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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의 반역 ㅣ 유광남 역사소설 1
유광남 지음 / 스타북스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두 번 다시 우리 백성, 우리 강산을 유린하지 못하도록,
단 한 척의 배도 통과할 수 없도록 수장시키리라.
내 함대는 할 수 있다.
나의 수군은 최강이며 내 함대는 무적이다.
-이순신의 심중일기 1597년 정유년 3월15일 을시-
우리나라의 위대한 인물하면 손가락안에 드는 충신 이순신의 역사는 무능한 왕 선조에 대한 원망과 당쟁만을 일삼았던 부정한 관리들의 역사와 함께 한다. 명종이 후사없이 죽게 되자 왕위계승에 있어서 원칙에 맞지 않는 비정상적인 계승자인 선조는 조선왕조에서 왕의 직계가 아닌 왕실의 방계에서 처음 왕위를 계승한 왕이다. 그래서인지 왕위에 오른 선조는 자신의 적통성에 항상 불안해 하였고 전란중에 백성의 신임을 한몸에 받게 된 이순신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의심은 도를 넘어 이순신을 억지 모함하여 죽이고자 한 사건의 재구성을 한 책이 <이순신의 반역>이란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선조의 모함에도 옥중에서 가슴속에 있는 심중에 남아있는 말들을 적은 심중일기心中日記와 김충선의 亂中日記 를 통해 왕 선조에 대한 변함없는 충성심과 조정대신들에 대한 분노, 그리고 일본에 대한 철저한 응징으로 서술되어 있는 글을 통해 이순신의 진심을, 과거 선조실록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이순신의 '장계' 가 선조수정실록에서 발견하게 된 연유를 밝히고자 하는 역사픽션소설이다.
1592년은 아이러니하게도 조선이 건국된 지 200년이 되는 해였다. 200년간 조선은 너무도 평화로웠다. 그러나 오랜 기간 지속된 평화는 국방체계를 무너뜨렸고, 국력에 기울여야 할 에너지는 동서분당 등 정권 다툼에 쏟아 붓고 있었다. 그리고 주변 정세는 명이 쇠퇴하고 여진족의 누르하치가 세력을 키우고 있었으며 일본은 히데요시가 막부정권을 세우고 명을 정벌하기 위해 조선을 침략한다. 조선왕조 중에 가장 참혹한 전쟁으로 남는 임진왜란에서 수군으로 많은 공을 세웠음에도 이순신은 전쟁중에 압송되어 옥에 구속된다. 이순신이 압송당하여 죽게 될 운명에 처하자 항왜인 사야가 김충선은 반역을 도모하게 되는데 ,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한 곳만 바라보는 이순신은 김충선이 꿈꾸는 나라의 주인이 되는 것을 끝내 허락하지 않은채 ,
무능한 왕 선조와 당쟁부패(黨爭腐敗)의 신하들/이들은 병마(病魔)이며 내 절망적 고통의 시작과 끝이다./그들을 모조리 달 밝은 한산도 앞바다로 끌어내 목을 베고 싶다./아마도 그들의 피는 붉지 않을 것이다./오염(汚染)된 그 피를 거북도 외면하리라. /길은 외길이다. 반란(反亂)!
-이순신의 心中日記 중에서-
이후 이순신은 반란의 꿈을 꾼다. 그러나 그 반란의 꿈은 선조를 죽이고자 함이 아니다. 그저 임진왜란으로 인해 백성들의 아픔을 , 고통을 위로해 주기 위해 일본 천황이 머리 숙여 사죄하는 것이 그의 꿈이었다는 사실, 그러나 이순신이 그런 꿈을 꾸고 있을 때 선조는 이순신을 역모의 죄를 묻기 위해 선전관에게 장계를 빼내 날짜를 조작하게 한다. 그러나 조작된 장계마저 사라진다. 장계가 사라짐은 이순신이 역모를 하지 않았어도, 반역자로 죽을 운명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기에 김충선은 사라진 장계를 추격하고, 결국 장계는 의외의 인물에게서 발견된다.
이순신의 반역, 차라리 장계가 발견되지 않고 반역이 일어났었다면 이순신이 전쟁중에서 장렬한 최후를 맞이하는 일은 없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의 역사에 가장 안타까운 죽음을 손꼽으라하면 이순신의 죽음과 소현세자의 죽음을 떠올리곤 한다. 권력의 희생자라는 안타까움 때문이랄까. 그래서 항상 이들을 떠올리면 만약 , 이라는 상상을 하곤 했다. 만약 이순신이 혁명을 일으켰더라면 당시 중국과 일본이 근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던 시기에 발맞추어 조선의 역사 또한 그들과 비교적 동등한 위치를 써내려가지 않았을까한다.이 시점을 기하여 급속도로 쇠퇴의 길을 걷게 되는 조선의 역사는 이후 비극으로 점철된 역사를 남기게 되니, 아마도 이순신은 죽어서도 조선이 일본에 의해 강제합병되었을때 지하에서 통곡하지 않았을까, 지금도 아무도 일본천황이 조선에 무릎꿇고 사죄해야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으니 조선의 오래된 기득권세력의 부정과 횡포는 그때와 다름없이 내려오고 있다는 증명이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꿈이었던 강한 조선, 당당한 조선의 모습을 그려보며 그래도 마음에 위로가 되었던 책이다. 픽션일지라도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