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되는 거야 ..-카프카-

 

책은 도끼다. 늘 나의 신경을 깨워주는 도끼. 첫 딸을 낳았을때, 아이는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모습만 보아도 아이의 신경세포에 자극을 주며 그로인해 두뇌가 발달한다는 것을 책에서 읽고  어린 아가를 데리고 항상 동네 나무 앞을 서성거린 적이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아가와 내가 삶의 풍요를 누리기에는 충분했기에 그때의 감동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아기때 바람을 느끼며 자라서인지는 모르지만 아이는 둥근 보름달만 봐도 너무 이쁘다며 감탄을 하고 별만 봐도 다 자기를 축복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믿는 아이로 자랐다. 삶이 감동인 아이를 볼 때마다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다.

 

광고일을 하는 저자가 2011년 2월 12일부터 6월 25일까지 강독회를 진행한 것을 책으로 출간한 것인데 이 책에는 왜 인문학을 읽어야하는지,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저자는 책읽기에 있어 '다독 컴플렉스'를 버리라고 한다.책 한권을 읽어도 책이 주는 강한 울림을 곱씹어 삼킬줄 알아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다독가이다. 내가 다독가인 이유로 책의 울림을 알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오산이다. 반대로 나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 장르가 아닌 여러 장르를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다독가인 이유는 단순하게 세상에 좋은 책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좋은 책은 많고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시간을 줄여서라도 책을 읽어야 했다. 단지 그때문에 나는 다독가가 되었다. 그러나 물론 숫자를 채우기 위한 책읽기는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가슴을 울릴수 없으며 감동을 받을 수 없다면 도대체 왜 책을 읽는 걸까?

 

여기서 내가 느끼는 것은 인문학은 감동이란 것이다. 인문학을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나 역시도 인문학에 대해 감을 잡을 수가 없었는데 책을 많이 접하다보니 자연히 인문학이란 것이 감동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삶, 즉 사람의 힘, 기쁨의 힘, 감탄의 힘을 모두 포함하는 삶 외에 다른 부는 없다. 고귀하고 행복한 인간을 가장 많이 길러내는 나라가 가장 부유하다. 자신의 삶의 기능을 최대한 완벽하게 다듬어 자신의 삶에, 나아가 자신의 소유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의 삶에도 도움이 되는 영향력을 가장 광범위하게 발휘하는 그런 사람이 가장 부유한 사람이다. -알랭 드 보통-

 

저자는 인문학을 삶의 풍요를 위한 훈련으로 표현한다.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다는 것을 느껴야 하며 그 이야기가 씨앗이 되어 마음속에 싹이 틀때 비로소 우리의 삶은 풍요로와진다는 것이다. 주변에 있는 아름다움을 보고 느끼고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동받는 것이다. 감동을 잘 받는다는 것은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책에는 김훈을 통해 들여다보는 자연과 일상의 표현, 알랭드 보통의 삶에 대한 대단한 통찰, 고은 시인의 눈으로 들여다보는 세상,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주는 의미와 사랑,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통해 자유를 , 그 모든 것이 도끼와 같은 감동을 전해주는 울림을 말해준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읽는 이로 하여금  감동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이다. 행복은 조건이 아니라 선택이다.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것을 보며 삶의 경이로움를 깨닫고 밤하늘의 별아래에서 삶의 위대함을 발견할 수 있는 삶. 그런 것이 우리를 가장 부유하게 한다는 것을 깨닫는 감동, 그것이 바로 인문학이다.

 

 시이불견 청이불문 (視而不見 聽而不聞)- 마음에 하고자 하는 바가 없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가 않고, 맛을 봐도 그 맛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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