 게으름을 호되게 책망하는 편지에서는 다산이 스승으로서 엄격한 면모도 보여진다.  하다못해 입에 풀칠하기 어려워 닭을 치며 사는 아들들이 근 5년만의 만남에 학문에 소홀함을 탄식하는 것을 보고 다산의 학문에 대한 의지에 감탄을 하기도 했다. 폐족이라는 사실로 벼슬길이 없음에도 폐족이기 때문에 학문을 해야한다는 아버지 다산의 말씀에 한마디 토를 달지 않은 채 따르는 아들들의 모습이 심히 감동적이다. 게다가 다산은 실사구시의 학문을 중요시하였듯 배추를 심는 농사조차 공부를 강조하였다. 또한 강진에 있는 보은산(우이산) 에 올라 우이산 형제봉에 올라 우이도에 있는 형님을 그리는 모습에서 참으로 애틋한 형제애가 느껴지기도 한다. 형 정약전의 건강에 근심하여 쓴 편지를 보내지 못해 노심초사하고  있을 때 스승의 마음을 헤아려 다산의 편지를 가지고 우이도에 간 황상의 학문을 칭찬하는 편지를 황상에게 전해주던 다산의 마음이 스승으로서 얼마나 뿌듯했을까?  과거 둔하고 막히고 답답한 황상을 뛰어난 학문가로 인정받게 한 다산의 인품이 심히 존경스러워지기도 하였다.

 

네 삶의 모든 부분을 공부의 과정과 일치시켜라. 세상 모든 일이 공부 아닌 것이 없다. -223p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밝히기를  "진실로 나의 덕을 쌓기 위한 것이지 어찌 꼭 목민에만 뜻이 있겠는가. 그리고 그것을 '심서(心書)라 한 것도 목민할 마음만이 있을 뿐 몸소 실행할 수 없으므로 이처럼 이름한 것이다. 라고 밝히며 목민심서라고 이름하였다.  목민심서를 읽으면서 감탄해 마지 않았던 것은 나라를 걱정하는 애민사상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다산이 살던 시대는 백골징포와 황구첨정이 횡행하던 시기였다. 그것을 바라만 봐야하는 마음을 시로써 표현하여 황상의 편지에 다산의 시대를 개탄하는 마음이  담겨져 있다. 이렇듯 황상과 다산의 만남은 모든 부분에서 뜻을 통하며 황상을 아들로서 또한 가족으로서  서로 의지하며 유배지에서 오로지 학문에만 뜻을 담았다.  삶의 모든 부분을 공부와 연관하여 일치시키는 것은 쉽지 않을 터지만 그것을 일치시키기 위해 전생을 다바친 다산선생이 있다.그리고 그 정신을 그대로 이어 제자 황상은 평생을 스승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으로 보답하여 살았다. 조금이라도 게을러지면 스승이 꿈에 나타나 호되게 야단을 치는 꿈을 꾸며 칠십이라는 나이에도 엉엉 울며 자신의 게으름을 한탄하는 모습에서 진정 아름다운 만남을 보았다.  나는 이제야 비로서 다산이 유배지에서 어떤 마음으로 그 시절을 견뎌내었는지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게 되었다. 폐족이 되어 자식들의 앞길에 가슴 아파하면서도 폐족이기 때문에 학문에 진실해질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 다산 정약용의 편지를 읽으며 그분의 인품과 사상에 대한 진정한 존경을 느끼게 되는 책이다.

 

내가 수년 이래로 독서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저 읽기만 해서는 하루에 백 번 천 번을 읽는다고 해도 안 읽은 것과 다름없다. 무릇 독서는 뜻모르는 글자를 만날때만다 모름지기 널리 고찰하고 세밀하게 연구해서 근원이 되는 뿌리를 얻어야 한다. 이렇게 한다면 한 종류의 책을 읽어 겉으로 백 종류의 책을 살피는 것을 아울러 얻게 될 것이다. 인하여 본래 읽던 의미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꿰뚫어 알 수가 있게 될 터이니 이것을 알아두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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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1-12-26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민 선생님의 글을 좋아해서 여러 권의 책을 사서 읽었고 또 여러 사람들에게 선물을 한 적이 있습니다. 다산과 황상의 이야기도 <스승의 옥편>에선가 읽었던 것 같았는데 이번에 나온 <삶을 바꾼 만남>도 반가웠지만 읽어야 할 책들이 누적되어 있기에 아직 읽지 못했지요. 정말 저도 내게 삶을 바꾼 만남이 있었는가 반문을 합니다. 원래 태생이 고집이 센 자이기에 삶을 바꾸지는 못하였지만 그래도 언제나 살아가면서 혼돈이 생길때마다 그 사람의 삶의 모습을 보며 용기를 얻고 위로를 받고 다시금 걸어갈 수 있는.. 늘 바위처럼 묵묵하게 세상에 흔들리지 않고 매순간순간 정진하고 있는 분이 계셔 항상 감사하고 가슴이 떨립니다. `세상 모든 일이 공부 아닌것이 없다` 그렇지요. 그리고 마지막 독서에 대한 글이 늘 가슴을 칩니다. 이덕무의 글에서처럼 말이지요. 새해에는 꼭 읽으렵니다. 감사해요 드림모노로그님~

드림모노로그 2011-12-27 18:04   좋아요 0 | URL
다산의 책을 저는 거의 다 읽어보았는데 유배지에서 학문을 하는 모습에 조금은 의구심이 있었습니다 ㅋㅋ 뭐랄까 그분의 심정이 헤아려지지 않았다고 해야되나요? 근데 정민 선생의 책으로 인해 가려운데를 긁은 기분이 들었어요. 다산 선생, 존경하고 위대한 분이라는 생각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 제게도 멘토같은 분이 계셔셔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나무늘보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