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가족, 천 개의 표정 - 이순구의 역사 에세이 너머의 역사책 5
이순구 지음 / 너머북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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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안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개인적으로 역사를 좋아하는 이유는 역사를 알면 시대가 보이고 시대를 알면 사회가 보이고 사회를 알면 사람이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는 현대를 알기 위한 중요한 자료가 되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역사를 아는 것은 바로 사람을 알게 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그래서 반가운 책 <조선의 가족, 천개의 표정>이다. 이 책은 역사에세이인데 쉽게 읽히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역사이며 무엇보다도 사회구성원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인 가족의 역사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가족의 모습속에서 힘겨운 가장의 역할을 떠올리며 가장의 역할이 처음부터 힘겨웠을까? 라는 가벼운 호기심에서 시작된 조선시대의 가족의 이야기들 속에는 신분제사회였던 조선사회속에서 가족들은 어떤 표정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조선 시대에는 많은 혁명이 일어난 시대이다. 또한 19세기는 우리 역사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매력적인 시기이기도 하다.  고려에서 조선으로 넘어오면서 사회는 변화라는 물결이 꿈틀대는데 그 변화는 사회의  기초적인 단위인 가족의 삶속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조선시대에 가장 큰 변화는  불교중심의 문화에서 유교문화로의 변화를 꼽을 수 있는데  조선 초 혼인의 풍습은 대부분이 처가살이였다.  사림파의 종장 김종직으로부터 성리학 부계사회의 영향으로 인해 처가살이가 퇴조하고 시집살이로 변하기 시작하며 , 인수대비는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성리학에 대해 생각하고 향후 성리학과 여성들의 상관관계에 대해 고민한 사람이다. 또한 조선시대에는 신분제도의 변화의 시도가 있었던 시기로서 서얼이었던 노수가 경제력을 키우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내며 족보에서 '서'자를 제거하고 문중에서 위치를 확보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것은 조선 후기 서얼들의 신분 상승 과정을 사실적이면서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럼 조선시대의 여성의 지위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가 생각했던 조선시대 여성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게 보여지는 것은 유명한 칠거지악으로 인해 부인이 쫓겨난 경우는 없었으며 중국의 전족이라는 제도에서 보여지는 중국여성의 지위와는 달리 처라는 지위가 확고부동한 지위였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확고한 지위로 인해 첩을 시기하거나 질투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 게다가 중화사상에 젖어 있던 사회분위기 속에서 전족만은 예외일 수 밖에 없는 것이 확고부동한 지위였기 때문이라는 것 또한 무척 재미있는 사실이었다. 조선 시대에는 또한 제사의 변화를 빼놓을 수 없는데 현대 사회에서 제사라는 것이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를 조선 시대 제사의 권한을 가진 총부를 통해 조선시대의 제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조선시대의 제사는 엄청난 권한과 막중한 힘을 발휘하는 권력을 가진 자로서 거의 맏며느리에게 전수된다.조선시대에  총부자리를 두고 갑론을박이 많았던 것은 그만큼 총부가 가진 절대적 권력의 힘 때문이었는데 아마도 현대 사회에도 맏며느리에게 제사만 강요하지 않고 그에 따른 권한 또한 주어진다면 아마도 제사는 스트레스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조선 시대가 유교적이거나 타문화에 배타적인 모습때문에 한 때는 조선 시대를 무척 한심하게 바라본 적이 있다. 그러나 조선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속으로 들어가보면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시대와 달리 자신의 뜻을 가지고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 존재하며 시대와 함께 생생히 살아숨쉬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어떤 시대를 살던지  시대를 불행하게 사는 사람은 불행한 역사를, 행복하게 사는 사람은 행복한 역사를 남기게 되는 것이다. 조선 사회에 대해 막연하게 상상하는 것보다도 더 사실적으로 다가오는 역사에세이면서도 그 안에 가족과 사회의 메커니즘에 관해서도 생각하게 하는 아주 재미있는 역사를 말하고 있다. 또한 가족들의 사는 모습에서 우리의 사는 모습을 반추해보며 역사는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과  현대를 사는 우리 또한  역사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

   

"삶이란 유장하게 계속된다.


그 속에 있는 우리들은 얼핏 개별적인 삶은 사는 듯 보이지만,역사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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