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의 덫 걷어차기
딘 칼란 & 제이콥 아펠 지음, 신현규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복지'가 단연 화두이다. 그러나 복지이전에  더 큰 문제는 아마도 '빈곤'또는 '가난' 이 더 큰 문제이지 싶다.12월 6일자 PD수첩에서는 38세 홍씨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보도하였다. 을지로 4가역 화장실에서 사망한 서른 여덟의 홍씨는 옆에 바지를 빨아 널은 채 였다. 도대체 이 젊은이는 왜 이런 곳에서 죽은 것일까? 그의 삶을 추적하자 홍씨에게는 가족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행려사망자 225번>으로 화장되었다. 홍씨의 아버지로부터 듣게 된 홍씨의 기구한 사연은 바로 가난으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가난한 집에 태어나 일생을 가난하게 살았으며 배운 것 없어 봉제공장에 들어갔지만 봉제공장 사장에게 사기 당한 채 빚만 떠안게 되자 순식간에 신용불량자로 떠돌아야 했다는 것, 갈 곳이 없어지자 아버지를 찾아왔지만 홍씨가 있으면  영세민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되는 사실을 알고 집을 나간 뒤가 마지막이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한 젊은 남자의 죽음이다.이렇듯  가난은 한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덫과 같다. 우리의 현실은 복지를 논할 때가 아니라 가난을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까를 논해야할 때이다. 그래서인지 모든 정치인들이 복지를 말하고 있다는 사실이 내게는 커다란 아이러니로 느껴진다. 

 

 일부 심리학자들과 경제학자들은  강화계획에 관한 연구와 경제학 사이의 유사점을 발견하고 이를 토대로 실험경제학(experimental economics) 혹은 행동 경제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태동시켰다.<빈곤의 덫 걷어차기>에서는 개발경제학 행동경제학 분야의 권위자인  딘 칼런 예일대교수와 빈곤퇴치운동가인 제이콥 아펠이 세계적인 부의 불균형을 극복하고 빈곤을 퇴치하는 일에 행동경제학의 이론을 도입했다. 
책의 첫 장에는 스님들의 방생의식과 빈곤문제를 통해 행동경제학의 이론을 비유하는데 스님들이 어부들에게 잡힌 피라미들을 사서 바다에 놓아주는 일을 2주에 한 번씩 하는데 이것을 방생의식이라 한다. 돈으로 피라미드의 자유와 생명을 샀던 것이다. 저자는 이런 스님의 방생의식이 과거 빈곤퇴치를 위한 기존의 경제학이라고 본다면  행동경제학으로서는 물고기를 구제하기 더 좋은 방법은 하루 동안 아예 물고기를 잡지 못하게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더 나은 해결책이라 말한다. 어부들 입장에서는 수고와 시간낭비를 덜 수 있고 물고기들도 정신적 고통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들은 가난한 이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먼저 빈곤의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아야 하며 그렇지 못한 무조건적인 기부는 빈곤퇴치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말한다. 또한 빈곤퇴치를 위한 기부를 함에 있어서 구호기구들이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빈곤 퇴치에 돈을 기부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자신이 기부한 돈이 제대로 쓰였는지 점검해보고 1달러를 기부하더라도 빈곤 퇴치 활동을 효과적으로 펼치고 있는 기구에 기부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따라서 빈곤을 퇴치하기 위해 첫번째 문제인 빈곤이 무엇인지 핵심을 파고든다.

2장은 빈곤층이 다양한 빈곤 퇴치법을 체택해 적용하도록 설득하는 작업이다.

3장부터 6장까지는 빈곤국가의 경제육성을 유성을 위한 소액금융 지원책에 대해 살펴본다.

7장에서 10장까지는 경제학이 실제로 작용하지 않는 그런 은밀한 곳들까지 퍼져있는 빈곤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경제학자들이 어떤 식으로 외연을 넓히는 작업을 하는지 보여준다.

 

제 3국가들을 상대로 실험을 통해 가장 효과적으로 빈곤을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마이크로크레딧을 꼽는데  마이크로크레딧은 빈곤 퇴치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뜨거운 호응을 받은 성공 사례다. 그러나 이 마이크로크레딧은 실질적인 빈곤퇴치법이 아니다. 그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가난을 벗어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것이 행동경제학의 의의가 있다. 빈곤국가에서는 돈이나 빵보다 더 중요한 것이 구충제이다. 빈곤국가에 살고 있는 수십억 명에게 기생충은 끔찍한 비극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기생충이 물과 토양을 통해 전염된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생충에 감염된 사람은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을 위해서도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구충제는 바로 그들의 가난을 줄일 수 있는 근본 해결책이 되는 것이다. 책에서는 아주 다양한 방법의 실험들을 통해 빈곤퇴치 프로그램의 사례들을 볼 수 있다. 최근 선진국에서는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데 행동경제학적 방법들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자신의 이름을 찾지도 못한채 죽어간 한 젊은이의 죽음이 떠올랐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복지가 아니라 빈곤 퇴치 프로그램이다. 선진국의 대열에 끼어 선진국의 복지를 흉내내기 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빈곤과 가난으로 인해 죽는 사람이 없어야 하는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다. 좋은 의도와 선량함으로 방생의식을 치른 스님들의 경제학보다 빈곤문제에 실질적으로 다가서서 다양한 실험을 통하여 제시하고 있는 행동경제학의 빈곤 퇴치 프로그램의 효율적인 기부와 나눔의 방식에 누구라도 귀기울여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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