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본능 - 불, 요리, 그리고 진화
리처드 랭엄 지음, 조현욱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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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인류는 불로 요리하는 유인원이며, 불이 피조물이다.>

TV 예능프로그램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은 아프리카에 출연진들을 떨어 뜨려놓고 정글에서 생존기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살기 위해서는 먹어야 했기에 정글에서 그들은 뱀도 잡아먹고 애벌레를 보며  맛있겠다를 연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도시문명에 익숙한 이들이 굶주림앞에서 뱀과 애벌레같은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에 충격적이기도 하지만 인간은 먹지 않으면 살수가 없는 동물임을 증명해주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나 뱀과 애벌레를 먹기 위해서필요한 것은 바로 불이다.불이 없으면 김병만과 그 일행은 뱀도 먹지 못했을 것이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날 것 그대로 음식을 섭취하지 않고 어떤 음식이든지 익혀먹는 것에 익숙해져 왔다.  

 

 음식을 익혀 먹는 "화식은 동물과 인간의 차이를 확립한다. 그리고 화식은 자연으로부터 문화로의 이행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인간 상태의 모든 속성은 화식을 통해서, 그리고 화식을 수단으로해서 규정할 수 있다." [요리 본능]에서 랭엄 박사는 고고학적, 인류학적 증거들을 바탕으로 최초로 불을 사용해 먹을거리를 조리한 요리의 기원을 추적하고 인류의 몸에 새겨진 생물학적 흔적들을 통해 요리가 인간의 육체에서 정신에 이르는  삶의 모든 영역에 두루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나아가 인류가 오늘날과 같은 모습을 갖도록 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음을 밝힌다.  그러나 인간이 불을 사용해 먹을거리를 조리해 먹었음을 입증하는 고고학적 증거를 찾는 일이 쉽지 않은 것이 불을 피운 흔적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 따라서 요리를 조리하기 시작한 시점을 4만 년 전 후기 구석기 시대로 추측하는 학자도 있으며, 그보다 이른 시기인 20만년 전, 혹은 50만년전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랭엄박사는 주먹도끼와 뼈, 불에 탄 씨앗과 나무, 부싯돌이 발굴된 바 있는 이스라엘 요르단 강 부근의 게셰르베노트야아코브 유적으로 볼 때 적어도 79만 년 전 이전에 인류가 불을 제어하고 사용했으며, 거기에 더해 하빌리스에서 직립 원인(호모 에렉투스)으로의 진화가 그 어떤 단계보다 크나큰 해부학적 구조의 변화를 보인 것으로 미루어볼 때 인간은 약 200만 년 전에 이미 불로 음식을 익혀 요리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이와 달리 인류학에서 전통적으로 받아들여 온 사냥꾼 인간 가설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인간으로 진화한 데는 고기를 더 많이 먹으려 하는 성향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한다. 인간의 진화와 영양을 논할 때 육식이 중요한 요소라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의 신체에 미친 영향력으로 말하자면 불에 익힌 음식 쪽이 더 크다. 우리는 날먹을거리에 의존해서는 잘 살아갈수 없다. 김병만족이 정글에서 처음 뱀이나 애벌레를 발견하고 바로 날 것으로 먹었다면 아마 몸에 이상이 생격 죽었을지도 모른다. 우리 몸의 적응 양상은 우리가 왜 날 것을 섭취하지 못하는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우리는 육식동물이라기보다 익혀먹는 동물인 것이다. 음식을 익혀먹는 '불로 요리하기'가 생활로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우리 인류는 과거의 유인원과 같은 모습을 벗어 던지고 더 이상 어두운 밤과 추운 겨울, 대형 육식 동물을 두려워만 하지 않고 맞서 싸우며 아프리카 대륙 밖으로 점차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불가에 모여 앉아 함께 사냥한 먹이를 나눠 먹으면서 집단을 이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내심과 참을성 등의 성품을 발달시켰으며, 사냥을 하는 자와 요리를 하는 자라는 성별 분업과 결혼이라는 남녀 간의 제도적 결합을 탄생시켰다. 익힌 음식으로부터 얻은 풍부한 열량은 지구상 그 어느 종보다 큰 두뇌를 가질 수 있게끔 하였으며 결국 고도로 발달된 언어와 문명사회를 이룩하게 만들었다.

 

결론적으로 랭엄박사는 하빌리스와 같은 시기의 유인원으로서 하빌리스가 수십만 년에 걸쳐 날음식을 먹고 있는 동안 운 좋은 한 무리가 불을 사용하여 음식을 익혀먹는 요리를 탄생시키며 새로운 문명사회를 가져왔다는 것인데 나는 다소 억지가 있는 주장이 아닐까 한다. 남녀가 성적으로 끌리는 것은 본능과도 같은 것인데 요리라는 것이 남녀의 역할을 구분지어주면서 제도적인 결합으로 탄생했다고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생각한다. 더군다나 불의 사용흔적은 고고학으로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 또한 가설을 부정하게 한다. 인간을 무인도 섬에 한달 동안 억류시켜보면 학설이 받침이 되지 않아도 인간의 본능이 무엇인지는 이런 복잡한 화식가설없이도 행동으로 보여진다. 그것은 아프리카 악어섬에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김병만족만 보아도 인간에게 불이란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며 살기 위해서는 음식은 꼭 익혀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윈의 진화론 또한 증명되지 않은채 학설로 내려오듯이 랭엄박사의 요리본능 또한 하나의 학설로 본 인류의 또다른 진화의 시각으로만 보는 것이 타당하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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