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의 딸 - 맛있고 심플한 삶, 코즈모폴리탄의 이야기
나카가와 히데코 지음 / 마음산책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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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서 프랑스요리 셰프인 아버지 밑에서 자연스럽게 음식문화의 다양성을 습득하고 자란 저자는<셰프의 딸>이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듯 아버지의 직업에 자랑스러움이 책의 곳곳에 배어있다. 저자 또한 일본인이지만 한국에서 스페인음식을 가르치는 요리 선생님이니 말그대로 코즈모폴리탄이다.  아버지가 서독의 일본대사관 전속 요리장으로 파견되면서 일곱 살때 서독으로 이주하여 3년뒤에 일본으로 되돌아와 학창시절을 보내고 다시 동독으로 유학을 떠난 후 스페인으로 다시 떠나  한국인 남편을 만나 결혼하여 사는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 중심에는 요리가 있다.

 

살아가면서 누구에게나 중심이 되는 한가지씩은 있는 것 같다. 저자는 현재 한국에서 스페인 음식을 가르치는 요리선생님이다. 셰프의 딸로서 어렸을 때부터 프랑스 요리에 익숙하지만 아버지가 싸준 전문가 냄새가 나는 도시락을 부끄럽게도 생각한 적도 있었다는 이야기들과 아기때 가지고 다니던 자그마한 도시락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어머니의 이야기, 플로리스트인 어머니께 요리와 꽂꽂이를 배우며 어렸을 적  물건들을 아직도 깨끗이 간직하고 계시는 어머니가 일본인으로서의 주체성을 잊지 말라고 늘 당부했던 일들의  소소함의 이야기들을 삶에서 기억되는 가장 큰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닌 소박하고 소소한 행복에서 온다는 것을 말한다.  어렸을 적부터 외국을 다니며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며 부모님의 일본인이라는 주체성의 교육은 요리 선생을 하며 삶에 대해 감사하게 되고  자신의 삶이 요리와 함께 함으로 인해서 퐁요로왔다는 자기고백이 있다. 과거 소중한 순간들을 연상하면 바로 요리가 떠오른다고 말하듯이 그녀의 삶은 요리 그 자체의 삶이다.  

 

가끔 코즈모폴리탄의 책들을 보면 그들이 수용하고 있는 다양성이라는 세계관이 참 부럽곤 했다. 넘치는 에너지 자체로 연상되는 박칼린의 <그냥:)>이라는 에세이에서 다양성이라는 것에 대한 깨달음에 관한 말이 있는데 박칼린 또한 코즈모폴리탄으로서 세계의 다양성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서 보는 세계는 엄청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수많은 사상과 이념들의 다양성 한가운데에서도 그 모든 것들을 동시에 지니려 애쓰며 편견과 비판의 노예가 되지 않고 균형 한 가운데에 서 있으려 하는 것으로 그리고 그것은 어마어마한 열정이라는 에너지로 발산된다고 했던 박칼린의 말처럼 저자도 엄청난 열정을 발산하는 것을 볼 수 있다.코즈모폴리탄의 장점은 바로 그런 것이다. 다양성이 주는 세계를 체험함으로 인해 세상과 평등해지고 그것이 바로 열정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또한 동독에서 사랑에 빠졌던 남학생의 나라가 궁금하다는 이유로 무작정 스페인으로 떠나고  서울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연희동에 하숙을 구하는 등의 행동들이 바로 이 다양성이라는 것이 준 열정이란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그런 열정으로 인해 그녀는 끊임없이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연세대학교 대학원 국문과에서 석사과정을 밟으며 한국외국어대학교 외국어연구평가원과 육군사관학교에서 일본어를 가르쳤고 황혜성 선생님의 딸 한복려 궁중음식연구원에서 공부한 최초의 일본인 수강생이 되어 한식공부를 하기도 한다.  

 

내 아이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런 문화의 다양성을 깨우쳐주고 싶다는 생각을 전부터 하고 있었는데  머리싸매고 한국의 대학입시에만 목매는 교육문화에서 더 나아가 공부가 아니더라도 문화의 다양성을 깨우치는 것이 더 큰 공부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세계를 다양성이라는 시각으로 보게 된다면 오히려 그 다양성이 삶을 풍요롭게 하기 때문이란 것을 나는 책을 통해 깨달았다. 그것은 무척 값진 깨달음이다.

 책 중간중간 정말 다양하고 처음 들어보니 온갖 서양요리들이 소개되어 있으며 레시피도 있지만 사진이 없어 조금 아쉬움이 든다. 그래도 코즈모폴리탄의 열정을 느낄 수 있어서 무척 좋았던 책이다.  

 

저자가 요리가 삶의 중심이듯 내게는 책이 삶의 중심이다. 과거 어떤 일을 떠올리면 그 일과 관련한 책이 떠오른다.며칠 전부터 작은 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한다. 밥도 제대로 먹지 않고 배가 아파 새벽에도 계속 배마사지를 해주어야 했다. 그런데 또 노는 것은 잘 논다. 열도 안나고 화장실도 잘가고 밤만되면 배가 아프다고 하니 괜시리 근심이 들었는데 책에 나온 음식을 보고 아 ! 이거다 싶은 생각이 든 음식이 있었다. 

유럽사람들은 몸이 아프거나 가볍게  식사하고 싶을 때 밀히라이스를 찾는다고 한다.밀히라이스는 작은 냄비에 쌀을 조금 넣고 우유를 적당량 부은뒤 마지막에 설탕을 넣어 약불에 보글보글 끓이는 음식인데 

아이 어렸을 적 이유식으로  타락죽을 해준적이 있는데  만드는 방법이 거의 같아서 깜짝 놀랐다. 

타락죽을 만들어주면 아이가 배 아픈것이 낫지 않을까 해서 부랴부랴 타락죽을 만들어 먹였다. 밥은 안먹는 아이가 타락죽을 먹고 나니 기운이 나는지 아직까지는 배아프다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이렇게 앞으로 타락죽이 떠오르면 이 책이 떠오르지 않을까 한다. ^^

                                                                 <타락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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